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홍콩여행 가자-음료 편
정말 몇 년 전 이야기이지만 홍콩 동료가 추석 연휴 때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한국 여행은 어땠어?
한국은 정말 코너를 돌면 커피숍들이 있어서 진짜 깜짝 놀랐어! 스타 XX, 카페베 X, 엔젤리XX 등등 길 코너를 돌면 다른 커피숍들이 있어.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는지 몰랐어!
또 신기한 건 테이블마다 왜 다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지?
그러고 보니, 홍콩의 무덥고 습한 여름이라고 해도 커피숍에 가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다.
차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 문화여서 그런 걸까? 아님 빵빵한 트는 실내 에어컨 때문인지 몰라도 우유가 들은 라테를 더 좋아하는 홍콩 사람들. 그러고 보면 배 아파, 머리 아프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따뜻한 물 많이 마셔"라고 나조차 이야기하는 거 보면 나 또한 홍콩에 오래 살았나 보다.
6년 전 만 해도 홍콩은 어디서 커피를 마셔야 될까 고민도 없이 스타벅스와 퍼시픽 커피가 전부였다. 어떤 시간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꽉 찬 커피숍은 책을 한 권 읽거나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 여유도 없이 항상 북적였다.
최근 몇년 간, 정말 길 건너 하나씩 커피숍들이 영업 중이다.
일본 교토에서 시작해서 세계 라테 챔피언 수상 이후 홍콩에 처음으로 해외 진출한 Arabica 커피. 로고가 % 생겨 우리나라 응 같다고 일명 응커피로 많이들 알려져 있다. TST 스타페리 쪽의 시작으로 IFC, 캐내디 타운, 스탠리, 소호, 익청빌딩 앞, K11 뮤지아 까지 홍콩 중심 전역에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라테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 2교시 끝나면 우유 당번이 돌아가면서 그날 마셔야 되는 우유가 내 책상 앞에 놓여졌을때부터 였을까? 의식적으로 마셔야 되는 나이가 지나고 난 이후부터는 우유를 잘 마시지 않았다. 가끔 할머니 되면 골다공증 걱정이 된다는 주변에 권유에 우유가 들어가 있는 라테를 마시지만 마시고 나면 속이 더부룩함 때문인지 즐겨하지 않는다.
그런데, 아라비카의 스페니쉬 라테는 아침부터 써왔던 머리의 회전이 느려질 때, 당 충전이 필요할 때, 배가 고프지만 많이는 먹고 싶지 않을 때 오후 3-4시쯤 찾게 된다. 아마 달달한 연유와 풍미가 가득한 우유가 입 한 모금을 넘어갈 때 부드러움이 한껏 밀려와 포만감과 당 충전까지 만족감이 전해 진다.
내가 처음 홍콩에 왔을 때만 해도 브런치 음식을 운영하는 곳이 몇 개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맛있는 커피와 간단한 점심들과 브런치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생겼다.
대표적인 주자는 엘리펀 그라운드. 커피아카데미, APT, NINETYs. 이 작은 홍콩 안에 구석구석 생겨났다.
엘리펀 그라운드는 정말 다양한 메뉴가 많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메뉴, 브런치 메뉴, 칵테일, 디저트, 스무디, 차 다양한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특히 디저트로 먹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우드 색이 주는 편안함과 식물 인테리어의 콘셉트로 어디 휴양지에 온듯한 느낌을 주면서 시그니처 색깔인 주황색이 매장 안에 디자인으로 들어가 있다.
APT는 모든 걸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하우스 커피 원두& 계절별 커피 원두.
원하는 커피 원두를 선택을 하면 3가지로 (intense, strong, mild) 원두의 양이 조절 가능하다. 아침에는 카페인을 더 섭취를 하고 싶을 땐 intense로 혹시 오후 커피를 마신다면 mild로 카페인의 섭취 조절할 수도 있다. 거기에 라테라면 우유의 폼까지 조절 가능하다.
양껏 푸짐하게 있는 잉글리시 브런치도 가끔 좋지만 APT는 원재료를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조립법을 사용한다.
샤워 도우와 건포도와 월넛이 있는 빵 둘 중 하나를 선택 한다. 위에 바르는 소스를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을 하고 나면 10가지의 토핑 중 두 가지를 선택을 하면 된다. 바싹하게 구운 샤워도우빵 위에 계란과 아보카도의 조화는 항상 실패하지 않는다. 너무 건강식이 싫다면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연어, 닭가슴살, 오스트리아 립아이 스테이크도 추가금액을 내고 지불하고 있으니 점심 한 끼로 충분하다.
NINETYs는 커피가 맛있다. 더욱 물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는 거에 따라 블랙커피가 순간 밍밍할 수도 있고 아님 사약을 먹는 느낌이 될 수 있다. NINETYs 커피는 특히 과일향의 원두는 홍콩에서 커피 블랜드 중 가장 높은 스코어를 받았으며 함께 주는 달달한 과일 절임이 너무 잘 어울린다. 소호점은 바쁜 회사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게 토스트를 선택하고 4~6가지의 사이드를 선택해서 먹는 브런치 메뉴가 있다.
홍콩에서 스타벅스, 퍼시피커피 다음으로 가장 빠르게 많은 곳에 오픈하고 있는 커피숍은 바로 커피아카데미이다. 상업지구, 쇼핑지구, 오피스 지역에도 있지만 리펄스 베이, 사이쿵, 디스커버리베이, 스탠리, 사잉푼 등 여기 현지 사람들이 주말에 자주 찾는 여행지에서도 볼 수 있다. 음식 또한 다양하다. 기존의 브런치뿐만 아니라 파스타, 리조트, 햄버거 등 다양한 점심 메뉴를 맛볼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숍 중 하나는 소호점에 있는 아주 작은 커피숍인 Fineprint 이다.
처음 보면 이게 커피숍일까 바일까 고민스럽다. 매장 안은 어두워서 술 한잔 마셔야 될 거 같은 분위기인데 오픈 시간을 보면 모든 커피숍들 중에 가장 빠르다. 아침 6시! 뭐지? 아침부터 술을 마시라는 건가?
이미 포화 상태인 레드오션인 홍콩의 커피산업인데 이 커피숍의 아침의 매력은 마켓 시간에 맞춰 빨리 회사에 센트롤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빵도 맛있어 테이크 아웃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지금은 코로나로 가로막혀 있지만 이곳은 큰 테이블 하나밖에 없다. 특히, 늦은 오후에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가격도 착한 와인을 한 명 마시고 있으면 옆사람과 함께 이야기하기가 쉽다. 어느새 테이블 전체가 We're the world 가 되는 진풍경이 있다. 아마 외국인 비중이 높은 소호에 있어서 그런지 이런 작고 코지 한 느낌의 커피숍들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이야기하는 게 더욱 재미가 있다.
그 외에 녹(NOC), 커핑 룸, 퓨엘, 블루버틀 같은 커피숍부터 오모토산도커피, 18gram, Winstons coffee, Hazel & Hershey, Brew Bros, Why50 등 자기만의 독창적인 커피숍들이 많이 생겼다. 또 많이 생기고 있다.
한때,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거 같다. 스타벅스의 커피의 컵만 들고 다니면 어딘가 멋져 보였던 커피의 시작.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체험과 문화를 판다라는 아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숍을 오픈한 스타벅스. 거기서 데이트, 공부, 일, 나만의 시간도 보냈던 도시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커피숍.
이제는 커피라는 존재가 일과 육아를 동시에 진행하는 나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버려서 다양한 커피숍이 반갑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새로 생기는 커피숍들의 커피 값의 평균을 보면 45-55 홍콩달러 (한화 6800-8300원) 지갑 열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빠른 외식 트렌드를 좋아하고 홍콩의 높은 렌트비로 분명 몇 년 이후 사라질 커피숍들도 있겠지만. 현재 홍콩의 모든 커피숍들의 피크 시간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한달전 집 근처에는 5분안으로 갈 수 있는 스타벅스와 퍼시픽커피가 있지만 3분거리에 체인 커피숍이 또 생겼다.
홍콩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커피숍 경쟁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