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펑펑펑
제주도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다. 가끔 폭설이 있지만 그도 일주일이면 다 녹아 없어진다.
육지에 올라온 건 2년 전 겨울이었다. 생전 처음 '살을 에이는 추위'를 느끼며 제주의 칼바람 vs 육지의 시베리아급 체감온도 사이에서 저울질을 했더랬다. 제주의 바람은 생체기를 내고 육지의 추위는 뼈가 삭는 느낌이다.
제주의 눈은 동글동글한 싸락눈이다. 눈이 오면 투두둑하고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눈이 내리면 세상이 고요해진다는데 그런 거 없고 투둑거리며 창문도 때리고 내 얼굴도 때리면서 가로로 흩날린다.
반면에 육지의 눈은 몽글몽글한 함박눈이다. 지금도 바깥엔 눈이 넘실거린다. 이런 날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회색 하늘에 둥그런 먼지 덩어리들이 팔랑거리는 기분이 든다. 깨끗하고 보송한 먼지. 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오는 길에 자꾸 웃음이 났다. 벌써 바닥에 엉겨 붙은 잔해 때문에 미끄러지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소리 내서 '히히' 웃고 싶을 만큼 좋았다. 어쩌면 나는 날 때부터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이제까지의 환경 때문에 평생을 모르고 지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오늘은 그저 목이 아플 때까지, 머리가 핑 돌 때까지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앞에 두고 창 밖을 들여다보고 싶다. 나뭇가지에 함박눈이 쌓이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
일하기 싫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