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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원 Jan 07. 2022

마음이 옮겨 다닌다

엄마처럼 손톱에 색칠하고 싶다며 노래를 하는 5살,

3살 딸내미들에게 손톱에 바르는 유아용 매니큐어를 사주었다.올망졸망한 손을 내밀며 서로 앞다투어 앉는다.색색깔의 화려한 매니큐어도 아니고 내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고 앙증맞은 분홍색 매니큐어.


얼른 해달라는 성화에 색을 칠해줬더니 아이들의 콩알만 한 손톱들이 마구 춤을 춘다.5살 첫째는 손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말리느라 입으로 호호 숨을 불어낸다.3살 둘째는 ‘곤듀님 같다!’ 하고 눈썹을 이마 끝까지 추켜올리며 말했다.신이 나서 ‘엄마 이거 해줘서 고마워요~’ 하고 예쁜 감사인사도 잊지 않는다.

이런 소박한 일에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웃음이 났다. 너도 나도 저마다의 얼굴에 미소가 옮겨 다니던 밤이었다.


작은 일에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불이 켜졌다. 기쁜 마음, 감사한 마음이 곁에서 보고 있던 내 마음에도 옮겨 앉았다.


그때 생각했다.행복이란 건 정말 별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돌아보면 기쁜 일과 감사한 일이 투성이라는 것.  모든 것은 다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었다.


둘러보면 내 주변의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은 없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고 누리고 있는 것들은 어쩌면 어떤 이들에게는 간절한 염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훗날 내가 그리워할 시간일지도 모른다.


터울적은 아이 셋을 돌보는 일은 손이 정말 많이 가고 많은 체력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마치 억겁의 시간 같기도 하지만 아이들로 인해 웃을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흘러넘친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나와 이렇게 붙어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엄마가 화장실을 가도 문을 빼꼼 열고 앉아 기다리고, 부엌에 있어도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던 아이들은 곧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은 때가 오겠지.

나는 오래도록 품에 꼭 안고 있고 싶어도 아이들은 날갯짓하고 싶어 해서 훨훨 날려 보내줘야 할 때가 금방일 테다.그럼 나는 꿈결같이 흘러간 세월을 헤아리며 아이들 어릴 적을 추억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갓 태어났을 적 사진을 열어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당연한 듯 일터로 나가는 남편의 뒷모습 또한 당연하지 않다.


집안일 중에서 빨래 개는 일에 크게 흥미를 못 느껴 가장 나중으로 미뤄두는 나를 위해 흔쾌히 나보다 먼저 빨래 바구니를 들고 가 빨래를 개키는 남편의 배려도 당연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두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주저하는 나에게 되든 안되든 그래도 해보라며 언제나 기꺼이 등 떠밀어주는 남편의 응원도 감사하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아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오늘도 어제와 같이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한 번이라도 더 눈 맞추고, 안아주고, 이야기 나눠야지. 소중한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는 날이다.


자그마한 일에 불평하고 얼굴을 구기기보다는

자그마한 일에도 크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내 마음이 또 다른 이에게 옮겨가 행복은 얼마나 흔한 것인 지 알려줄 수 있도록..


아이들의 행복한 마음이 나에게 옮겨와 내 마음까지 따스하게 데워주던,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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