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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풀랑바토 폴(Pulangbato Falls)

#12, 풀랑바토폭포(Pulangbato Falls)..

by 벼랑끝

[세부(Cebu, Philippines) 남부 투어]

#12, 풀랑바토 폭포(Pulangbato Falls)..


“풀랑바토 폭포”는 유황수 폭포였다. 유황수 폭포는 처음 본다.

유황 온천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유황이 섞인 물은 주변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인다.


'풀랑바토 유원지'는 예상보다는 꽤 괜찮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탈의실이나 식당, 매점 등이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하고 있었고 유원지를

내부에 있는 리조트가 관리하고 있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먼저 흙탕물 같은 붉은색이 가득한 물에 몸을 넣고 수영을 했다.

보기에는 지저분해 보였지만 실제로 물속에서 눈을 떠보니 물은 맑았다. 맛도 그냥 보통

계곡물 맛이었다.


수영을 해서 큰 유황수가 떨어지는 폭포 밑까지 가서 떨어지는 폭포수를 맞으니 방금 전

산속에서 느꼈던 온몸의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늦게 도착했지만 물놀이를 할 시간은 충분했다.


ab37c332b79321068658fbdfc307e612.jpg 놀러 온 현지인 가족들 사진을 찍어줬다.(필리핀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


시간이 좀 늦었던 탓에 물가에는 한 가족만 음식을 장만해 놓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가족의 구성원이 좀 특이했다. 엄마와 아들은 필리핀 사람이었고 딸처럼

보이는 친구는 서양인의 외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인도 보통 서양인이 아닌

수정처럼 파란 눈에 백금발이라고 부르는 정말 흰 빛에 가까운 금발 머리의 소녀였다.

나는 웅덩이에서 나와 엄마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가족은 러시아에 산다고 했다. 아마도 엄마가 러시아 사람과 재혼을 한 것 같았다.

내가 혼자 여행 중이라고 하자 사진도 찍어 주고, 먹을 것과 음료수를 나눠 줬다.

아이들이 물놀이만 하고 있으니 엄마는 심심했던 모양이다.


402b9c4ac887c086cbaf18f2bee474a4.jpg 러시안 가족


풀랑바토 폭포”는 신기하게도 유황수 폭포 옆에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는 작은 폭포가 함께 있었다.

색깔이 다른 두 개의 폭포가 한 곳 있는 것이 특이했다. 유황 폭포는 크고 물살이 세서 아이들이 놀기는

위험했지만 옆의 작은 폭포는 아이들이 놀기 좋게 되어 있었다. 물은 꽤 깊었지만 안전요원도 없는

곳에서 필리핀 사람들은 잘 논다.


9f6c797b85d534a7da9b6486c03ea32a.jpg 이런 계곡 수영장도 깊이는 3미터가 훨씬 넘는다. 필리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수영을 잘한다.


늦은 시간까지 관광객이 꽤 있는 걸 보니 이곳이 "네그로스 섬"에서 많이 알려진 곳이 분명한 거 같았다.

여기 리조트에서 하루쯤 쉬고 싶었지만 산 속이라 불편할 거 같아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숙박비가 싸지 않았다. 시설이 좋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숙박비가 많이 비쌌다.


몸을 씻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혹시나 걱정했는데 시동은 잘 걸렸다.

엔진 룸을 열어 보니 엔진은 충분히 식어 있었고 에어컨도 작동이 잘 됐다.

뒷바퀴도 별문제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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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산길에는 가로등이 없었다.

지도를 보니 이 길을 계속 직진만 하면 큰 문제없이 "두마게티 시티"에 도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도시로 향한다고 생각하니 초행의 밤길이 별로 두렵지가 않았다.


얼마쯤 달렸을까? 가로등과 신호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진행해서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서니 높은 건물과 네온사인들이 나를 맞이한다.


도시의 불빛을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빛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 밤은 편히 쉴 수 있겠구나!!…."



(1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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