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통의 존재> 중에서
<보통의 존재> 책에서 말하는 '공개 일기 쓰는 법'이 흥미롭다. 내용을 나누고 싶어 옮겨 적는다.
언제부턴가 일기라는 사적인 기록을 공개적으로 쓰는 행위가 만연하게 되었다. 개인적이기 짝이 없는 글쓰기를 남들이 본다는 전제하에 행하는 일종의 모순된 작업이긴 하나, 이미 문제는 개인적이어야 할 일기를 왜 남들 보라고 쓰느냐 하는 뒤늦은 원론적 문제 제기도 아니요, 남들 보는 일기에 얼마나 진심과 솔직함이 있겠는가 하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은 이미 그게 열 명이 됐든 만 명이 됐든 타자, 즉 일종의 독자들이 본다는 전제 하에 쓰이는 글쓰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이것은 분명 일기이나 그것이 정말로 일기에 그치게 되면 독자를 가질 수도 없을뿐더러 공개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린다.
.. 일기가 일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편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의 '생각'을 담아야 한다.. 왜? 사람들은 글쓴이가 무엇을 했는지, 보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훨씬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다는 게 결국 글쓴이의 생각을 엿보는 것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가능하다.
여기 '친구가 없다'라는 주제로 각각 다른 두 사람이 일기를 쓴다고 치자. 한 사람은,
'나는 친구가 없다. 세어보니 두 명밖엔 안 된다. 친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끝.'
이렇게 단순 사실만을 나열했다. 다른 사람은,
'나는 친구가 없다. 근데 친구라는 게 뭘까? 친구는 어떨 때 왜, 어느 정도 필요한 걸까?'
하면서 친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개했다.
첫 번째 사람의 글을 보면 읽는 이는 그저 '얘는 친구가 없네' 할 뿐 더 이상의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두 번째 사람의 글을 읽으면 친구가 뭔지에 대해서 같이 생각하게 되고 그 의견에 동조하거나, 달리 생각하는 등 결국에 글쓴이와 대화를 하게 된다.
이것이 글쓰기이고 말 걸기이며 소통이자 대화인 것이다.
/p.369-371 '공개 일기 쓰는 법'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중
브런치에서 종종 나에게 말을 거는 글을 만난다. 그러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댓글을 남기게 된다.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일기가 일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보편성을 갖고 내 생각을 담아야 한단 걸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쓰지 못하는 게 함정이다. 독자와 소통하는 글쓰기는 아직 멀었으니 나는 일단 혼잣말하는 걸로.. 그럼에도 (이 사람은 혼자 무슨 말하나-하고) 읽어주는 분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