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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Oct 02. 2022

젠장~!! 그래서 'HUNT 2022'를 봤다.

망중한(忙中閑) : 바쁜 가운데 잠깐 얻어 낸 틈

좀 전에 "헌트, HUNT 2022"를 다 봤다.

제목에 "젠장!"을 붙인 이유는 '젠장맞을'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 문득 눈이 떠져 '망중한()'에 빠졌다.

자다 깨서 침대에 누워 '망중한()'이라니 말이 안 되지만 잘 때도 머리가 

항상 복잡하니 그냥 그렇다면 그런 거다.


새벽에 쓸데없이 일찍 잠이 깨면 낮에 졸음이 쏟아져 문제가 심각해진다.

오늘처럼 잠이 오지 않으면 정말 미칠 노릇이다. 이럴 땐 뒹굴대며 잠을 청해 보지만

다시 잠들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 컴퓨터를 켜서 쓰다만 글들을 훑어보거나

웹서핑으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근데 어라? 오늘은 웬일로 쓰다만 글에 문장을 붙이니 막혔던 부분이 술술 풀리며 

결론까지 딱!!~~~ 한 방에 마무리가 되는 게 아닌가?


"캬!! 이런 맛은 참 오랜만인데....ㅋㅋㅋ, 아주 좋아, 얼마만이냐 이렇게 깔끔한 마무리!!"

이딴 소리를 하며 만족스럽게 글을 끝내고, 추가할 인용구를 찾으려고 뒤로 가기 버튼을

두 번 눌러서 찜해 놓은 자료를 찾았다. 그런데 그 순간 드는 서늘한 느낌.... 헉~~ 설마..


아차 싶어 앞으로 앞으로를 눌러 다시 게시판 편집기 화면을 띄웠더니,

엥~~ 방금 써놓은 글이 새벽에 처음 띄웠을 때 상태로 돌아가 있는 거 아닌가?

"우 씨~ 다 어디로 간 거야?"

"이럼 안 되는 거잖아. 기계라도 양심이 있어야지... (헐~~~)"


별짓을 다 해도 커서만 깜박일 뿐 마무리했던 글은 나타나질 않았다.

게시판 편집기 믿지 말자 몇 번을 다짐했으면서도 이런 실수를 잊을만하면 한 번씩 한다.

젠장~~!!! 망연자실 손을 놓고 허탈해 있는데 갑자기 모니터 구석에 '헌트(HUNT 2022)'

영화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허탈한 마음으로 클릭을 했다. 근데 헐~ 이게 장난이 아니네.


예상 못한 내용이어서인지 영화는 처음부터 꽤나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배경이나 줄거리를 모르는 상태다 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꽤나 힘들었지만

역사적 사실을 모르진 않아서 머릿속에서 재구성하기가 크게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기술적 문제인지 내 스피커의 문제인지 대사 전달이 잘 안 됐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배우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가 없었다.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가는데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 할 수 없이 영화를 잠시 정지하고 해외의 자막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글자막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한국어 공부하는 외국인도 많다는데 개봉 영화도

한글자막 필수로 달아주면 안 되는 걸까? 


언제부턴가 한국영화를 잘 안 보게 됐는데 큰 이유 중 하나가 대사 전달이 잘 안 되서였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한국영화나 드라마가 생기면 꼭 자막 사이트들을 뒤져 한글자막을 확보해서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영화 사이트를 뒤지다 알게 된 사실인데 영화 '헌트, HUNT 2022' 내용 전달의 문제는

나만 겪은 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사가 안 들려서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겠어요."

"자막 좀 달아 주세요."

"중요한 순간이 휙 지나가는 느낌이라 감정이입이 안 돼요. 자막 없나요?"

"한글 자막 어디서 구하나요?" 등등...

영화는 좋았는데 기술적 이유로 영화의 흥미가 반감된 점은 크게 아쉬운 점이다.


이정재의 얼굴에서 '오징어 게임' 456번의 모습이 자꾸 보여 감상에 약간의 방해는 되었지만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매우 좋았다. 특히 단역으로 출연해준 배우들이 영화를 

살리는데 큰 몫을 했다. 역시 이름값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외국인 배우들을 좀 

좋은 배우를 썼으면 안 됐을까? 외국인 역할 부분은 많이 아쉬웠다. 이건 '오징거 게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소재가 좋아서인지 영화의 중간까지 도대체 이걸 어떻게 풀어낼까 호기심이 끊이질 않았다. 

이렇게 긴장감을 길게 유지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영화로 생각된다.  

결말이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그 억지가 영화의 주제임을 감안하면 용납 못할 정도는 아니다.

많은 것을 담으려 해서 중구난방이 될뻔하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 오랜만에 엔딩 크레디트를 

끝까지 봤다. 각본을 쓴 이정재가 한국인으로서 아픈 역사의 시점을 올곧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조금은 놀라웠다. 자신의 생각을 뚜렷이 밝히는 그가 멋있어 보인다.  


영화의 카타르시스 덕분에 새벽에 날린 글에 대한 통증 일부를 잊었다.

영화마저 볼품없었으면 하루 종일 짜증이 났을 텐데 이정재와 정우성이 날 살렸다.

저녁쯤에는 날려먹은 글이 떠올라 마무리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 알차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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