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기 오리에게

기뻐의 비밀__어쩌다가

by 송새벽
무채색 속에서 피어나는 노란 가능성

이 책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오리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야기.
하지만 그 발걸음은 단지 한 마리 오리의 걸음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삶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름 낀 세상, 흐릿한 강물, 익숙하지 않은 무채색의 풍경 속에 단 하나의 선명한 색 '오리의 노란 부리와 발' 만이 살아 있다.
그 색은 희망이라기보다, ‘아직 무르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생의 가능성’처럼 느껴진다.


코비 야마다의 문장
“결코 포기하지마.

특히 너 자신을.”
이 문장은 아이를 향한 말인 동시에, 삶에 지쳐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는 어른에게도 들리는 위로다.


아이에게는 “처음의 용기”를,

어른에게는 “다시 시작할 용기”


‘무해한 용기’


단순한 이야기.

하지만 이 단순함이 곧 리듬이 된다.

걷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바라보는 반복.


《나의 아기 오리에게》는 큰 용기나 대단한 성공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 작고, 아직 모자라고, 아직 서툰” 존재가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그건 요란한 성장담이 아니라, 무해한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2lqafqkq.png 나의 아기 오리에게_코비 야마다 글. 찰스 산토스 그림


이룰 수 있을 때까지 꾸는 꿈.

그 꿈에는 '할 수 있다' 라는 믿음이 꼭 필요하다.



지난주부터 동시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 곳에서 만나게 된 이안시인님의 동시집 《기뻐의 비밀》

그 중에서도 지금의 '나'와 닮은 구석의 <어쩌다가> 라는 시.

"아직은
아닌가?
아닌가?"

'아직은' 이 가진 말의 희망.

'난 안돼' 가 아닌, '그렇지만' '언젠가는' 될꺼야! 라는 스스로를 믿는 힘.

그 힘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구절이다.


화면 캡처 2025-11-03 104949.png 동시집 <기뻐의 비밀> 중

꿈에 그리던 '그림책 작가' 라는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따라오는 나에대한 불신이 있다.

정식 출간이 되고, 세상에 내어 놓았음에도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것은 그림책도 나도 매한가지.

자꾸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깍아내리게 되는 스스로에게 믿음이 부족한 상태로 몇달을 보냈다.

인정욕구

오늘 아침,

아이를 등교시키고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보니 '김창옥쇼4'

인정받고 싶어요.
자존심은 세고, 자존감은 낮은 사람들

어라?

내 이야기잖아...ㅎㅎ

자존감과 자존심.

김창옥님도 자신도 예전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잘할 때도 인정하지 못했고, 내가 못하면 나를 무시했다고 한다.

나의 깊은 구석, 나의 심연에 잠들어 있는 내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혼자 있음에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불우한 어린시절, 불우한 가정환경, 기구한 성장과정.

이런 것들로 배틀을 하자면 나는 상위권에 들 것이라는 생각들.

스스로를 불행했다 여기며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잘 컸어, 라고 스스로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감정들.

이 감정들이 오랫동안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인지 내 안에 깃든 타인을 향한 부러움이 금방 '질투'의 감정으로 번지기도 한다. '넌 나처럼 힘든 어린시절을 겪지 않았잖아!' 라는 참 웃기는 감정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귀결이 되는지, 나란 사람은 이놈의 '인정욕구'가 너무나 커서,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음에도 타인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거기에서 눌리는 스위치가 나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비뚤어진 마음과, 필요 이상의 의미부여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을 반복하고는 한다.


자존감 회복

"자녀가 무엇을 잘하지 않아도 부모는 자녀의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결핍이 많은 '나'는, '나를 증명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나를 갉아내어 타인을 챙기고 나를 갉아내었음에도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상처는 몇배로 나에게 꽂히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끝까지 나에게 존재 자체로의 사랑을 주지 않는 부모 가족과 거리를 두는 방법을 택했다.

이제 다들 자기들의 삶이 더 중요한 나이이기에 원래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되었지만, 그 가끔 만나는 관계 속에서도 날아오는 화살을 몇차례 맞고 난 후에는, 나를 지키기 위해 더더욱 거리를 두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나중에 올 죄책감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를 소중히 대하기로 했다.


"좋은 환경에 물들기"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삶.

좋은 그림책을 보고,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시를 만나고,
좋은 드라마, 영화를 시청하고,

좋은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런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아가는 중에 있다.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봐.
원하는게 없다면 네가 직접 쓰는 거지."




키가 큰 해바라기 밭에 '언제가'는 붉은 꽃을 활짝 피어낼 백일홍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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