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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Sep 11. 2024

누가 독서를 돈 안 드는 취미라고 했나?

펭귄 랜덤 하우스와 콜라보를 한다고요?


스타벅스 가을 md 상품들이 펭귄 랜덤 하우스와의 콜라보로 출시되었다. 펭귄 랜덤 하우스라니! 한정판으로 출시된 펭귄 클래식의 마카롱 시리즈 구입에 실패한 이후 생긴 펭귄 앓이가 스멀스멀 다시 시작되고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한다.

팽귄 클래식 마카롱 시리즈 ‘러브 에디션’


카페나 베이커리 등에서 출시되는 각종 md 상품들을 보며 도대체 누가 저런 물건들을 구입할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들 뒤로 전의를 불태우는 독서인들이 있다. 대체로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향의 우리 독서인들은 섣불리 오픈런을 감행하지는 않지만 스타벅스 어플의 예약창을 들락거리며 디자인을 확인하고, 카페 방문 일정을 잡으며 잔고를 확인하는 등 저마다의 덕심을 표출할 준비를 한다. 대망의 출시일, 역시나 가방은 오픈과 함께 품절이 되었고 하나, 둘 굿즈 구입을 인증하는 독서 블로거들의 포스팅이 게시되면 우리는 비장하게 스타벅스로 달려간다. 독서인들은 다른 취미인들만큼 많지는 않지만 대체로 정보가 많고 전략에 능하며 생산되는 물건의 절대량 또한 많지 않을 것임을 계산해 둔다면 꽤나 치열한 싸움이 될 수도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스타벅스 펭귄 클래식 md


취미가 독서라는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으레 저렴하고 돈이 들지 않는 취미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도서관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적 대여소가 존재하고 특정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만 펴면 독서를 즐길 수 있으니 마땅히 생길 수 있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우리 독서인들이 마치 조선 시대의 청렴한 선비들처럼 저마다의 단칸방에 틀어 박혀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꼬질꼬질한 책이나 중고 서점에서 구입한 빛바랜 책을 펼쳐 딱딱하고 각진 책상에 앉아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때로 나와 같은
세속적인 독서인들에게 ‘독서’는
굉장히 사치스럽고
과시적인 행위가 된다.


기본적으로 독서는 그것이 전자책이 되었든 종이책이 되었든 ‘책’이라는 실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에 그것을 구입하는 데에 필요한 지출이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자아 발전을 위해 월급의 10%는 책을 구입하는 데에 쓰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책을 구입하기 위한 좋은 변명거리일 뿐이다. 읽지 않은 책이 책장 가득 쌓여 있는데도 인터넷 서점을 두리번거리며 관심 있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다양한 채널에서 제작한 신간 소개 콘텐츠를 부지런히 즐기며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물색하는 모습은 쇼핑 중독에 빠진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 없다.


책을 위한 소비는 다른 쇼핑과는 달리 건전하고 교양 있는 투.자.라는 명분이 있기에 양심의 가책 없이 쉽게 지갑을 열게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1만 원에서 2만 원 사이, 커피값으로 치부되는 작고 소소한 소비가 쌓이면 낚시인들이 큰 맘 먹고 구입하는 고급 낚싯대의 가격과도 맞먹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상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교양이 커 나가는 속도와는 전혀 별개라는 것도.

   

그러다 보니 별다른 혜택도 없는 인터넷 서점의 충성도 높은 vip 고객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독서인들이라면 그들이 애정하는 작가가 한 두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들의 새 책이 출간되면 사전 예약을 걸고 초간 한정 친필 사인본이나 선착순으로 제공되는 굿즈를 받기 위해 열을 올린다. 그뿐일까? 정말로 애정하는 작품이라면 복 권으로 구입하여 한 권은 소장용으로, 또 한 권은 줄을 긋고 메모하고 귀퉁이를 접으며 적극적으로 훼손하며 읽기 위한 용도로 구입한다. 애정하는 작가의 고료가 불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덤이다.


때로 우리는 북페어라는 말에 낯선 도시의 기차표와 숙박 업소를 물색하고 커다란 백팩을 등에 지고 새벽녘 집을 나서는 강행군을 이어 가기도 하고 문구류와 텀블러에서 영화, 뮤지컬, 팟캐스트까지 책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화 상품에 열을 올리며 오픈런과 티켓팅을 마다하지 않기도 한다.



골프, 낚시, 축구, 게임… 다른 분야의 취미 생활이 자본주의 마케팅과 함께 발전되어 왔듯이 우리가 애정하는 독서 행위에도 돈이 행사하는 기쁨과 행복은 만연하다. 단연코 독서는 세속적이고 돈이 많이 드는 취미 생활인 것이다.


오늘도 밑천이 드러난 지갑은 너덜너덜하지만 ‘아무튼, 책’과 함께라면 우리도 언제든, 친애하는 자본주의의 물결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 그것이 비록  자본주의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속을 까뒤집으며 비판하는 책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취미 생활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생활인들의 기쁨이 아닐까?


오늘도 우리만의 작은 우주는
취향을 담은 저마다의 소비로
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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