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빠른 좌회전
소심함과 불안감이 만들어 내는 행동들
'앗차... 여기가 아닌데'
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 사거리에서 좌회전 차선을 타 버렸다. 다시 차선을 바꾸기에는 이미 뒤에서 차들이 달려오고 있다. 어째 좀 무리하면 다시 직진 차선을 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냥 좌회전 차선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가려면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 다음 교차로에서.
몇 번 지나친 길이라서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매 번 왼쪽 모습만 봤던 고등학교의 다른 입구를 봤고 그 옆에 있던 초등학교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가니 구청도 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구의 구청은 여기에 있었구나. 그렇게 다시 우회전을 하고 원래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도로로 다시 합류를 했다. 나쁘지는 않았다.
운전을 10년 넘게,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되었다. 운전을 할 때만큼 사람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때도 없도 없다. 아... 하나 더 있구나. 술에 취했을 때. 아무튼, 핸들을 잡으면 원래 성격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회사에서 항상 조용하던 사람이 핸들을 잡으니 터프해지는 것을 몇 번 봤을 때, 그리고 집사람이 운전하는 것을 보면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왜 일찍 좌회전을 했을까. 물론 지나쳐서 좌회전하는 것보다는 덜 돌아가긴 하는데 네비의 말을 어떻게 알아듣고 그런 거지? 짧은 시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처음에 잘못 들었을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같은 실수를 한번 더 하니 계속해서 실수에 대해 되묻게 되는 나도 참 그렇더라.
요새 SNS에서 유행하는 MBTI 검사에서 나는 'ISFJ '이다.
차분하고 친근
인내력과 책임감
...
여러 특징들이 있는데, '겉으로는 무덤덤해 보여요'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사실 길 잘못 들어간 건 실수인데, 그걸 '뭐 어때'하고 넘기고는 있는데, 속으로는 실수를 한 나를 살짝 자책하고 있었으니까. 아무도 모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