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은 일이 생긴다.
내가 사는 집 맞은편에는 요렇게 생긴 펍(선술집)이 있다.
동네에서 유명한 곳이라 새벽 3시에도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깰 정도이다.
불금에는 오토바이가 20대 이상 앞에 서 있을 때도 많다.
난 잠귀가 그리 밝지 않아 그냥 견디는데 집주인 양반은 꽤나 싫어하는 눈치다.
오늘 4시간 동안 떠들고, 6시간 차 타고, 300개도 넘는 계단을 왕복해서, 20불을 벌었다.
(한국돈 약 2만 6천 원)
집에 돌아오니 도저히 집안일을 할 기분이 아니다.
그래서 집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돌려 무작정 펍에 들어왔다.
소주 두 잔이 치사량인 나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당구를 치고 잡담을 하고 있다.
누군가 "She's Gone"을 부르는 데 절반은 목소리가 안 나온다.... ㅎㅎㅎ
덕분에 기분이 많이 풀렸다.
바텐더와 몇 마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산미겔 필센 한 병과 땅콩 한 봉지, C2 아이스티 한 병 값으로 145페소를 냈다. (약 3,400원)
오늘 같은 날이 아니어도 여긴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아무리 봐도 이 나라가 적성에 맞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