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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Jan 16. 2018

<절망 독서>

절망을 마주한 분들에게

 여기 '절망 전문가' 가시라기 히로키가 있다. 그는 스무 살에 난치병에 걸리고 13년간 절망했다고 한다. '절망 독서는' 그에게 위로가 된 문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조근조근 나직하게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스해질 것이다.



절망 전문가 가시라기 히로키가 추천하는 절망 극복법

첫째, 서둘러 절망을 극복하려 하지 마세요.
사람마다 극복에 필요한 시간은 다릅니다. 슬플 때는 먼저 충분히 슬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먼저 고르세요.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듣는 것처럼 절망할 때는 절망의 책이 공감이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동질 효과)

셋째,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는 그 뒤에 접하세요.
충분히 절망을 공감한 뒤에는 밝은 노래나 이야기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이질 효과)


-쓰러져있는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가 중요하다

 사실 절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입니다. 절망을 극복하는 방법이란, 쓰러진 상태에서 어떻게 일어서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가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일단 쓰러져버리면 빨리 일어서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 일어서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결국은 절망을 극복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깊은 절망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무리하게 빨리 올라가려 하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마치 바다 깊이 잠수했다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수면 위로 갑자기 올라가면 잠수병에 걸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이유로 저는 제가 겪은 13년간의 절망 체험을 바탕으로 절망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써보았습니다. /p.8


-슬픔의 치유기간에는 개인차가 있다

 언제까지고 슬퍼하다 보면 "이제 적당히 해야지. 보통 사람이라면 예전에 벌써 극복했을 거야"라는 말을 주위에서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같은 절망을 경험해도, 그 슬픔이 치유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사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다른 사람이 한 달 만에 극복한 일을 극복하는 데 일 년이 걸리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며, 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남들에 비해 그만큼 형편없는 인간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 부디 억지로 밝아지려 하지 마세요. 억지로 극복하려 하지 마세요. 마음이 조급해져서 억지로 빨리 극복하려 하면 오히려 완전히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p.68


-이야기만이 절망을 말한다

 강한 사람이 아닌 약한 사람, 승리한 사람이 아닌 패배한 사람, 꿈을 이룬 사람이 아닌 좌절한 사람, 고난을 극복한 사람이 아닌 극복하지 못한 사람... 저는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있습니다. 바로 문학입니다. (...) 실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절망이, 이야기에서는 정성껏 깊이 있게 묘사됩니다. 바로 그것이 이야기의 멋진 점입니다. /p.98-99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이자크 디네센



-절망의 말이 주는 구원

 저는 대학교 3학년이었던 스무 살 무렵 갑자기 난치병에 걸렸습니다. 그로부터 13년간 병원에 입원하거나 집에서 요양하는 강제 은둔 생활이 이어졌는데, 이때 가장 자주 읽은 책이 바로 카프카의 일기나 편지였습니다. (...) 카프카의 다음과 같은 말이 얼마나 구원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미래를 향해 걷는 것은 못합니다. 미래를 향해 좌절하는 것, 그것은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쓰러진 채로 있는 것입니다." /p.127-128


-달처럼 밤의 어둠과 공존하는 밝음

 라쿠고의 밝음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을, 훌륭한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을, 훌륭한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을, 그리고 정말로 변변찮지만 그런 점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점을 사랑스럽게 여기며 넉넉하게 감싸 안는 밝음입니다. 해처럼 어둠을 내쫓는 밝음이 아니라, 달처럼 밤의 어둠과 공존하는 밝음입니다. /p.171




늘 태평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밑바닥을 두드려보면
어디에선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키



 넘어졌다. 넘어진 채로 2년을 넘게 보내고 있다. 사실 늘 태평해 보이고 싶다. 그렇게까지 절망할 상황도 아니니까. 더 절망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난 괜찮아야 된다.

 당신은 귀를 잃은 반 고흐처럼 울었다. 귀 없이 당신이 울 때 나는 어찌 할 줄 몰라 절망했다. 이전에 절망을 극복한 이야기를 선물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그저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도록 기다려야 된다. 나중엔 '절망 독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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