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고 보여진다.
지금 살고 있는 방이 다음 달이면 계약이 끝난다. 부동산에 매물이 올라간 후 지금까지 세 분이 다녀갔고 나도 오늘 방을 보고 왔다. 아직 누군가 살고 있었는 방이었다. 내 방과는 정반대의 구조에 창문 방향은 같았고 세간은 간소했다. 집이 깨끗한지만 보려고 했던터라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내 방에 돌아와서야 ‘아, 창 밖이 어떤지 보고 올걸. 화장실 불 한 번 켜볼걸’하고 후회한다.(현관에서 냄새가 났는데 담배 때문인지 화장실 때문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묘하다. 재작년, 이 방을 처음 봤을 때도 누군가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방에 슬쩍 들어가서 요리조리 살펴봤다. 그리고 이제는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 저녁마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내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덕분에 설거지도 안 미루고 바닥도 잘 쓸고 물건도 정리하고 있지만 은근히 신경 쓰인다. 아직 우리 엄마도 안 와 본 방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사람과 세간이 다 빠져나간 후에 집을 보여준다는데, 우리 나라는 언제부터 살림이 들어찬 집을 보여주게 된걸까? 임대 시장에 나온 건 내 방인데 내 생활도 덩달아 내놓아진 기분이 든다.
부동산에서 방을 보러오겠다고 전화가 온 지 한 시간 째. 방을 정돈하고 머리카락을 닦아본다. 하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다. 내일 온다고 한 걸 잘못 들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