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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빚보증으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칠순정수기 코디님.

나는 요즘 본업과 부업으로 하루하루가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바쁘다 보니 글쓰기에 소홀했다. 오늘 아침에 줌으로 글쓰기 수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덕분에 하루가 뿌듯했다. 멘토님은 최고의 멘탈관리는 '독서와 글쓰기'라고 했다. 요 근래 본업 때문에 멘털이 흔들렸는데, 다시금 붙잡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출근하고, 두 아이들은 어제 시댁으로 갔다. 덕분에 토요일은 늘 조용하다. 오전 줌강의를 듣고 아침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전 9시 30분이었다. 


"탕탕탕"

현관문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굴까? 올사람이 없는데, 

열어보니 며칠 전 통화했던 00 정수기 코디분이셨다. 아 맞다. 오늘 오신다고 했었지. 기억이 떠 올랐다.


60대 후반즈음으로 보이시는 여자분께서 한 손에는 바구니를 들고 왼쪽다리를 쩔뚝쩔뚝 거리면서 걸어왔다.

올해 여름즈음부터 오셨던 것 같다. 평일에는 나의 퇴근시간이랑 맞지 않아서 이번에는 토요일에 오셨다.


"다리가 처음에 오실 때보다 많이 안 좋은 신 거 같아요? 다리 괜찮으세요?" 하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분도 대답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올 때마다 워킹맘으로 바쁜 나를 걱정해 주면서 내 맘을 다독다독해 주는 친정엄마 같은 분이셨다. 오늘은 그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이는 70세이고, 정수기 코디를 2007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17년을 정수기코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까지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살았다. 제조업으로 업체와 공장, 그리고 몇 채의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빚보증을 잘못하는 바람에 사업체와 건물, 집들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고 했었다. 다행히 따님이름으로 매입한 집 한 채가 있어서 50평대에서 24평 빌라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했다고 한다. 죽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있었지만, 남매아이들 때문에 이 악물고 살기 시작했다면서 시간이 약이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남매아이들이 내일 일요일에는 칠순잔치를 해준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엄마가 꿋꿋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두 남매는 중년으로 잘 살고 있다. 


삶을 끈을 놓지 않고 살고 있었기에 좋은 날도 있다. 마음속으로 그분의 칠순잔치를 축하해 드리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기도를 해본다.




(그리고, 이야기도중에 빚보증으로 전재산을 날린 남편분이 궁금했다. 남편분은 한 평생 마누라 일군 사업체와 집과 건물을 날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가서 용돈 50만 원이라도 벌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일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집에서 내쫓았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1년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삶이 180도가 바뀌었다. 그래도, 처자식을 위해서 새벽에 일터로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내 옆에서 가끔씩은 잔소리하는 모습, 반찬투정하는 모습, 아이들과 장난치는 모습 등등을 보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오늘 저녁에 퇴근하면 남편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을 해줘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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