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달 Jan 31. 2024

극락왕생

내 마지막 꿈에서 너는 영원하여라

 불교에서 시작된 이 단어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느낌. 신비하면서도 벅차오른다. 락(樂)과 왕(往)이라는 글자는 그 뜻과 상관없이 가득한 느낌이 든다. "극진한 즐거움의 세계로 가서 나아간다." 한자 풀이 그대로의 뜻은 이러한데 이 단어는 문득 전에 어떠한 꿈을 꾸면서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집 강아지 루비가 작년 추석 아침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아침 약을 먹이고 함께 쇼파에서 볕을 쬐던 와중 떠나버린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최초에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고서 2년을 함게 울고 웃고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고는 했었지만 막상 닥치니까 그 동안의 준비가 무색할만큼 힘들었다. 어떠한 일을 잡고 하려해도 결국 끝은 허무하게 끝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언갈 하지 못했다. 의미,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 그 동안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던 것이 다 끝나버렸다. 남겨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강아지는 또 그렇게 살아야 하지만 여간 슬픈게 아니었다. 다만 후회는 없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왔다. 요즘 한국 날씨는 봄과 겨울 밖에 없다고 하지만 2023년의 가을은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루비를 챙기느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막내 누룽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같이 큰 공원에서 함께 걷고 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꿈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루비가 살아났다. 장소는 실제로 루비 화장을 했던 화장터였는데 염을 하는 도중에 작고 볼록한 배가 오르락 내리락 하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집사람이 그걸 발견하고서는 사람들을 부르고 어째선지 그동안 루비와 함께한 병원의 주치의 선생님도 거기에 있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인 얇고 힘이 없어 오돌오돌 떨던 그 모습으로 눈을 뜬 채 앉아있었다. 부활?한 루비를 이제 다시 데리고 가서 케어하자 라는 생각과 다 버린 유동식과 기저귀를 다시 사야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눈이 떠졌다. 기적 가운데 현실적인 씁쓸한 문제 앞에서 꿈은 끝났다. 


 깨어나자마자 시간을 보게 되었는데 11월 25일. 죽고 나서 처음 만난 루비라 날짜를 확인해 본다. 49일. 불교에서 말하는 49재가 끝나는 날이다. 49일동안 저승에 머무르며 49일째 되는 날 최종 심판을 받고 환생하는 날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 멍멍이별로 간 루비가 새로운 삶을 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러 왔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멍멍이별에서든 새로 태어난 생에서든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사랑받는 존재로 태어나고 지내길 바란다.


 꿈 이야기는 가급적 시간이 지난 뒤에 하라는 어른들의 말?이 있었다. 작년 늦가을 쯤의 이야기를 지금에서야 풀어본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후회없이 지내자. 사랑하는 내 강아지



매거진의 이전글 너를 떠나보내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