편지 01
언제,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다.
꽤 오래전에 이 편지를 받았다.
편지라기보다는 '댓글'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마 내가 올린 글이 마음에 안 들어 쓴 글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 글은 버려지지가 않는다.
어딘가에서 베낀 흔적이 있지만 마음에 새길 겸 필사해 둔다.
솔직히 기분은 별로지만 고마운 사람 임은 분명하다.
문장을 보니 글줄께나 읽은 것 같고, 사용하는 단어를 보니 얕은 공부가 아니다.
글이 길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뜻이고,
글이 어려워지는 것은 논지가 분명치 않다는 뜻이다.
길고 어려운 글 써놓고 내 글 이해 못 한다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읽는 사람 탓하지 말고 쉽게 써라. 그럼 읽어준다.
글을 바르게 이해해야 논쟁도 가능하다.
문장이 좋아도 글이 어려울 수 있다.
어려운 내용을 다루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더 쉽게 써야 한다.
쉽게 쓸 자신이 없으면 쓰지 마라.
썼다면 공개하지 마라.
공개하고 싶다면 쉽게 될 때까지 고쳐라.
고치고 또 고쳐라.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해라.
그 글은 네 글이 아니다.
아쉽다면 처음부터 다시 써라.
한 번 써본 글은 논지가 분명해지기 때문에 좋은 글이 될 확률이 높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라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독자의 탓 보다 작가의 탓이 더 크다.
독자의 무식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의 필력을 탓해라.
“읽고 싶은데 안 읽어져서 못 읽겠다.”라는 독자를 만들지 마라.
독자가 떠나는 것은 다 네 탓이다.
독자를 버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