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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Nov 08. 2023

<중학생도 때로 책을 읽습니다.>  1. 프롤로그

연재를 시작합니다.

11년차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4년차 도서관 업무 담당자
독서 토론 동아리 운영
책읽기에 진심입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운동부 학생이 80%에 달하는 시골 중학교다. 학생수가 적으니 수업도 학생 지도도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공부보다 경기 실적이 중요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책이라고는 손에 쥐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책 한 권을 완독하고 수행평가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생각하여 겁먹고 달아나기 일쑤였다.                

선생님, 저 성적 필요 없어요.
     빵점 받아도 되니까 제발 책 읽기만 시키지 마세요.         


 책 읽기 까짓것 안 해도 어떤가 싶지만, 그것을 국어 교육의 가장 큰 목적이자 수단으로 여기는 나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첫 해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사탕발림으로 꼬득이고 아무리 좋은 책을 권해도 아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운동하는 순박한 남자 학생들이 좋았고, 좋아하는 아이들과 좋은 것을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와 실력으로만 모든 것을 인정받는 그들의 세계에서 책에서 치유받고 편안한 그늘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책 읽기를 힘들어 하는 것은 비단 우리 학교 학생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교생이 1000명이 넘는 평범한 학교에 있었을 때에도 책 읽기를 어려워 하거나 기초 문해력이 없는 학생들은 많았고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세상에서 책 읽기를 고행이라 생각하는 학생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만 있다.                


 더불어 독서에 대한 중요성과 방법을 다룬 컨텐츠들은 '엄마표OO'으로 시작되는 유아기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쯤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중학생의 독서 실태나 그들에게 책을 권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귀하기만 하다. 유튜브나 육아 커뮤니티를 보아도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우리의 고민과 관심사는 '엄마표 영어와 독서'에서 '우리 아이가 게임만 해요.'로 나아가는 듯하다. 엄마의 무릎에 앉아 다정한 독서를 이어가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엔가 게임에만 몰두하는 게임중독자로 변태하는 듯한 모양새다.                


우리의 무릎은 어느샌가 게임과 유튜브, sns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사춘기라는 특수성, 부모의 말과 관심에서 멀어져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라는 것에 그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 게임과 유튜브, 자본주의와 외모지상주의가 깊숙이 발을 뻗고 있는 sns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어느 순간엔가 감춰왔던 아이들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꼬득이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아이들을 유인하는 전략을 슬그머니 꺼내 들어야 할 때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독서 토론이나 독후감 쓰기에 대한 방법이 아니라 어떠한 유인책이다.  남자 운동부 학생들을 꼬득여 함께 읽어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청소년 도서를 200권 남짓 읽으며 도서관 이용률을 한 해에 500% 끌어 올릴 수 있었던 비기의 책 목록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안타깝게도 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이 있기에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초대한다. 부러 담을 쌓아 스스로를 고립시기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을 타인의 자리에 앉힌다. 때로 sf의 우주 속에서 외계인을 만나고 때로 신적인 존재가 되어 등장인물을 굽어 살피면서 아이들이 나보다 더 좋은 어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랍속 깊숙이 숨겨두고 하나씩 빼서
             혼자서만 날름날름 먹어오던 사탕을 꺼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좋은 것을 먹이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주의깊게 관찰하며 정확한 타이밍에 무심한 태도로 슬그머니 뽑아 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사진 출처 : 언스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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