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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Dec 24. 2023

휴식을 먹어요. 천천히

뷔페에 갔다. 잔뜩 먹어치우곤 "와 진짜 배불러"라는 말을 서너 번 반복해 말한다.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과일을 먹으면서. 첫 접시인 듯 아니 마지막 접시인 듯 최선을 다해 남김없이 맛있게. 어쩌면 이 디저트들을 먹기 위해 수많은 접시를 비워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꽉 찬 배에다가 '우리 티라미수 먹을까?'라고 말하면 위가 저절로 움직여 자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다. 수많은 경험들이 증명한 확실한 사실. 이미 우리의 몸은 디저트를 위해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출근해서 점심을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신다. 세트메뉴마냥 케이크나 과자도 같이 시켜서 먹는다. 이미 배는 불렀고, 커피는 아침에도 마셨지만 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점심시간은 미완성이다. 회사에서 커피는 기능성 음료에 가깝지만 이 잠깐의 시간만큼은 커피의 본질에 집중해 누구보다 여유롭고 싶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꽉꽉 채워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나눠먹고, 가급적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들을 만나서 밥을 먹으면 후식 없이 끝난 적이 없다. 더 이상 나눌 말도 먹어야 할 것도 없는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리를 옮겨서 빵과 커피 혹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리고 또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은 식사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고, 더 비싼 돈을 낸다. 뜨거운 커피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이 시간은 계속되는 거 보면 사실상 후식에서 음식은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안이는 '후식'을 꼭 '휴식'이라고 발음한다. 방금 전도 과일을 먹으려고 씻었더니 "이건 휴식이에요!"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 말이 그냥 귀여웠는데, 생각해 보니 '후식'은 정말 '휴식'일지도 모르겠다. 배를 채우기 위하기보단 몸과 마음을 달콤하게 채우고, 시간에 여유를 더하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게 후식이니까. 그리고 무언가를 먹으면서 '소화시킨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이건 분명한 휴식이다. 그러니 천천히 맛있게 자주 휴식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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