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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나무처럼


37년 전, 부부 싸움하는 부모님이 보인다.

아버지가 못을 가져와 장롱에 크게 ‘x’ 자를 긋고 있다.

방한 가득 쓰레기통과 집안 살림들이 나뒹굴어져 있다.

낡은 반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은 아버지와

초점 없는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앉아있는 엄마.

매일 싸움을 하는 부모님이 무서워 동생과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었다.

심장이 얼어버릴 것 같았던 그때의 나를 생각하니 안타깝고 괴롭다.


‘그것밖에 못해? 더 열심히 해야지. 결과를 내란 말이야.’

돈 때문에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욕구만큼이나 나는 나를 채찍질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아 배움에 많은 투자를 했다.

결과를 내고 싶어 집착했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나.

약해빠진 내 모습.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 있는 것 같은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젠 변화하려고 한다.

나를 인정하려고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어린 나를 향해 짜증 내고 소리치며 괴롭혔던 나를

용서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고마움을 선택했다.


무서움과 두려움을 훈련시키며

글쓰기와 달리기로 열정을 만들어 낸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나에게 고맙다.

겨울에도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나무처럼 씩씩하게 인생을 살아갈 나는 나에게 고맙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기에 나는 나에게 고맙다.


용서란, 불편한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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