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트 캘런더를 아시나요?
하루하루 날씨가 서늘해지고 있다. 춥지 않은 겨울을 걱정하는 마음이 커지니 추위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서늘한 겨울의 아침을 반기게 된다. '호오' 입김이 새어 나오는 겨울 아침의 차가움을 즐기며 파아란 하늘 아래 겨울이 온몸에 스미는 것을 느낀다. 자, 이제 12월이다.
12월이 다가오면 어드벤트 캘린더를 준비한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12월 1일부터 12월 24일까지 매일 하나씩 하나씩 작은 선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준비된 일종의 선물 달력으로 겨울이 길고 춥고 어두운 북유럽 지방에서 발달한 크리스마스 이벤트의 한 종류이다.
이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2020년 겨울 처음으로 우리 집에 들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이 극에 달했을 시점이었다. 마음대로 뛰어놀 수 없는 놀이터와 툭하면 문을 닫아 걸어야 하는 교실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의 공포에도 매일 같이 출근해야 하는 엄마, 아빠의 뒤에 남겨진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웠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북유럽의 추운 겨울처럼 차갑기만 한 전염병 시대의 한 계절에서 조그마한 웃음의 조각을 찾아보려는 노력이었다.
첫 해에는 플레이모빌(playmobil) 사에서 만들어져 나온 장난감 캘린더를 준비했다.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을 일자마다 하나씩 뜯으면 산타 마을이라던가 하이디와 친구들이 뛰어 노는 알프스 산맥의 소담한 마을이 만들어지는 구성이어서 아이들과 더불어 나도 신이 나곤 했다.
두 번째 해부터는 욕심을 부려 어드벤트 캘린더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작은 주머니 24개를 준비해 번호를 쓰고 이즈음이면 시골마을에 부려져 있는 나뭇가지 세 개를 주워 트리 모양으로 재단한 뒤 소소한 간식이나 작은 장난감을 넣어 꽁꽁 매달아 둔다. 한 번 만들어 두면 매 해 사용할 수 있는 스테디 아이템이다.
12월의 아침은 아이들의 웃음으로 시작한다. 잠투정 없이 벌떡 일어난 아이들은 우다다다 뛰어 나가 그날 몫의 행복을 열어본다. 기대로 가득 찬 아이들의 얼굴과 까르르륵 한가득 퍼져 나가는 웃음은 그것 자체로 나를 위한 선물이다.
드디어 떠날 수 있는 겨울이 되었지만 이제 나는 따뜻한 집 안의 공기와 그 안에서 쌓아 갈 우리만의 시간과 역사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 올해에는 각기 다른 캐롤이 들어 있는 스물네 개의 작은 LP판과 턴테이블로 구성된 어드벤트 캘린더를 준비해 두었다. 12월의 아침마다 집 안 가득 울려 퍼질 캐롤과 함께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기대하는 내 마음은 이미 크리스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