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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Jan 03. 2020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새해에는 이 책처럼 살고 싶다. 수행승 아잔 브라흐마가 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자는 책이다. 욕심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일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다. 바라는 마음이 적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더라도 평온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감사하므로.


인상 깊었던 본문을 아래에 기록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욕망의 자유'이고, 다른 하나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우리는 주로 욕망의 자유, 곧 선택의 자유를 추구하며 살아가며 세상은 그것은 격려한다. 이제 그것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날마다 들려오는 거부할 수 없는 욕구와 같다.

 "어서 코끼리를 원해. 코끼리를 소유하면 넌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어."

그리하여 코끼리 살 돈을 모으느라 일생의 시간을 다 보낼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코끼리 사료를 마련하느라 허덕일 것이며, 코끼리와 단 한 번도 즐겁게 노닌 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결국 그 코끼리 때문에 자신이 한순간도 행복하지 않았음을 깨달을 것이다. 그것이 욕망의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숙명이다. 고타마 붓다가 6년 고행 끝에 니란자나 강가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첫 번째 진리는 '인간의 삶은 두카'라는 것이었다. 두카는 흔히 '고통'으로 번역되지만, 나는 그것을 '행복의 부재'라고 옮긴다.

 행복의 부재.

당신과 나의 마음속에서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한 코끼리는 결국 불행한 코끼리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리고 불행한 코끼리는 머지 않아 술 취한 코끼리가 된다. 술 취한 코끼리는 곧 '행복의 부재'에 대한 슬픈 증명이다. 그 코끼리가 마음 속에 살고 있지만, 당신은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수가 없다. 코끼리는 '행복의 부재'라는 쓰디쓴 술에 취해 있기 때문이다. 술 취한 코끼리가 어느덧 마음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p.9-10



진정한 만족은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마음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그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다. 고타마 붓다가 깨달은 첫번째 진리가 '행복의 부재'였다면, 그의 두번째 진리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행복을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원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갈망하는 코끼리를 소유하려고 하는 시도, 조종하는 것, 생각하는 것, 계획하는 것 모두가 고통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에는 끝이 없지만, 원하는 것으로부터의 자유에는 끝이 있다. 만일 전혀 원하는 것도 없고 계획도 필요 없다면, 얼마나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겠는가? 진정으로 내려놓는다면 모든 문제는 사라진다. 그때 당신은 이미 코끼리 등 위에 올라앉아 있다. 이것은 깨달음의 아름다운 순간이다.  p.15-16



때로 당신의 마음속 좁은 길로 술 취한 코끼리가 나타날 때가 있다. 그 코끼리는 난폭하게 울어대며 당신의 인간관계를 파괴하려 들며, 분노하고, 질투하고, 증오의 입김을 내뿜으면서 자신이 쌓아 올린 모든 아름다운 벽돌 벽을 부숴 버리려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찾아왔을 때 이 날라기리의 이야기를 기억하라. 마음속 그 분노에 찬 코끼리를 강제로 제압하려 하지 말고, 그 대신 자비의 마음을 사용하라.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활짝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라.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떠한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나의 마음이여,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당신의 미친 마음과 싸우는 대신 그 마음을 평화롭게 대하라. 그 자비의 힘은 너무도 크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마음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온순하게 그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때 당신은 부드럽게 그 마음을 토닥이며 말한다.

 "그래, 내 마음이여. 그래. 내가 다 안다." p.123




우리는 절 짓는 일이 시급한 가난한 승려들이었다. 그렇다고 인부들을 고용할 형편은 더더욱 아니었다. 자재 값만 해도 허리가 휘었다. 하루빨리 나 스스로 집 짓는 법을 배우는 도리밖에 없었다. (...) 마침내 첫번째 벽을 완성한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감탄의 눈으로 내가 쌓은 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제야 중간에 있는 벽돌 두 장이 어긋나게 놓여졌음을 알아차렸다. 다른 벽돌들은 모두 일직선으로 똑발랐지만, 두 벽돌만은 각도가 약간 어긋나 있었다.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 벽돌 두 장 때문에 벽 전체를 망치고 만 것이다! (...) 어느 날 한 방문객과 함께 절 안을 거닐다가 그가 그만 그 벽을 보고야 말았다. 그 남자는 무심코 말했다. "매우 아름다운 벽이군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 "벽 전체를 망쳐놓은 저 잘못된 벽돌 두 장이 보이지 않나요?" 그가 그 다음에 한 말은 그 벽에 대한 내 시각, 나아가 나 자신과 삶의 많은 측면에 대한 나의 전체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물론 내 눈에는 잘못 놓인 두 장의 벽돌이 보입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더없이 훌륭하게 쌓아올린 998개의 벽돌들도 보입니다."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서 오직 '잘못 놓인 두 장의 벽돌'만을 발견함으로써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어 가거나 이혼으로 치닫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 안에서 '두 장의 잘못된 벽돌'만을 바라봄으로써 좌절감에 빠지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하는가? 실제로는 거기 훨씬 많은 훌륭하게 쌓은 벽돌들, 완벽한 벽돌들이 존재한다. (...)

인간은 누구나 두 장의 잘못 놓인 벽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각자 안에는 그 잘못된 벽돌보다 완벽하게 쌓아올린 벽돌들이 훨씬 많다. 일단 이것을 아는 순간,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된다. 그때 우리 자신과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 (...) 내 얘기를 다 듣고 나서 한 건축 전문가가 직업상의 비밀 한 가지를 말해 주었다. "우리 건축가들도 늘 실수를 저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에게 그것이 다른 건물들과 차별화시켜 주는 그 건물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 수천달러를 더 청구하지요." 당신 집의 '특별한 점'은 어쩌면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자기 자신 안에서, 상대 안에서, 혹은 삶 전체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어쩌면 당신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겁고 풍요롭게 해주는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당신이 오로지 그것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을 중단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p.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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