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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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by 효신


좀 웃기는 얘기지만 술이 좋아 술집을 차리고 싶고 책이 좋아 서점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책 역시 '서점을 열고 싶다'라는 생각의 연장선에서 읽은 책이긴 하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설마 내가 서점을 열겠어?'라는 마음도 분명히 있다. 그러니까 일종의 사전 정보 조사 격으로 읽은 셈이다.


인터뷰가 연구의 수단인 학문을 전공한 나로서는 인터뷰 자체가 목적인 책을 읽는 게 어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어떠한 해석이나 의미 부여, 의견 가감이 필요 없다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에만 오롯이 귀 기울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소규모 서점의 쓸모는 무엇일까?

사적인 서점 정지혜 대표


독자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는다. 선택을 돕는 것이다. 서점원이 책을 한 권 추천한다고 해서 독자의 모든 독서 활동을 통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권의 제안에 불과할 뿐이다. 다만 한 권의 제안을 위해 모든 정성을 쏟을 뿐 (p.31)

사적인 서점은 독자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책을 배송해 주는 1시간가량의 '책 처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취향에 맞는 책을 찾기가 곤란해 왓챠를 애용하고 있는 나로서는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독식하다시피 한 현대의 도서 시장에서 소규모 서점들은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만두니 홀가분하던가? / 천직인 줄로 알았던 일인데, 어찌 홀가분하겠나. 꿈꿧던 일에 가슴이 뛰지 않고 버티는 삶이 되어 버리다니. (p.45)

정지혜 대표는 출판사 편집자로 2년간 근무하다 서점원을 거쳐 본인만의 서점을 열었다. 꿈꿨던 일이 버티는 삶이 되어 버렸다는 그의 말이 절절히 와닿았다. 비록 꿈꾸는 일도 버티는 삶도 아직 온전히 견뎌 보지 못한 나지만 어떤 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 이만한 고뇌가 있을까 싶었다. 그는 서점 운영에 분명 낭만이 있다고 했다. 꿈꾸는 일을 하며 가슴 뛰는 삶을 살기를.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나?

퇴근길 책 한 잔 김종현 대표


불안을 계속 껴안고 갈 셈인가? / 불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인간은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어차피 불안한 존재다. ... 나보다 훨씬 큰 성공을 이룬 선배들 만나서 얘기 나눠봐도 모두 저마다의 불안함이 있다. 다들 그렇게 산다. 나만 불안한 거 아니니까 괜찮다. (p.75-77)

책을 읽다 보니, 어째 서점 주인인 인터뷰이는 서점 운영에 별 불안을 느끼지 않고 나름의 확신까지 갖고 있다고 느낄 정돈데 되려 인터뷰어가 서점 운영에 지레 겁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렇게 생각했으나 아니었습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겠지만. 근데 생각해 보면 나도 또 마냥 소규모 서점 운영은 힘들 거야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 생각보다 덤덤히, 잘 살고 있는 서점 주인들의 모습에 뭐랄까.. 괜히 안심이 됐다고나 할까.


그리고 뭣보다 이 책을 단순히 인터뷰의 나열이라고 치부할 수 없던 것은 삶의 탐색을 거쳐 '서점'에 정착한 이들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가치관 때문이었다. 불안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살아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지금은 자발적 거지를 논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경험을 계기로 다시금 가치관이 변할 수도 있을 거다. 경험을 통해 기준을 만들고, 기준을 통해 선택하고, 선택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쌓아 가는 게 인생 아닐까 싶다. (p.95)

특히 김종현 대표의 인터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스스로 기업 대표 경험까지 했었던 짬바 때문일까. 인생에 거침이 없고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나도 대표의 말에 공감하고 나도 저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지만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그에 준하는 삶을 사는 것은 엄청나게 다를 것이다. 내 인생 역시 무수히 많은 선택과 경험 속에서 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여유 자금을 좀 더 마련한 뒤 시작할 생각은 안 했나? / 500만 원이면 실패할 공간이 1,000만 원이면 성공할까. 5,000만 원으로 시작한들 핵심은 100만 원에 결정될 수 있다. 핵심을 찾는 게 중요하지 돈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p.99)

책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쉬워진 세상에서 오프라인 서점으로서의 고민은 소비자로 하여금 어떻게 서점으로 오게 만드느냐였다. 이러한 고민에 오픈까지 얼마나 준비해야 적당한가, 기초 자금은 얼마만큼 있어야 하는가와 같은 논의는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나는 술집이든 서점이든 뭘 하든지 간에 어떤 핵심으로 문을 열어야 할까. 나는 좀 '내용 없는 인간' 같은데.. 고민이군.



부럽다는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하나? / 어차피 다 거짓말이다. 대답할 게 뭐 있나. 진짜 부러우면 지가 서점 차리겠지. 각자 나름의 기준으로 49가 아닌 51을 취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 포기한 49의 아쉬움을 부럽다고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p.105)

ㅋㅋ이 책 최고의 띵언이지 싶다.



폐업하는 서점을 바라보는 마음은?

51페이지 김종원 대표


서점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무엇인가? / 돈이 되냐고 가장 많이 묻는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서점에 투영한 수많은 고민을 돈이라는 한 단어로 평가하려 하니까. 차라리 되묻고 싶다. 당신의 모든 선택은 오직 돈이 기준이었나. (p.167)

서점을 오픈한 이래 돈이 고민거리에 오르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돈은 최대의 관심사가 아니었음에 분명하다. 돈이 최우선이 아니었기에 지금과 같이 '어느 정도는 먹고산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을 것이다. 서점에 투영한 수많은 고민 속에서 지금과 같은 각자의 서점이 생겨났고 그리하여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을 테니 말이다.


삶에서 어느 정도의 방황과 탐색을 거쳐 '서점'이라는 곳에 정착하게 된 이들이 부럽다. 실은 굳이 서점 때문이 아니어도 자기 성찰과 철저한 탐색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 행복을 찾는 그들의 삶이 부러운 것이 맞겠지.



정말 우연히 이 책을 접하면서 '브로드컬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로컬숍을 연구하는 잡지로 이 책 외에도 5호까지 책을 발행하고 있었다. 기회를 내서 이들의 나머지 책도 읽어 보고 싶다. 또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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