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뉘일 방 하나가 필요할 뿐인데
가계약을 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살아간다는 건 꿈이 작아지는 길을 걷는 게 아닐까. 어릴 땐 벽이 책으로 가득 찬 서재가 있는 집(창가에 책상이 있어야 한다.)을 꿈꿨는데 오늘 나는 7평짜리 오피스텔이라도 내 집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서재가 있으려면 일단 방이 2개여야 한다. 그리고 방 하나가 늘면 월세는 2배가 된다.- 꿈은 원대해도 되지 않나. 쪼들리는 건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인데 왜 꿈도 쪼그라드냐.
처음 육지로 올라오면서 7평짜리 방을 마주했을 땐 막막했지만 오늘은 이만하면 괜찮다고 가계약을 했다.
나쁘지 않다. 월세도 낮췄다. 적극적으로 등을 떠미는 부동산 덕에 집을 구하는 시간도 줄였다.
하지만, 어딘지 무기력해진다.
줄어드는 꿈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