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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희 Nov 21. 2023

쓰는 습관

글쓰기에 부치는 러브레터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목은 뻐근하고 눈은 가물가물한데도 신경은 온통 컴퓨터 앞에 가 있다. 모니터 앞에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산더미 같은 빨래 앞에 앉는다. 어젯밤 글쓰기와 맞바꾼 빨래다. 빤한 워킹맘의 일상에 글을 쓰는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도 나는 습관을 잡지 못했다.


 일상을 이어나가기 위한 일들은 지리하게도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어디라도 혼자 조용히 앉아 글을 쓰고 싶지만 현실은 설거지 가득 쌓인 부엌 식탁 모서리에 걸터앉아 아이들과의 대화 사이사이 가까스로 의식의 가장자리를 비집어 내어 글을 쓴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글쓰기는 기를 쓰고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 사유의 기억과 다가 올 상상력을 온전히 밀어 넣어야 겨우 한 편의 글을 쓰는 내가 의식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붙잡고 쓰는 글은 서글프기만 하다.



 글은 쓰고 싶다가도 겁이 나는 그 무엇이다. 어떤 일을 할 때보다 나를 더 철저히 발가 벗기고 그로 인해 자의식의 끝까지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그 무엇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때로 묵혀둔 감정의 응어리를 만나고 그로 인해 거대한 감정의 폭풍우를 만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스쳐 지나간 의식이라야만 만나지기도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루의 사치로 일상은 남루해지니 무엇을 위해 글을 쓰나 좌절하다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가녀린 글 뭉치가 마치 나인듯하여 쓰다듬어 먼지를 털고, 혹여나 꺼내어 읽고 그로 인해 위안을 얻을 그 누구를 기다리며 해진 옷이나마 깨끗이 입혀 둔다.

 


천천히 그러나 멀리 가고 싶다.
돌아오지 못할 어느 시점을 넘어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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