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독락 시리즈,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오늘의 글은 아무리 재밌는 책을 소개해도 읽지 않는 독서를 기피하는 중학생들을 위해 준비했다. 초등학생 때야 부모의 권유나 100권 읽고 선물 받기 등의 외적 자극에 의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존재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선 아이들을 설득하여 책을 읽게 하는 일은 무척 힘들다. 잔인하게 들릴지 몰라도 성적과 가정 내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님이나 교사의 칭찬 한 마디에 재미있게 잘 읽던 책을 내려놓기도 한다. 그만큼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역방향으로 민감한 셈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힐 수 있을까’하는 문제는 나를 비롯한 중학교 아이들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고민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마음을 책으로 돌릴 수 있는 걸까?
나는 그 답을 초단편소설에서 찾았다.
초단편소설 : 비교적 사건이 있는 긴 서사를 최대한 압축적으로 그려내는 글로서 단편 소설보다 더 짧은 분량의 소설이다.
'초단편소설 쓰기'(김동식) 인용 및 재구성
초단편소설은 분량에서부터 완독의 욕구가 강하게 느껴지는 글들이지만 짧기만 하다고 중학생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역으로 어린이들이 볼 만한 글들, 그러니까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의 등장인물이 어린이라든가, 너무 단순한 서사와 평범한 소재로 쓰여 시시함이 느껴진다든가 하는 글들은 우리 자존심 강항 독자들의 성미를 건드리기도 한다.
- 에이, 쌤!! 저를 뭘로 보고 이러시는 겁니까?
이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늘의 영업은 꽝이다.
그렇다면 어떤 글을 찾아야 할까? 훌륭한 초단편 소설은 짧다는 형식적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서사 구조에 더 섬세한 공통점이 있다. 흥미롭고 참신한 소재를 발굴하여 강렬하고 짧은 스토리를 제시하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유의 소재를 던지는 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생들조차도 글 읽는 재미를 단단히 느끼고 또 다른 책의 첫 장을 넘겨보게 하는 책들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도 김동식 작가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단행본뿐만 아니라 웹에서도 활발하게 좋은 소설을 써내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소개할 시리즈 또한 실패가 없었던 매력적인 초단편소설들이다. 책장을 넘기며 작가들의 상상력 저 너머로 여행을 떠날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소개한다.
1. 사계절 출판사 독고독락 시리즈
사계절 출판사의 독고독락 시리즈는 지금까지 여섯 편이 발행된 청소년소설판 초단편소설 시리즈이다. 이 책들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청소년 등장인물이 등장하며 그들의 일상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참신한 소재와 세계관 안에서 펼쳐간다는 것과 한 번 책장을 열면 끝날 때까지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청소년 소설로 출간된 만큼 자극성이 덜하고 무해한 내용이라 아이들에게 추천하기에 알맞다는 특징도 있다.
평범한 책 보다 작은 판본에 큰 글씨로 인쇄된 80여 페이지의 이 작품들은 숙련된 독자의 경우 30분 이내로 읽을 수 있고, 미숙한 독자의 경우라도 1시간이면 넉넉하게 다 읽어내려갈 수 있는 분량이다. 이마저도 읽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작가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QR코드가 같이 제공되니 비쁜 아이들의 아침 귓요깃거리로도 적당하다.
독고독락 시리즈의 소설들은 적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서사 구조를 지니고 청소년기의 고민과 감성을 적확하게 그려내는 작품들이 많다. 예를 들어 '꿈에서 만나'(조우)라는 작품은 꿈을 매질로 전염성 기면증에 빠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니나의 확장되는 세계를 실감 나게 그려낸다.
판형 자체가 예쁘고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소유욕을 부추기는 이 작품들은 꾸준하게 출판될 예정이라 더욱더 기대가 크다.
2. 창비 출판사 소설의 첫 만남
사계절 출판사의 독고독락이 있기 이전에 창비 출판사의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가 있었다. 역시나 초단편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김애란, 성석주, 정세랑, 김초엽 등의 화려한 집필진을 자랑한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소개해 봄 직하다.
작가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화려한 만큼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를 통해 익숙해진 작가들의 작품 세계로 아이들을 초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뚜렷하다. 교탁 위 한편에 늘 구비해 두고 활동을 빨리 마친 아이들이나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힘든 아이들에게 한 권 한 권 권하곤 하는 국어 선생님들의 보물 창고와도 같은 책들이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찾아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 권 무게의 짐 밖에 되지 않는다. 오늘 소개한 '첫 만남'이 소설이라는 장르의 초대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