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녀와....(5부)

(부제: '나쁜 남자' 신드롬)

by 벼랑끝

#5 오늘은 그녀와....

(부제: ‘나쁜 남자’ 신드롬) - 5부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나 한 무리의 손님을 이끌고 Bar를 찾았다.

그날도 그녀는 그곳에 있었지만 나는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손님들을 댄서들과 짝지어 주고 마마상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Bar를 나왔다.

그 뒤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커미션을 받아가라는 마마상으로부터의 문자가 왔지만,

“Next time”이라는 답만 보내고 가진 않았다.

그 후로도 간간히 연락이 있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부터는 그런 연락도 끊어졌다.

가끔 술손님이 생기면 되도록 후배들에게 일을 넘기고 그 근처는 얼씬도 않았다.


그녀가 Bar 앞에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본 후 내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다.


나는 지금 두 시간이 넘게 혼자 호텔 로비 바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마시던 커피가 다 식었다. 바텐더가 자꾸 흘끔거리기 시작한다.

바텐더에게 마티니 한 잔을 주문했다.


두 시간쯤 전에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I’m in Radison blue Hotel. Waiting for u”

답은 없었다.


호텔 로비의 바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보낼 여러 종류의 회답에 대해서

나의 자존심이 상처 입지 않을 수십 개의 답을 생각해 뒀다.


만약 그녀가 " Why?" 같은 것을 보내면,

"Just kidding" 같은 어쭙잖은 답을 할 준비를 한 것이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초라해지기 시작했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몸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라오는 수치심이 온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호텔 Bar의 마지막 손님까지 사라지고 덩그러니 큰 로비에 혼자 남았다.

바텐더가 날 보고 빙그레 웃는 게 "이제 그만하시지?" 이런 사인 같았다.


"차라리 잘 됐다." 이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나는 마티니 잔을 들었다.

조명에 비친 마티니 잔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술이 약해도 이 정도는 마셔도 별일 없을 것이다.

호텔에는 체크인을 해 놓았으니 잔을 비우고 올라가서 침대에 쓰러지면 그만이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모지리처럼 그녀에게 그따위 문자는 왜 보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잔을 입으로 옮기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헐떡이는 소리와 함께

손이 나타나 잔을 덮었다. 그리고 익숙한 여인의 음성이 들렸다.


“오늘은 술 마시지 마”


그녀는 뛰어 온 듯 숨을 몰아쉬며 한 동안 날 보고 있더니 마티니 잔을 뺏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단 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ㅂㅏㅂㅗ”...


그때서야 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웃자 그녀도 웃었다. 그리고 예쁜 칵테일 잔을 눈앞에서 흔들었다.

잔 안에는 마티니에 젖은 올리브가 그녀의 눈동자와 함께 굴러다니고 있었다.

오늘은 그녀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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