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내 카페엔 카푸치노가 없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사내 카페엔 카푸치노가 없다.
아쉬운 마음을 카페라테로 달래 본다.
언제부터였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부턴가 비 오는 날엔 카푸치노를 마신다.
평소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이미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셨으면 루이보스차(회사 한정). 가끔 달달하게 마시고 싶어서 과일차나 단 음료를 주문하면 마지막 모금에서 생각한다. '역시 아메리카노를 마셨어야 했어.' 이것이 바로 으른의 맛.
하지만 비 오는 날엔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제주에서 일할 때는 비 오는 날이면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구석 창가로 갔다.
따뜻한 카푸치노를 홀짝이며 비 오는 주차장을 구경하거나 구름을 보거나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느낌이 좋아서 가끔 마른하늘에 카푸치노를 주문하는데, 비 오는 날만큼 푸근하지도 고소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카푸치노가 맛있나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우유가 들어가서 부드러울 것 같지만 내 입엔 텁텁한 맛이 더 오래 남는다. 어느 날은 커피의 씁쓸함과 우유의 텁텁함만 가득 삼키기도 한다. 아메리카노로 입을 헹구고 싶은 심정.
창문에 빗방울이 부딪힌다. 아직 회사니 라떼나 한 잔 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