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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May 19. 2021

상처 주는 말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일...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일...


(사례 1)

어제 같이 근무하는 친구가 담배를 피우러 나가길래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 했다.

"어? 담배 다시 피우시네요?"

"왜? 다시 피우세요? 한동안 잘 참으시더니?"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미소만 지으며 흡연구역으로 나갔다.

그가 사무실을 나가자 정년 퇴임이 한 달 밖에 안 남은 실장님이 이런 말을 한다.


- 실장님 : "너, 참 세상 살 줄 모르는구나?"

- 벼랑끝 : "네? 무슨 말씀이세요?"

- 실장님 : "야! 담배 끊은 사람이 담배를 다시 피우는데 무슨 이유가 있냐?

               한 가지 이유밖에 더 있냐?"

- 벼랑끝 : "........"

- 실장님 : "그럼, 그 사람에게 '왜? 담배 다시 피우세요?'라고 말하는 건 조롱하는 거잖아.

               네가 담배 끊었다고 남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돼. 

               담배 다시 피우는 사람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이 뭘거 같아?

- 벼랑끝 : "..... "

- 실장님 : "말은 하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몫이야."


가슴 한 구석이 뜨끔했다. 농담에도 수준이 있다. 

세상 사는 법이 아직도 세련되지 못 함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례 2)

5개월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이성 친구가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해 살이 급작스럽게 많이 불었는데, 다행히 지금은 다이어트의 효과로 

살이 좀 빠졌다. 그 친구는 조급하게 하는 강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한 달에 1~2kg 

정도의 감량을 목표로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다. 그의 말로는 지금 5개월 간 

약 8kg 정도를 감량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7kg 이상은 더 감량을 해야 몸이 정상이 

된다고 하니 갈길이 멀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나 식사를 하는데 말이 잘 통해서 한 번 만나면  오랫동안 

수다를 떨다가 헤어진다. 보통 휴일 점심시간에 만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해가 떨어 질 쯤 각자의 길로 간다.  


이 친구와 한 번 만나려면 약속 장소 정하는 것 때문에 꽤 오랫동안 문자를 

주고 받는다. 지방에서 왔기에 서울 맛집들이 궁금한지 일일이 검색하고, 

유튜브 먹방도 뒤진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야! 다이어터가 뭐 그리 먹는 데 신경을 써? 식당 찾다가 하루 다 가겠네."

그럼 그 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기왕 먹는 거 맛있는 거 먹으면 좋잖아. 그래야 많이 먹지...ㅋㅋㅋ"

"다이어터가 어떻게 만날 많이 먹을 생각을 하냐?"

"ㅎㅎㅎㅎ........"


한 번은 유명하다는 돈가스 집을 갔다가 입구에서 돌아 나온 적이 있다.

"그냥 여기서 먹어, 분위기는 좀 그래도 뭐 어때."

"음~~, 그래도 여긴 아닌 거 같아. 어쩌다 한 번 같이 밥 먹는 건데 근사한 데는 

못가도 이렇게 없어 보이는데서 먹는 건 싫어."

"허~~, 다이어트한다는 사람이 먹는 데 진짜 신경 많이 쓰네..."

"으응~~? ㅎㅎㅎ...."


나는 원래 맛을 잘 모른다. 그래서 맛집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한다. 

유기농 야채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도 음식 맛만 

해치지 않으면 별 상관 안 한다. 그래서 맛집에 신경 쓰는 이 다이어터 친구가 잘 

이해가 안 됐다.


이 이야기를 회사에서 실장님에게 했더니 이런다.


-실장님 : "야~~~!! 이 멍청한 놈아, 너 다이어트해 봤어?"

-벼랑끝 : "네 해 봤죠. 제 삶이 다이어트예요.."

-실장님 : "그런데 그런 소릴 해? 다이어트 똑바로 못해 봤구먼."

-벼랑끝 : "뭔 소리래요?"

-실장님 : "네 친구가 하는 다이어트가 진짜 다이어트야... 한 달에 1kg씩 감량하는 거? 

              다이어트는 그렇게 해야 몸에 무리도 안 가고 요요현상도 안 생겨 그런데 그거 

              얼마나 힘든지 아냐?"

-벼랑끝 : "몰라요."

-실장님 : "아마 네 친구라는 사람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을 걸? 그게 무슨 말인지 아냐?"

-벼랑끝 : "몰라요."

-실장님 : "그 친구는 포만감을 느끼는 식사를 지난 5개월 동안 하루 한 번도 제대로 못 했다는 소리야. 

              아마 점심 식사 정도 다이어트 생각하지 않고 먹겠지."

-벼랑끝 : "????"

-실장님 : "하루 한 끼만 먹을 수 있다면, 너라면 어쩌겠냐?"

-벼랑끝 : "......."

-실장님 : "나라면 그 한 끼 점심식사는 진짜 맛있는 집에 가서 배부르게 먹겠다.

              하루 한 끼 달랑 먹는데 그걸 아무거나 먹자고 하면 얼마나 짜증 나겠냐?"

             친구라는 녀석이 만나서 그 한 끼 먹는 걸 '대충 아무거나 먹자.'라고 하면 

            그 친구 맘이 어떻겠냐?"

-벼랑끝 : "........."

-실장님 : "다이어트하는 사람에게 먹는 거 가지고 함부로 농담하면 안 돼. 

            앞으로 그 사람 만나면 좋은 데 가서 먹고 싶은 거 먹자고 그래. 

            그럼 그 친구가 엄청 좋아할 거야. 친구 간에도 헤아릴 건, 헤아릴 줄 

            알아야 좋은 친구가 된다고. 농담이라도 서로 상처되는 말은 안 하는 게 좋아."

-벼랑끝 : "......."


나이가 들어도 제대로 된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실장님을 '오지라퍼'라고 하며 비아냥되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이렇게 한 마디씩 던지는 말이 사람의 폐부를 찌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을 하고 말을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인간은 말할 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말이 먼저 나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안 그럴 거 같지만 철학자나

현인(賢人)들을 제외한 평범한 사람은 이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생각을 조금만 먼저 하고 말을 하면 대화의 수준이 달라지면서

실수할 일도 적어지고 삶이 훨씬 풍요롭고 윤택해진다는 뜻이다.


앞으로 생각 좀 하면서 살아야겠다. 

적어도 상대에게 상처는 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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