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랑끝 Apr 06. 2023

(답장) 남은 게 의외로 많더라는...

"Guess what."

한국 사람이 사라졌어요... ㅠ.ㅜ

이게 울어야 할 일인지 웃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보홀(Bohol, Phinippines)은 한국사람 구경이 힘든 곳이 됐습니다.

이 말은 제가 생계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맥도날드 오늘 아침 풍경입니다.

거의 절반 이상을 한국인이 차지하던 곳인데 한국 사람이 저 혼자 밖에 없어요.

가이드들도 다 떠나고 이제 남은 사람이 손에 꼽히는 듯... ㅎㅎㅎ

몇 개월을 더 버틸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없으니 더 여유있고 좋네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한국 취항 항공사들이 보홀 직항 노선을 다 끊었어요.

제주 항공 한 대만 남고 전부 전멸. 

비행기 한 대로 거의 10개 회사가 나눠먹기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현지인들 입장에서는 빈자리를 대만 관광객이 채우고 있으니 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여기선 이제 동양인들 보면 "코리안?" 하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대부분 "타이와니스트"가 됐어요.

필리핀이 아직 중국 본토에는 문을 안 열어주네요. 아마도 다음 달 쯤이면 열리겠죠? 


저는 그냥 여기 남을 생각입니다.

손님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 7월 성수기 때 다시 항공이 들어올 걸 기대해 보죠 뭐. 

다행히 오늘 한 팀이 들어와서 적어도 4일간은 또 바쁘게 생겼어요.

이번 팀에 최선을 다해서 또 일주일치 식량 확보 해야죠. 

사는 게 다 이런 거 같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거......


다행인 건 시간 여유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여유 있는 만큼 하고 싶던 거 하나씩 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지난 주에는 시간이 남아 3시간 동안 오토바이 타고 가서 '초코릿 힐'에서 일출을 보고 왔어요.


어제는 보름달 보면서 수영장에 누워있는데 현지인 '라이프 가드'가 묻더라고요.


"R u happy?"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어요.

"Guess, what"


그랬더니, 그 친구가 막 웃더군요...ㅎㅎㅎ


아직은 남은 게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니 제게 남은 게 의외로 많더라고요. ^^;;


그럼 이만..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글이 길어진다는 것은 과장됐다는 뜻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