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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시 Aug 04. 2022

나는 남편을 마음껏 사랑하기로 했다.

더 이상 울지 않고 행복하기를.


내가 남편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인지시켜 줘도 인정하기가 싫었다.


남편이 하도 쫓아다녀서 결혼했다!라는 것을 꾸준히 주장하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이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곧 나를 사랑하는 애정의 척도나 마찬가지라 생각하며 끊임없이 검열했다. 수없이 혼자 기대했다가 혼자 실망하곤 했다.


(평소 남편에 대해서는 아래 만화 참조)







얕은 수면 위에 퍼지는 물결 따라 무한정 일렁이지 말고,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본질, 내가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본질. 그것이 사실이고 진실이라면, 어쩌다 가끔씩 폭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어 수면이 파도치듯 흔들리더라도 깊은 바닥바위들은 한결같이 고요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남편의 별 것 아닌 행동에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며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걷어내기. 어쨌든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 가지기. 그리고 내가 더 사랑하면 또 어떠하리, 자존심 버리기.


플라토닉이든 에로틱이든 이성적인 대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씩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상대가 늘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떤 색깔로 칠할 것인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이 문득 검은색으로 보였을지라도 사실은 살살 긁어보면 그 밑에 칠해진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살짝 비쳐 나오는 스크래치였을 수도 있다.


나는 좀 더 희망을 가지기로 했다. 어차피 바뀌지 않을 남편이라면, 내가 바뀌면 된다. 내가 더 사랑하고, 그로 인해 내가 더 행복하고, 그 행복이 내 가족들에게도 전해졌으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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