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원 Jan 07. 2022

아이고, 애가 애를 키우네.

숱하게 들은 말.


‘하이고...’

‘애가 애를 키우네.. 쯧쯧’’


저녁장을 보러 혼자서 3살 첫째와 1살 둘째를 데리고 집 근처 마트에 갔던 어느 날.

이리저리 뛰어다니려는 두 녀석을 카트에 싣고, 마트 곳곳을 열심히 밀고 다니던 중에

점원 아주머니들의 주고받는 말소리가 귀에 정확히 꽂혔다.


순간 나한테 한 말인가? 했다가 ‘다른 사람한테 했을 수도 있지’하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런 말을 들을만한 대상은 나뿐이었다.

‘애’를 키우는 ‘애’ 같은 아이 엄마는 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때가 내가 스물다섯이었으니까 애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전혀 들리지 않을 거라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셨지만 애석하게도 두 아주머니의 대화는 너무나도 잘 들렸다.

그때 나는 도망치듯 카트를 밀어 다른 코너로 바삐 걸음을 옮겼던 것 같다.

보통 때 같으면 이것저것 다 사고 싶다는 아이들을 챙기고 달래며 장을 보느라

조금 전의 일은 금세 잊어버렸을 텐데,

그날은 정신없이 물건을 사고 유모차에 아이 둘을 태워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두고두고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어이구. 바보처럼 왜 대꾸 한번 못하고 그냥 왔어?’

그 자리에서 왜 바로 받아치지 못했냐며 뒤늦게 내가 나를 꾸짖을 뿐이었다.

어리다고 생각하는 거야 물론 개인의 자유지만, 그분들은 왜 혀를 차며 말해야 했을까.

일찍 아이를 키우는 게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얼마나 아등바등 열심히 살고 있는데.

어린애가 덜컥 아이부터 가져서 결혼했다고 생각했을까?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레 묻지만 그냥 결혼을 일찍 했을 뿐인데..

행여나 아기부터 가졌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에게 누군가가 함부로 혀를 차며 말할 자격은 없지 않나 생각했다.    


고등학생 아니면 갓 대학 들어간 학생 같은 앳된 얼굴에 첫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도

키즈카페를 가더라도 다들 한 번씩 흘깃흘깃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었다.

‘결혼을 일찍 했나 봐요~’ 하고 돌려 말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애기가 애기를 데리고 다니네! 아직 엄마도 덜 큰 것 같은데! ‘ 라며 아무렇지 않게

큰 소리로 말하는 분들도 드물지 않게 종종 만났다.

둘째가 돌쯤 일 때만 해도 엄마가 어려 보인다는 말에 나는 부끄러워하며 후다닥 지나쳤다.


그런 나를 조금 바뀌게 한 사건이 있다.

여느 때처럼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첫째 손을 잡고 집 근처 반찬가게에 들렀다.

직원분들이 아이들을 예뻐라하시면서 ‘엄마예요~? 다들 이모인 줄 알겠어요!’

하셔서 ‘아하하 그렇죠, 그런데 엄마예요~’ 하고 그냥 웃으며 답하고 나왔다.


곧 옆 건물에 있는 빵집에 들어갔는데 방금 전과 사장님이 같은 질문을 하시는 거다.

‘그런데 혹시.. 엄마 아니죠? 엄마예요?’


그렇다고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33개월인 4살짜리 첫째가 나 대신 재빠르게 대답했다.

“우리 엄마예요! 얘는 내 동생이고요. 얘는 내 엄마예요.”


두 명의 얘 중에서 하나는 둘째, 하나는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동안 엄마를 따라나선 시장길에서 얼마나 숱하게 이 질문을 들었으면 4살짜리가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을까.

질문했던 사장님과 옆에 있던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큰 소리로 자랑스럽게 우리 엄마라고 외치다니.

엄마보다도 야무지게 대답해주는 아이 덕분에 조금 어깨가 으쓱해졌던 것 같다.


어떤 이들에게는 내가 어설퍼보이고 어려 보이기만 한 엄마일지 몰라도

내 아이에게는 누가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존재인 엄마라는 것을 느꼈다.


그럼 된 거 아닐까. 내가 더 당당해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 아이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키워내는 그 마음은 모두가 같으니 엄마가 되기에 이른 나이, 늦은 나이는 없지 않을까.


여전히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면 다들 어려 보이는데 엄마냐며 신기해하지만

‘일찍 낳았어요~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는데 벌써 애가 셋이에요~’

먼저 너스레를 떨기도 하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읽고 쓰는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