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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Aug 29. 2021

"했냐?"

부제: 어떤 대화...

** 주의 : 

1) 이 글은 대화체 소설입니다. 

성적 요소를 매우 지저분하게 표현하고 있으니 심약한 분이나 

보수적 시각으로 성(性)을 바라보는 분들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2) 필리핀은 만 18세 이상이면 성인으로 부모 동의 없이 혼인할 수 있으며 투표권이 주어집니다.





(필리핀 세부 한 커피숍에서 두 남자의 대화)


- 형, 프린세스 기억하세요?


* 프린세스??? 

프린세스 기억하지, 그 조그맣고 귀엽게 생긴 애 말하는 거지?

무슨 대학교 학생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 대학생은 무슨, 어제 만났는데 나한테 자기 이제 스무 살 됐다고 자랑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걔 언제 처음 만났는지 생각나요?


* 글쎄. 꽤 된 거 같은데. 한 2년 되지 않았나?


-맞아요. 2년쯤 됐어요. 

그런데 그때 스무 살이라고 했었죠.


* 으잉??? 

그럼 처음 봤을 때는 도대체 몇 살이었다는 거야.

열여덟? 열아홉? 어려 보이기는 했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 그렇게 어리게 보이지 않았죠.

제가 그런 스타일 좋아하잖아요. 마르고 작은 거.

그래서 몇 번 만났었어요. 클럽에 프린세스 처녀라는 소문 많았거든요.

프린세스하고 자고 싶어 하는 애들 꽤 있었어요.

누가 할 거라느니, 누가 했다느니 하는 소문도 많았고, 

클럽 좀 다니는 애들은 많이 집적댔거든요. 예쁘잖아요.


* 야! 걔가 어디가 예쁘냐? 비쩍 말라서 불쌍해 보이기나 하지.

어쨌든 , 했냐??


- (갑자기 '했냐?"는 또 뭐야.. 쩝)

그게 말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호텔까지 갔었거든요.

그런데 호텔방에서 막상 벗기고 보니까 진짜 너무 작은 거예요.


* 작아?? 뭐가 작아??


- 털도 거의 안 났고, 몸도 너무 마르고 작은 거예요.

그래서 안 하고 돈만 줘서 그냥 보냈거든요.


* (바보 아냐) 어쨌든, 안 한 거네..

하지도 않았으면서 돈은 왜 줬냐?  


-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게 계속 걸리는 거예요.

"내가 뭐 대단하다고 여자를 호텔까지 데려가서 그냥 보냈을까, 

돈까지 줘 가면서. 내가 미쳤지." 

이런 생각이 막 드는 거예요.


* 으이그~, 그러니까 왜 그냥 보내? 


- 어쨌든 그 일이 있고 1년쯤 못 보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때  딱!! 마주친 거예요.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술 한두 잔 같이 했는데, 갑자기 지가 먼저 호텔을 가자고 하는 거예요. 


* 헐~~ 너 어떡하고 다니는데 애들이 먼저 너한테 호텔을 가자고 하냐?


- 매너 좋게 하고 다니죠.(ㅎㅎ)

여기 교민이나 한국 관광객들은 얘들 보면 본전 뽑으려고 하룻밤에 2번, 3번 

눈 벌게서 달려들잖아요. 얘네들 그거 되게 힘들어해요. 

저는 그러지 않잖아요. 


* 어이쿠, 성인군자 나셨네.   

어쨌든 했냐?


- 그날은 술도 좀 되고 해서 막 당기더라고요. 전 술 마시면 많이 당기거든요.


* 그래서 했냐고?


- 그날은 했어요.


* 결국 한 거네...


- 네. 그런데, 엄청 아파하는 거예요. 괜히 미안하더라고요. 

그런데 끝나고 나서 안 가는 거예요. 피곤하다면서 잠깐 자고 가면 안 되냐고.

그래서 그날 아침까지 같이 있었어요.


* 어쨌든 했다는 거잖아.


- 했어요.

근데 왜 자꾸 “했냐?”라고 물어요? 그게 뭐 중요하다고.


* 야, 그게 중요하지 뭐가 중요한 건데?


- 물론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녜요.

그래도 하는 것만 가지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형, 그거 알아요?

같이 누웠을 때 가슴에 폭~ 안기는 따듯한 느낌.

솜털 같이 부드러운 뭔가가 내 품에 안겨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거.

그냥 이대로 계속 있고 싶다. 뭐 그런 기분.


* 어쨌든 진짜로 처녀였냐, 네가 처음이었냐고?


몰라요. 하여튼 되게 아파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해요? 


* 야! 사람들은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해.


- 요즘 세상에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 그건 니가 이상한 거지.

사람들은 진짜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한다니까.


-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그런 소릴 해요?

어쨌든, 들어 보세요.

언제부턴가 연락이 안 되다가 어제 다시 본 거예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바빴다나 뭐라나.

전 아직도 학생이라는 거 안 믿거든요.


* 잠깐만, 지금 스무 살이면 너하고 잤을 때는 살이었다는 소리야? 

열아홉 살이었다는 거네. (쩝, 필리핀에서야 뭐 결혼도 할 나이지만...)


지금 그 이야기 하는 거예요.

어제 또 저 보고 자자고 꾀는 거예요. 그래서 시간 없다고 했더니 

자기 이제 스무 살이 넘었으니 좋은 호텔도 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한국 손님들 오면 소개해 달라는 거예요. 

전에는 어려 보여서 큰 호텔들은 못 들어갔다는 말인 거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가슴이 꽉 막히면서 죄책감이 확, 오더라고요.

내가 도대체 얘한테 무슨 짓을 했었나 싶기도 하고요.


* 야... 니가 왜, 죄책감이 들어?

너 이전에 다른 놈들하고 많이 했을 수도 있잖아.

여기서 열아홉이면 늦은 나이도 아닌데 뭐.


- 이전에 누가 했고 안 했고 문제는 아녜요.

그냥 마음이 그랬다는 거예요.


저도 조카들 키우고 있잖아요.

집에 있는 중2짜리 조카하고 키도 비슷하고 몸매도 비슷해요.

괜히 기분이 그랬어요. 

헤어지는데 자기 전화번호 바뀌었다고 찍어 주더라고요.

돌아서 오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내가 예전에 못 할 짓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 너 걔 번호 지웠냐?


- (잠시 침묵) 


* 그 봐, 너 그러다가 또 술 먹고 당기면 전화할 거잖아.

어차피 나이도 문제 없겠다.

이제 양심의 가책 느낄 것도 없겠네.


- 그래도 그 애는 아닌 것 같아요. 

당기는 건 당기는 건데 그래도 그 애는 아니예요. 

사람들이 왜 어린 애들하고 그걸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어요.


* 뭘 모른다는 거야? 

섹스는 다 똑같은 섹스야.

열아홉 살 하고 하던, 오십 살 하고 하던 섹스는 똑같은 거 아냐?


- 저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도 같이 씻고 비누칠해주고, 맛난 거 먹고,

포근한 침대에서 껴안고 자는 거, 그런 걸 섹스라고 생각해요.

누구하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요.


* 정말 이해 안 되는 소리 하네.

그래서 넌 걔 하고 할 때 안 쌌냐?


- 싸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죠.


* 사람마다 달라,

네가 생각하는 섹스가 그런 것 일 뿐이야.


- 어쨌든 마음에 걸리는 섹스는 하고 싶지 않아요.


* 그럼 애들 돈도 주지 마.


- 그건 달라요.

나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죠.


* 그건 비겁한 변명인 거지.

그냥 돈 주고 섹스 파트너를 사는 거잖아.


- 돈은 애들이 워낙 힘들게 살아서 미안해서 보태주는 거죠.

저는 함께 잔 사람을 샀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내가 걔들 한테 돈 준 게 사람을 산 거라면, 

여자가 결혼할 때 돈 많은 사람 찾는 거랑 뭐 달라요?

연애할 때 돈 많은 상대에게 맘 끌리는 거 하고 뭐가 다르냐고요?


* 그건 달라.

배후자로 돈 많은 상대를 찾는 건 일신상의 안위를 구하는 거지.

2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잖아.

"미래에 잘 살아보자"는 거 아냐. 

그건 섹스 끝나고 돈 주는 거 하고 다른 거야.


- 내 보기엔 그게 더 비겁한 변명 같구먼.

그 선택에 사랑이 어디 있어요?


* 야! 세상을 그렇게 삐딱하게 보면 안 돼.

현실은 현실인 거지.


- 현실은 무슨, 그냥 사랑보다 돈이 앞서는 거지. 

하여튼 전 그런 마음으로 돈 줘요. 감사한 마음으로 준다는 거죠.

사랑하지는 않지만 감사는 하다는 거죠.

받는 애들이 어떤 마음인지는 관심 없어요.

그건 그 애들 자유예요.

제가 걔들보다 좀 더 여유 있으니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걸 상대가 좋아하니까, 행복해 하니까 다행인 거고.

상대가 좋아하고 행복해 하면 기분 좋잖아요.


* 걔들이 널 어떻게 생각할 거 같냐? 

매너 좋다고 생각할 거 같냐? 아니면 바보라고 생각할 거 같냐?

나는 호구라고 생각할 거 같다.


- 저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섹스를 해요.

호텔에 가기 전 까지는 오늘 얘 하고 어떻게 해 볼까?

이런 생각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막상 함께 누우면 그런 생각은 없어지더라고요.

몸이 그렇게 되지를 않아요. 어떻게든 상대에게 맞추려고 하게 되거든요.


* 그건 네가 마음이 여려서 그래.

단번에 싼다고 행복감에 젖지 않는다고 생각하냐?

너하고 다르게 옷 입은 채로 거칠게 하는 게 진짜 섹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그 사람들은 너 같이 하는 거는 종족 보존을 위한 교미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거칠게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을 무슨 근거로 비난 해?

네가 추구하는 섹스의 행복감이 그 사람들의 행복감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냐?

혹시, 네가 하는 섹스가 도덕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냐?

섹스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는 지점은 사람마다 다른 거야?

다른 사람의 취향을 폄하하지 말라고.


- 그래도 불법적인 취향은 안 되죠.


* 불법을 이야기하는 게 아냐? 

취향을 이야기하는 거야.


- 됐어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네가 깨끗한 취향 가졌다고 다른 사람의 방식을 욕하면 안 돼.

네 기준으로 남을 왈가왈부하는 건 나빠.


- 그렇다고 강간을 취향이라고 할 수는 없죠.

불법은 불법인 거예요.


* 폭력을 이야기하는 게 아냐 섹스를 이야기하는 거지.

강간이 어떻게 섹스냐? 그건 폭력이야. 그건 범죄 행위잖아. 

섹스를 범죄하고 착각하면 안 되지.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 사람들이 자신의 섹스 취향이 뭔지 모른다는 거야.

특히 한국 사람들은 더 그래. 자기가 어떤 취향인지를 모르니 

어디서 보고 들은 것만 가지고 해보려고 하거든.

그래서 포르노나 따라하려고 하는 거야.


- 섹스 취향을 어떻게 알 수 있어요?


* 넌 어떻게 알게 됐냐?


- 그냥 알게 됐어요.


* 그런 게 어디 있어, 너 지금까지 몇 명하고 해 본거 같냐?


- 글쎄요? 한 30명 되려나?


* 넌 많이 해 봐서 알게 된 거야.

그것도 여기서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해 봤잖아.

그런데 한국사람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고.

해 본 적이 없는데 취향이고 나발이고가 어디 있냐?

평생 한 명하고만 하는데.

그러니까 머릿속에 망상만 생겨서 성인물에 빠져서

이상한 상상만 하는 거라고.


- 그렇게 하면 허탈하지 않나?


* 망상을 쫓으면 당연히 허탈하지 그래서 취향을 모른다고 하는 거야.

자기가 어떤 섹스를 해야 행복한지를 기본적으로 모른다는 거야.


- 저는 섹스는 행복에 빠지는 최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때로 허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 순간은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함께 자는 게 좋아요. 

함께 잠들면 조금은 길게 행복을 느낄 수 있잖아요.


* 말은 그럴 싸 한데 호텔 나설 때 허탈감은 이러나저러나 똑같지 않나?

넌 호텔 나올 때 허탈하지 않냐?


- 허탈감이야 있지만 좋은 섹스는 끝나고 나면 허탈함 뒤에 만족감이 있어요.

그러니까 또 하게 되고 좋은 상대를 찾게 되죠,

그런데 나쁜 섹스는 허탈함 끝에 더러운 느낌만 남죠.


* 허탈감하고 더러운 느낌하고 어떻게 다르냐?

그냥 말만 바꾼 거 같은데.


- 달라요.

설명 하긴 힘들지만 만족감이 동반된 허탈감도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좋은 섹스를 하면서 살고 싶어요.

돈을 낸다고 무조건 나쁜 섹스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당장에 파트너가 없는데 어떡해요. 돈이라도 내야지. 

돈을 내고라도 하는 거고 기왕이면 좋은 섹스를 하고 싶은 거죠.

운이 좋아 상대가 내게 잘 맞거나 잘 맞춰주면 감사해 하는 거고요.

그럴 땐 적어도 호텔을 나설 때 허탈감이나 더러운 느낌은 들지는 않아요.

허탈감 속에 만족감이 있죠. 때론 상대가 고맙기 까지 하죠.

상대는 어떨지 모르지만.


* 그런데 돈 받고 섹스하는 애들이 잘 맞춰 주냐?


- 왜 그래요. 안 해본 사람처럼. 당연히 잘 안 맞춰 주죠.

“Not yet?, Not yet? (쌌어, 아직 안 쌌어)?” 이런 애들이 대부분이죠.

그래도 가끔 진짜 괜찮은 애들 만날 때도 있어요. 

내가 최선을 다하면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또 하게 되고 그런 거죠.


* 너 지금 진정성이 있는 섹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잖아.

다른 사람들도 싸는 순간에는 다들 진정성이 있다니까.


- 그래도 싸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닌 거 같다는 거예요.

그건 자위하고 똑같잖아요.


* 음~, 너하고는 대화가 안되네. 

그냥, 프린세스 다시 만나라.


- 하여튼 걔는 다시 안 만날 거예요.

그 애야 어떨지 모르지만 전 걔한테 죄의식이 있어요. 

다시 만나지는 못할 거 같아요.


* 도대체 무슨 죄의식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무슨 죄의식?


- 그런게 있어요.


* 결국, 너도 설명 못하잖아... 


- ".........."

(법이 만든 죄 말고, 마음이 주는 죄라는 게 있어요. 

좋은 섹스는 그런 죄의식이 없을 때 오는 만족감이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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