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글쓰기 노트> 초고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 나는 이 글을 마감일 새벽 1시 27분에 쓰기 시작했다. 당일까지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한글 파일에서 새 문서를 켠 것이다. 완성도 높은 글을 야무지게 쓰고 싶은 욕심에 압도되어 오히려 상황을 피했다.
첫머리에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알고 보면 나와 비슷한 완벽주의자들이 있는데 단지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용기 내어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기로 했다. 혹시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면 나도 그렇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게끔 용기를 주었던 은유 작가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일단 쓸 것. 써야 쓴다. (...) 아무리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느껴져도 자기 능력에서 출발하기. 일단 써봐야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지 어디가 약한지, 어디가 좋은지 볼 수 있다. (...) 자기가 말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써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글을 써 내려가면 그 과정에서 좋은 생각을 얻을 수 있다.”
-<글쓰기의 최전선> 본문 57쪽에서
일단 무언가 쓰다 보면 써진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완벽하게 써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고” 쓸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애쓴 시간 자체가 의미 있으므로. 우리가 애써 모은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가 의미 있으므로.
“잘 쓴 글이든, 미완의 글이든, 숨겨둔 글이든, 파일로 저장하지 않고 날리는 글이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체를 형성하는 노릇이며 '삶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못 써도 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들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한계와 욕망을 마주하는 계기이자 내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이라고. 이제는 나부터 안달과 자책을 내려놓고 빈 말이 아닌 채로 학인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에 어떤 글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우리 어서 쓰자고. “
-글쓰기의 최전선(메멘토, 2015) 본문 35쪽에서
이 글은 <개인주의자 선언>(2015, 문학동네) 서문의 문장들을 바꿔 썼다. 자세한 내용은 주석으로 설명한다. (브런치에서 주석 번호가 안 매겨져서 내용만 남긴다.)
1. 책 제목 ‘개인주의자 선언’을 바꿔 썼다.
2. 첫 문장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다’를 가져왔다.
3. ‘첫머리에 이런 구질구질한 응석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은, 결국 이런 모든 나의 편향이 내 글에 배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분을 바꿔 썼다.
4. ‘지금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고 싶은 한상궁 마마님 말씀이 있다’를 바꿔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