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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Oct 18. 2022

의식의 흐름에 따라 생각난 것들...

Big MaMa & Singing In The Rain 그리고 가을..

1) 의식의 흐름, 시작 (起)  


주말 아침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로 이 영상을 보게 됐다.

볼 생각이 없었는데 조회수가 160만에 가까운 걸 보고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뭔데 이렇게 많이 봤어?" 이렇게 의식의 흐름이 시작됐다.


https://youtu.be/cB81cakLmx


외국 리액터의 초반 설명을 유튜브의 장점 중 하나인 '구글 자막 번역'으로 겨우 넘겼다.

설명이 끝나자 내 기억에서 사라졌던 빅마마가 나이에 걸맞은 귀여운(?) 인사와 함께 노래를 시작한다.

(이 양반들이 이렇게 귀여웠나??? ㅋㅋ)


'빅마마'에 대해서는 애매한 추억이 있다.

이들이 처음 데뷔했을 때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결론은 못 봤다는 것이고 이유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였다.

당시 빅마마의 콘서트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가였다.

난 그 정도의 돈을 내고 콘서트를 볼 정도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 일 때문인지 '빅마마'는 아쉬움 같은 것으로 내 밑의 어딘가에 남아있다.


위 영상에서 빅마마는 첫 곡으로 그녀들의 데뷔곡인 "Break Away"를 부른다. 

보컬 코치인 리엑터는 무척 놀라며 노래에 빠져드는 듯했다. 

나 또한 노래를 들으며 "역시! 빅마마!!" 이런 생각을 했다. 


2) 의식의 흐름, 두 번째(承)


두 번째 곡의 전주가 흘러나올 즈음 나는 불현듯 빅마마의 예전 뮤직 비디오가 떠올랐다.

혹시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빅마마의 "Break Away"의 뮤직비디오는 세간에 상당히 충격을 줬던 작품이다.

내가 가요를 안 듣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너무나도 티 나는 립싱크를 방송에서 하는 걸 보고

부터였다. 마이크가 바닥에 떨어져도 가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그걸 '생방송의 묘미' 따위의

말로 포장하는 걸 본 후 더 이상 한국 노래를 듣기 힘들었다. 


"립싱크는 팬 서비스"라고 당당히 말하는 가수의 노래는 뭔가 속는 느낌이라 들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훌륭한 가수들이 노래 할 때도 "저것도 입만 뻥긋 대는 거 아냐?"하는 의심병이 생겨서

한동안 한국 가요에 정을 둘 수 없었다.  


그런 즈음에 빅마마의 "Break Away"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됐다.

이 뮤직 비디오는 나를 많이 놀라게 했고 꽤 큰 카타르시스를 안겨줬다. 


혹시 뮤직 비디오의 내용을 모르시는 분은 아래 뮤직비디오의 3분 깨 정도부터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왕이면 전체를 감상하길 적극 권장한다.

매우 좋은 노래와 매우 좋은 구성의 뮤직 비디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0hDQLE4kko&t=3s

<빅마마 앨범 "Like The Bible, 2003 " 중 Break Away 뮤직 비디오>


3) 의식의 흐름, 세 번째 (轉)  


어쨌든 'Dingo Music'의 빅마마 리액션 영상을 보다가 이 뮤직비디오를 다시 찾아보게 됐고,

이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내 의식의 흐름은 그 옛날 초등학교 때 TV에서 봤던 뮤지컬 영화로 옮겨 갔다. 


나의 아버지는 음악을 그리 좋아하는 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영화는 무척 좋아했다.

아버지는 할리우드 영화 중에 뮤지컬 영화를 특히 좋아해서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에

뮤지컬 영화를 하면 소리를 키우고 내게 열심히 보여 주셨다. 


그때 본 영화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영화는 율 브린너 주연의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7인의 신부', 마이 페어 레이디 그리고 '싱인 인 더 레인' 등이다. 그런데 이 중 유일하게

나 혼자 본 영화가 있는데 그게 '싱잉 인 더 레인, Singin' in the rain (1952)'이다. 


영화 내내 흐르는 경쾌하고 즐거운 음악과 춤도 좋지만 마지막 반전이 어린 내게 무척

인상적이었던것 같다. 수십 년이 흐른 후 '빅마마의 Break Away' 뮤직 비디오를 볼 때

그 장면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아마도 난 뮤직 비디오를 보며 기시감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Singin' in the rain (1952)'은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제목을 아는 사람은 많은데 영화의 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제목은 알았지만 영화의 내용을 아는 친구는 없었다.

다들 빗속에서 춤추는 장면 정도만 알고 노래만 흥얼거리는 정도였다. 


물론 빗속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은 이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이지만 영화의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https://youtu.be/swloMVFALXw?list=RDCMUCv0R5T2xkjGfk9UR90iZG1A


4) 의식의 흐름, 네 번째 (結)


결국 이 영화까지 생각해 내고 어떻게 됐냐?

의식의 흐름에 따라 "Singin' in the rain (1952)"을 유튜브에서 찾았고,

이제는 저작권이 해지됐는지 무료로 배포되어 있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했다는 거다.

황금 같은 주말에 7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를 집구석에서 혼자 봤다는 말이다.... ^^;; 


이 영화는 1952년에 만들어졌는데 1928년 경이 배경이다.

미국 영화산업이 유성 영화로 극적으로 변하던 시기를 맞아 자본가와 배우, 스텝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멋진 춤과 노래가 엮인 뮤지컬로 보여준다. 또한 영화에서 배우의 실력이

얼마나 중요하며, 당시 미국 상류사회가 영화배우를 대하는 태도가 어땠는지도 살짝 비꼬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면 이런 장면을 지금 찍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촬영기법이나 배우 인프라가 훨씬 넓고 깊어졌으니 하자고 하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힘든 방식으로 영화를 찍진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춤과 노래 장면들은 원테이크로 한 방에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는 날 것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한 컷을 위해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재 촬영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또한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코믹화해서 영화를 전반적으로 가볍게 만들었다.

아마 어릴 때도 그 가벼운 느낌 때문에 이 영화를 좋아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4G_BAC-Zc

Singin' in the rain (1952) - The Last singing scene (이 영상만 보면 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영화 전체를 보면 그럴만해서 그렇게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싫어졌다.

오토바이 타는 건 더 싫다. 


13년이 넘게 방문 밖의 온도가 방 안의 온도보다 높은 곳에 살았다.

그동안 내게 방문을 연다는 것은 더운 곳으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지금은 방문 밖이 방 안 보다 더 추운 곳에 살고 있다.


계절이 뚜렷하면 인간은 부지런해진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먹을 걸 준비하고, 옷을 준비하고, 땔감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걸 알면서도 추위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안에 콕 붙어 있다 보니 이렇게 의식의 흐름을 빙자하여

예술의 즐거움을 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시인 느낌?? ^^::) 

학문과 예술의 차이에 대해서 얼마 전 이런 해석을 본 적이 있다.



[학문과 예술의 차이]

학문은 기본적으로 자기를 밟고 가라는 것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어떤 논문을 쓰면 그것이 내일이면 부정될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떤 작업을 남기더라도 나를 밟고 가시오"가 학문이다.


그러나

예술은 몇 천 년 전 작품이라 할지라도 (예술의 도구라든지 표현의 발달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그 자체로서 우리를 일정한 수준에서 만족시켜 주는 무엇이 있다.


인간의 삶이 충실하게 되고 온전하고 조화롭게 살려면 항상 '학문과 예술'을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한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그때 인간은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유튜브 일당백, '땅과 바다' 중 발췌)


예술의 감성이 느껴지는 즐거운 가을이다.

겨울이 되면 또 어떻게 될는지....



덧)

https://youtu.be/GB 2 yiIoEtXw

이걸 원 테이크로 한 방에 찍었다는 걸 믿을 수 있는가? 헐~~ 셋 중 한 명이 0.1초만 틀려도 처음부터 다시.... ㅋㅋㅋ




빅마마 재결합 인터넷 딩고 뮤직 라이브 공연(2021) 풀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OsRogAzmsF8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는 빅마마의 공연.

어떤 외국의 유튜버가 이 공연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

"그들은 노래를 부른게 아니라 공연을 했다.

이런 공연을 공짜로 본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라고... ^^;; 


나는 감사함을 느꼈다.

시간이 흐른 어느날 2022년의 가을을 떠올린다면,

난 아마도 제주도의 구석방에서 혼자 본 '빅마마의 딩고 뮤직 공연'과 'Singin' in the rain (1952)'이

가장 먼저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살면서 이런 지점이 생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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