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에 대하여, 또는 오랫동안 사무친 나의 이야기에 대하여 써봅니다.
글쓰기 클래스에서 쓴 글을 기록한다.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이영광 <사랑의 발명>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하지 못했고 너는 떠났다. 상복을 입고 걸었던 거리를 지나며 생각했다. 9월이면 네 번째 기일이다.
벌써 너를 잊고 지내는 것 같아서 처음으로 유가족 자조모임에 참석했다. 사람들 앞에서 너를 소개해야 되는 시간. 기억을 일부러 끄집어내고 싶지 않지만 상처는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고 했던가. 속에 있던 감정을 굳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했다.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고. 그랬군요, 그랬군요. 저도 그래요.. 초면이지만 나처럼 형제자매를 잃은 분들 이어서 바로 마음이 통했다. 그 자리에 가기까지 거의 4년이 걸렸으나 어떤 분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지 2주 만에 혹은 1년 만에 오기도 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유가족 모임이라 해서 분위기가 마냥 어두운 건 아니다. 오히려 밝은 편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 국가인데 아는 사람 중에 유가족을 본 적이 없다. 만났어도 서로 말을 안 해서 몰랐던 건 아닐까.
유가족 지원 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KBS에서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니 인터뷰에 협조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아는 건 이것 하나이다. 어떻게 사는지 그저 말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 누구나 자신이 어떤 마음인지 귀 기울여 들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 오늘 날씨가 어떻다고 매일 대화하듯이 오늘 마음이 어떻다고 일상적으로 얘기 나누면 좋겠다는 것. 해가 쨍쨍한 날이 있고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도 있듯이, 기쁘고 감사한 기분이 드는 날이 있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날도 있다. 모든 감정은 날씨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판단하지 말고 그렇구나 알아주기를.
뒤늦게 달팽이같이 사랑을 발명하려고 묻는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