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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는 사랑을 싣고

곧 7년 차 주부.

오늘 아침을 먹고 시금치를 다듬었다. 브런치에서 '띵똥'문자가 왔다. 뭘까??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120일이 지났어요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라는 문자를 봤다. 맞다. 요즘 블로그에 집중하느라 브런치를 잊고 있었다. 맞다. 작년 2월에 승인이 되어서 행복했던 나의 브런치이다. 브런치의 알림 문자 덕분에 삶은 시금치를 건져놓고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해 본다.


오랜 네일숍에서 일하면서 네일숍은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명절이 끝나고 나면 여러 고객님들의 가정들을 엿볼 수가 있었다. 

"나는 시금치에 시자가 들어있어서 시금치도 안 먹어. 호호호" 며느리입장에서는 시댁은 편한 존재는 아니다.


그 시절 고객님 중에 특이한 경우도 보았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평범한 얼굴의 그녀는 추석이 지날즈음에 손젤과 발젤 시술을 예약했다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추석명절동안 음식하는 며느리들이 고생했다며 시어머니가 3박 4일 동안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했다. 우와.. 그런데 대박인 것은 며느리들만 동남아로 휴가를 간다고 했다. 형님이랑 둘이서 다녀온다면서 들떠있었다. 매년마다 며느리들에게 주는 시어머니의 특별선물이었다. (코로나전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선물 덕분에 명절에 음식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다고 했다. 


네일숍을 운영하면서 또 특이한 경우를 경험했다. 네일숍에 올 때 대부분은 친정엄마랑 같이 오는 딸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날 사이좋은 모녀를 보면서 모녀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들은 시어머니랑 며느리의 관계였다. 서로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예뻐 보였다. 시간이 흘러서 며느리가 손젤보수를 받으러 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시어머니는요. 우리 친정엄마보다 더 편하고 좋아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많이 베풀고, 며느리 또한 시어머니께 잘하는 며느리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반성했다. 


나 또한 누군가에 아내이자, 며느리이다. 올 4월이 되면 결혼 7주년이 된다. 재작년에는 시어머니가 이야기를 하셨다. "설에는 큰며느리가 음식을 하고, 보름에는 작은며느리가 음식을 해라."  "그리고, 갈비찜도 하고 잡채도하고, 동그랑땡도 만들고, 몇 가지나물도 만들고..." 큰며느리인 나는 그때 두 아이들이 6살 3살 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아직 기저귀 차고 돌아다니는 둘째도 케어하면서 혼자서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 퇴근하고 오는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여보, 나는 동그랑땡은 손이 많이 가서 동그랑땡은 못 할꺼같아." "그래?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리고, 남편과의 부부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의 시작은 동그랑땡. 재작년 설명절은 부부싸움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오늘. 나는 시댁식구들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어제는 갈비찜과 동태 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나물과 잡채를 만들 것이다. 매장에서 오늘도 근무하고 있을 시댁식구들을 위해서 정성껏 저녁밥상을 차릴준비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댁식구들과도 가족이 되어간다. 글 쓰느라 삶은 시금치와 콩나물이 다 식어간다. 이제 음식준비를 하러 갑니다.


올 설명절은 행복하고 풍요롭게 보내겠습니다. ^^

브런치 알림 문자 덕분에 글작성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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