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작가님의 신간이 나와 북펀딩에 참여했던 그림책을 배송받았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빗소리를 BGM삼아 앉은자리에서 휘리릭.
어제저녁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는 비를 머금고 천천히 마르고 있다.
불우한 가정사를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그로 인해 어른이 된 나는 결핍이 너무나 많은 구멍이 숭숭 뚫린 마음을 그림책들로 겨우겨우 꿰매어 막아 놓고 사는 아직 덜 자란 어른이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던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 속의 어떤 말이라도 좋으니, 한 챕터 아니 한 장의 말이라도 들어봤다면 내 맘속 구멍이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그림책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 2020년에,
아직 덜 자란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많이 아팠던 아이가 먼저였고, 아이의 건강이 호전되고 나서도 자나 깨나 아이생각뿐이었다.
그 속에 나는 없었다.
우연히 그림책을 통해 위로받고, 과거의 나를 치유하고...
또 올라오는 상처들을 되새김질하다가도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가 그림책을 사랑하게 된 이유다.
그래서 난 그림책을 마주할 때면 나를 먼저 본다.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하고 머릿속에 수많은 문장을 생각했는데,
구구절절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결국 이곳은 나의 일기장.
갑자기 찾아오는 생각에 또다시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릴 테지.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줄 알았는데 갑자기 떠오른 최근의 기억 하나.
어찌어찌 그림책학교에서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그림책 계약을 했다.
오랜 기간 쌓였던 감정의 골이 깊은 엄마와 연락을 자주 안 한 지 몇 년째인 나는.
어버이날 오랜만의 통화에서 이 소식을 전했다.
언니들에게 들어서 알고 계시단다.
고생했다, 수고했다, 잘 됐다, 잘했다, 등등의 어떤 말도 없이.
"너무 그런 거에 빠지지 말고..."
뚝.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엄마는 여전하다.
'기대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 마음 구석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대하며 살고 있는 아직 덜 자란 어른.
엄마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같은 여자로서 안 된 마음, 측은지심이 올라오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엄마'라는 이름이 먼저가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