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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May 02. 2021

'추어탕(鰍魚湯)' 먹으러 가는 길

봄날 썼던 글...

<< '추어탕(鰍魚湯)' 먹으러 가는 길 >>


광명시에 가면 유명한 추어탕 집이 있다.

추어탕은 독특한 맛이 있어 누구나 즐기긴 어려운 음식이다.

나는 어릴 때 어머니가 자주 끓여줘서 잘 먹는 음식이고 좋아하는 편이다.

어제는 친구를 만나서 광명시의 유명하다는 추어탕 집을 갔다.


식당에 사람이 많았다.

거리 두기 때문에 한 번에 여럿이 식사를 못 해서인지

대기하는 손님도 꽤 됐다.


운 좋게도 창가 구석에 자리가 나, 5년 만에 만난 친구와 추어탕을 한 사발 했다.

따뜻한 봄날 뽀얗게 피어있는 봄꽃들을 보며 옛날이야기와 소소한 요즘 이야기를 했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살다 보니 딱히 먼저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가 없다. 그런데 

이 친구는 연락을 끊지 않고 내가 서울 근처로 들어오면 항상 먼저 연락을 한다.

한 살 차이인데도 학교에서 만나서인지, 꼭 ‘형’이라 부르며 존칭을 깍듯이 한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간단한 수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편한 사람은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다.

나도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으련만 내가 날 돌아 볼 때

난 그리 편한 사람이 아니다. 지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면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했던가?” 돌이켜 생각할 때가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의 절반은 아는 척이고, 절반은 잘난 척이다.

이게 버릇이다 보니 누구도 나와의 대화가 즐거울 리가 없다.

나쁜 버릇인 줄 아는데도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이런 내게 25년이 넘게 밥과 술을 사주는 그 친구는 재림한 천사에 가깝다.


세상이 시끄럽다.

온통 울긋불긋한 현수막과 확성기가 서울 거리를 매웠다.

그런데 하천 하나를 건너 광명시로 들어오니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

청아한 봄날 꽃길을 달려, 먹고 온 추어탕 덕에 온종일 기분이 좋다.

아니,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일 것이다.


다행이다.

아직 만날 사람이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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