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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Feb 07. 2018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사랑이 현실인 것처럼
작가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모두는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p.9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는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록산 게이, <와일드>의 셰릴 스트레이드, <어바웃 어 보이>의 닉 혼비 등 미국 작가 33인의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에세이 또는 인터뷰 형식으로 '나는 글 쓰며 이렇게 살았다'는 경험을 말합니다. 작가로 먹고살려면 '반드시 이렇게 해야 된다!'는 식의 충고가 전혀 아니라서 저항감이 없습니다. 작가마다 초상화 일러스트가 함께 있어서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대중과 사회는 작가가 어떤 소명이나 열정을 위해 예술 행위를 실현한다고 생각하지 일을 한다고 보지 않는다. 성공한 작가들은 흔히 글 쓰는 일이 좋아서 한다고 말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 이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스크래치>라는 온라인 잡지는 처음에 작가들끼리 일과 돈에 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됐다. /p.7 머릿말 -엮은이 만줄라 마틴


 저는 처음 보는 작가들이고, 미국 업계 이야기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들과 출판 사업 이야기면 회사 이름, 돈의 액수, 정서 등이 더 와 닿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본질은 같기에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작가들이 1) 일과 삶, 2) 예술성과 상업성, 3) 집필과 출판 사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본문을 살펴보겠습니다.




1. 희망과 절망 사이: 배고픈 예술가의 초상화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나요?"

"네."나는 대답했다.

"공과금 낼 방법을 찾아야 할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p.188


나는 돈 때문에 울고 있었다. 현금 인출기에 따르면 내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였다. 주머니에 잔돈이 있었지만 앞에 있는 매점에서 과자 하나 살 정도도 되지 않았다. 배가 몹시 고팠다. p.28


 위와 같은 내용에서 배고픈 예술가의 일상을 생생히 보게 됩니다. 식당에서 사이드 디쉬만 시키지만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 메뉴만 좋아해서 그런 척하고, 공과금을 내지 않고 컴컴하게 살면서 집값을 냅니다. 한 명이 아닌 여러 작가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입니다.


 종신 교수직을 그만둔 겨울, 나는 머리를 자르러 갈 돈도 없었다. 거울 앞에 서서 긴 머리카락에 가위를 댄 채 울음을 터뜨렸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 내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남은 것은 단 하나, 작가로서의 정체성이었다. 기사를 취재하거나 비영리단체의 기부금 요청서를 쓰면서 생계를 유지한 이후 손을 놓고 있던 글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 공과금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을 말하기 위해 글을 썼다. 바로 그 부끄러움과 고통을 말하기 위해. p.37-49


 몇 작가들은 결단력 있게 일을 그만두고, 간절한 마음으로 글쓰기만 합니다. 그게 바로 원하던 일이니까요.


나는 한 가지 생각으로 버텼다. '이게 바로 네가 원하던 거라고!' p.108


 다행히 그들이 영원히 배고픈 건 아닙니다. 드디어 책이 출간됩니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예금계좌에는 돈이 없었고, 책 쓰는 동안 썼던 돈을 갚으니 텅장이 됐다고 합니다. 책 표지에 분명히 작가로 사는 것에 대한 '이상과 현실'이라고 쓰여있었는데 '현실' 파트가 80% 이상인 느낌입니다..




2. 글쓰기와 생계 사이: 밥벌이를 얼마큼 할 수 있을까


 책에 나오는 작가들은 현실에 발을 딛고 글을 씁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말은 돈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어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도 '최고의 문학 작품은 생계를 글쓰기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서 나온다'며,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제껏 했던 모든 일을 통해 배운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하는 삶이 글 쓰는 삶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삶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p.205


 열심히 한다고 항상 성공하지는 않아요.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측면이죠. 노력을 결과와 비교하는 일은 피해야 해요. 제 멘토인 제임스 엘런 맥퍼슨은 글을 쓰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했어요. 대소변을 치우고 각 방을 청소했죠. 그래도 행복해했어요.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서요. p.212


 나아가 성공을 다르게 정의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항상 결과가 성공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철학이 확고하면 온건하게 글 쓰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 인생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성공을 판단하고 정의하는 기준은 과연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내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했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나? 최선을 다 했나?'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성공이에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거나 오프라 윈프리의 전화를 받는 일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뉴욕 타임스>에서 혹평을 받을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완전히 외면당할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니에요. 제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불과한 거죠. p.63





3. 예술과 상업 사이: 출판은 비즈니스?


 예술과 상업 사이에서 작가는 어떻게 균형을 맞출까요? 작품을 팔려면 대중의 반응을 생각해야 되지만, 너무 맞추면 자신의 색깔을 잃을 수 있습니다.


 책 속에 되도록 기교적인 면과 제 자신, 정직함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했죠. 하지만 뒷면에 바코드가 찍히는 것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은 절대 잊지 않아요. p.302


 한 작가는 돈이 '예술을 추구하기 위한 구성 요소 중 하나'라고 봅니다. 좋든 싫든 돈은 우리 생각에 구애받지 않으니까요. 예술과 상업은 분리되어 있지 않으니 제 값을 하는 작품을 쓰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으면 되겠습니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족, 나라, 지역사회, 동료와 문학적 관계를 맺고 발전시키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 (...) 독자가 원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문학 작품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선물, (...) 신앙심이 깊은 친척이 무신론자 사촌의 정원에 놓으라고 예수 동상을 사주고서는 고맙다는 인사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예술과 상업성을 이론적으로 구분하려는 것은 저속한 욕망에 영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좋은 예술은 독자에게 (...)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놀라게 해야 한다. 예술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세상에 분개하고, 혼란스러워하고, 격분한다고 해도 먼저 좋아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짜증 난다고 해도 세상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은신처에 틀여 박힌 운둔자의 성명서밖에 내놓지 못한다.

 예술과 상업성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는 다르지도 않다. 고생스럽게 쓰고 절박하게 출간하자. 기대하는 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다고 해도, 용기를 갖고 작품에 의도를 부여하고 작품의 미래를 생각하자. p.264



 결론적으로 작가들은 일과 삶, 예술성과 상업성, 집필과 출판 사이에서 저마다 균형을 잡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모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누군가에게 구원이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치열한 생의 고민을 글에 녹여 세상에 공유하는 작가님들께 새삼 감사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에 저는 작가의 꿈을 10년 더 미뤘습니다(?). 누군가를 구원하는 책을 직접 쓰지는 못 해도 구원의 책을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덕업일치 하고픈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직업이 글쓰기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힘이 될 책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란 이렇게 힘들구나, 하고 동질감을 느끼며 위로받을 수 있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크레이그리스트(지역 생활 정보 사이트)에 광고를 올릴 자신감을 찾은 게 놀라울 뿐이다.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 졸업. 브루클린에서 소설 워크숍 수강생 모집 중."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 책이 어떻게 우리를 감동시키고 위로하며 구원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욕구 덕분에 나는 지독한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브루클린의 어두컴컴한 주방에서 첫 번째 작문 수업을 열었다.
 이제 이 수업은 3000명이 넘는 작가를 배출한 '사켓 스트리트 작가 워크숍'으로 불린다. 수업마다 수강생들은 의욕과 열의가 넘쳤고, 내가 동료로 여긴 그들 대부분은 재능도 있고 열심히 노력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되살아났다. 다행히 이번에는 나무의 뿌리처럼 단단하고 깊은 믿음이었다. p.121

 

  한 작가가 어두컴컴한 주방에서 시작한 작문 수업이 3천 명이 넘는 작가를 배출한 워크숍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을 믿습니다. 저처럼 공과금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 오늘 최선을 다하고 희망을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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