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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Jul 19. 2021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

여기는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 이시다유스케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


살다 보면 잊히지 않는 이름이 있다.

내게 ‘이시다 유스케’가 그런 이름이다.

아직도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꽤 유명했던 사람이다.


내가 이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5년쯤이다.

당시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전거로 일본 일주를 한 청년이 여행기를 연제 했었다.

내 눈엔 무척 무모한 일로 보였는데, 그 친구는 작은 접이식 자전거에 텐트와 장비를

싣고 꽤 긴 기간 동안 노숙을 하며 일본 일주 여행을 했다. 기간이나 코스는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튼 마지막 도착지점은 도쿄였다. 그 여행기 말미에 일본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 게기가 '이시다 유스케'의 책 때문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글을 읽고 나도 ‘이시다 유스케’라는 일본 여행가가 쓴 ‘가보기 전에는 죽지 마라’를

찾아 읽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내 삶의 궤적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


작가인 이시다 유스케는 1995년에 자전거 한 대로 세계 일주를 시작한 사람이다.

처음 일정은 3년 반이었지만, 여행이 길어지면서 7년 반 만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런 식의 여행은 당시 한국에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마 일본에서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여행 중에 잡지에 투고를 계속했고, 여행이 끝난 후에는

여행기를 묶어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를 발행했다.


나는 이 책을 2006년쯤에 읽었다.

주말을 꼬박 새우며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서 이 책을 빌려갔고 흔히 있는 일처럼 이 책은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은 지 어언 15년이 지났다. 그 뒤로 그에 대한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아직도 ‘이시다 유스케’라는 이름을 잊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가 책에서 말했던 것들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쳐서일 것이다.  

어찌 보면 그는 여행에 관해선 내게 스승 같은 사람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잊지 못하는 장면은 그가 여행의 첫걸음을 뗄 때 느꼈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와 자전거로 웅장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를

통과할 때의 감동을 설명한 부분이다.


그는 출발의 두려움 때문에 첫 밤을 잤던 앵커리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동안

미적거리는 부분을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했다. 그건 내게 매우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또한 '모뉴먼트 밸리'에서 풍경에 넋이 나가 4일간 텐트를 걷지 못하고 하루 종일 멍하니

그 장관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는 부분도 꽤나 인상적으로 내게 남았다.


어제 택배회사로부터 15년 만에 다시 이 책을 받았다.

포장지를 뜯는 순간 어느 지하실 골방에서 미래를 꿈꾸며 읽었던 낯익은 책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봤다. 책을 펴자마자 기억에 있던 부분들을 찾아 읽었다.

처음 읽을 왜 내가 그렇게 감동했었는 지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같은 감성을 공유하는 글을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시다 유스케'의 글에 내가 느낀 동질감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것 같다.


주말,

커피숍 창가에 마스크를 하고 앉아 ‘이시다 유스케’의 ‘가보기 전엔 죽지 마라’를

15년 만에 다시 읽었다. 그리고 나의 지나간 시간을 생각해 봤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여행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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