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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May 21. 2021

비오는 휴일영화 한 편

The American

"나의 아저씨" 완주 이후로 처음으로 영화를 봤다.

머리가 뒤숭숭할 때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으라는

내면의 소리가 들려 영화를 보기로 했다.

 

혼자 즐기는 저녁 시간을 가볍게 보내려고 영화를 켰는데... 헐......

영화가 자극적이라 좀 놀랐다....

이 장면만 보고 남자가 누군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멋진 핏으로 슈트를 입고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

그런 적이 있기는 했을 텐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위기에 대한 부러움 때문인지 영화에 감정이 이입되어 집중이 잘 된다.  


이 정도면 아실라나?

자극적이지 않은 척하면서 자극적인 영화라 보는 내내 감정 소모가 심했다.

왠지 주인공을 공감하며 자꾸 따라가게 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걸 연출력이라 하나보다.



외로움이나 고독 뭐 이딴 거에 대한 공감을 원했을까?

감독은 영화의 중간중간에 뭔가 많은 상징을 심는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시골을 보여주면서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을 

형상화하는 거 같은데, 내 감각이 못 따라가니 정확히 집어내지는 못하겠다.



아름다운 장면이 많아 힐링이 되기는 하는데,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분위기를 극도의 긴장으로 몰고 가서 신경을 피곤하게 만든다.  



남자는 피크닉을 위해서 바구니에 "Wine and Gun" 두 가지를 준비했다.

무엇을 선택했을까?



지루한 영화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봤다.

지루한데 지루하지 않은 묘한 영화다.


대사도 없고, 설명도 없다. 그래서 매우 불친절하다. 

그런데도 끝까지 보는데 별로 부대끼지 않는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볼 때와 좀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렇게 무거운 영화가 2010년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게 신기하다.

트럼프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큰 이질감이 든다.

사회적 현상과 인문학적 소양, 예술적 가치, 학문의 발달 이런 건 연관이 없는 걸까?

남자 배우의 팬덤으로 1등을 했을 리는 없을 텐데 신기한 일이다.


한국 개봉 포스터가 너무 유치해 보여서 오리지널을 찾아봤는데 별거 없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떠오르는 엉성한 포스터...??)

"네이버 영화"에 줄거리 설명이 엉망이다.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쓴 거 같다.

그런데 의외로 댓글이나 평점이 좋다. 

수작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좀 쉬고 싶어 본 영화인데, 뭔지 모를 불편함 때문에 보는 내내 힘들었지만 

영화가 끝나니 그 불편함은 지적 유희가 되어 뿌듯함으로 돌아왔다. 

'조지 클루니'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도 보고, 휴식에 취한 날이다.

혼자 잠들고, 혼자 깨어나고, 혼자 팔 굽혀 펴기와 턱걸이를 하는 주인공을

보며 그의 고독에 공감한다.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은 영화 속의 돌담을 떠올리며 덕수궁 돌담길을 좀 걷고 와야겠다.

사진도 좀 찍고.....


5년 만에 카메라를 꺼내니 렌즈에 곰팡이가 잔뜩 꼈다.

이걸로 사진이 찍힐려나 모르겠다.

데이트를 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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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빨리 좀 나와라... 에밀리 블런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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