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이꽃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꽃님)'
11년 차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4년 차 도서관 업무 담당자
독서 토론 동아리 운영
책 읽기에 진심입니다.
중학생들과 독서 활동을 계획한다면 책을 선별하는 첫번째 기준은 단연 '재미'이어야 한다. 교훈도 감동도 삶을 통찰하는 지혜도 일단 집어든 책 안에 있을 것이므로 아이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을 만큼 몰입도 있고 재미가 있는 책인지가 무조건 첫 번째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재미라는 것은 아이들의 손가락 끝, 다섯 페이지 안에서 결정된다.
학교는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컴퓨터로부터 이탈할 수 있는 마지막 성지와도 같은 공간이다. 기기로부터 놓여난 심심한 아이들이 운동장도 한 바퀴 돌고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장난도 걸다가 그래도 그래도 할 것이 없을 때 찾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 선생님 심심해요. 뭐 재밌는 거 없어요?
- 그래? 그럼, 이 책 한 번 읽어 볼래? 정말 재밌거든! 못 믿겠으면 5장만 읽어봐. 그래도 싫다면 선생님이 포기할게.
오늘도 책이 싫다며 툴툴거리는 아이 한 명을 붙잡고 영업을 시작한다. 호기롭게 이야기하지만 내 가슴은 두근두근 아이들과의 밀당에서 내 패를 들킬까 요동친다. 이럴 땐 쿨하게 물러나는 것이 정답이다.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책을 툭 던져주고 무심한 듯 걸어 나오기. 건네준 책을 읽고 있는지, 아이들의 눈동자의 움직임과 표정을 살피며 몰입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확인하고 싶지만 쿨하게 돌아서서 대출석에 앉아 힐끔거리며 반응을 지켜본다.
이런 영업 방침에 따라 내게는 99% 이상의 성공률을 보장하는 불패의 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명 미끼 상품으로 작용하는 이 작품들이 바로 이꽃님 작가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와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다.
누구요, 박서은이요? 당연히 알죠. 아니요. 같은 반은 아니고요. 그냥 오다가다 몇 번 얼굴 본 정도요.
솔직히 우리 학교 다니는 애들 중에서 박서은 모르는 사람 없을걸요. 걔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저도 귀가 있는데 들은 소문은 있죠. 어떤 소문이긴요. 장난 아니에요. 하루 지나고 오면 새로운 소문이 퍼져 있을 정도라니까요. 애들이 궁금해서 박서은 sns도 뒤져 보고 그러는 모양이더라고요.
저도 그날 완전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어요. 난리 났었잖아요. 처음엔 안 믿었죠. 학교에서 애가 죽었다는데 누가 믿어요. (중략)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作
제목부터 충격적인 <죽이고 싶은 아이>의 서두다. 스릴러 장르 드라마를 보는 듯 정체불명 인물과의 전화 통화로 시작되는 첫 부분은 '학교에서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긴장의 절정을 이루며 뒷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 만든다. 작가는 단 세 단락만에 아이들을 소설 속 장면으로 끌어들인다.
뒷 장에서도 소설의 긴장감은 끝나지 않는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짧은 호흡을 이어가며 소설은 끝까지 아이들을 붙들어 놓는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대화 위주로 장면을 이끌어 간다. 또래의 아이들이 등장하여 그들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개연성 있으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니 자기들의 생각과 모습을 투영시키며 손에 땀을 쥐며 읽어 내려간다.
이 책들은 매우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지라 오랜 시간 두고두고 읽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순식간에 앉은 자리에서 이 책들을 읽어 내려간다. 때로 준비종이 쳤는지도 모른 채 책 속의 세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수업 종이 치기 전까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도 아이들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간을 끌고 끌다가 수업 시간 2분을 남기고서야 도서관 문을 닫아 건다.
아쉬움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내보내면서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 이번 영업도 성공이군.
책을 읽지 않던 아이가 혈안 된 얼굴로 뛰어 들어오며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 선생님 이거 개 재밌어요!! 이런 거 또 있어요?
그럼 그럼 선생님에게는 다 계획이 있단다. 최대한 무심하게 준비해 둔 다음 책을 건넨다.
선생님의 세상으로 와줘서 고마워.
읽지 않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읽는 사람에의 세상으로,
우리 편을 한 명이라도 더 늘이는 일에
나는 철저하게 진심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예스24 (yes24.com)
* yes24나 출판사로부터 어떠한 금전적인 지원도 받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