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
아무도 만나기가 싫었어.
고딩엄마 힘들어요. 하는 내 말에 언니의 대답이었다.
난 이 예쁜 언니를 마음속으로 혼자 좋아한다. 언니는 산을 좋아하고 예쁜 수영복이 많고 청순한 분위기와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그런 언니도 힘들었다고 하니 추석이라 고향에 가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지는 내 마음이 특별히 모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고딩엄마는 왜 힘들까.
줄 서있는 위치가 맘에 안 든다는 것. 줄 서기는 내 숙제였고 내 자식의 숙제가 되었다. 실패의 감정을 느끼는 위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어디에 서 있든 힘들 수 있고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실패일까. 실패가 실패가 아니던데. 시간이 흐르면 성공이라는 단어로 바뀌던데. 그리고 성공의 정의가 달라지던데.
어제 수학 과외를 관두고 혼자 공부해보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그래. 해 봐.라고 했다. 혼자 해 보는 경험을 17살 고등학생 때 수학 공부로 한다는 건 어쩌면 빠르고도 별 거 아닌 일이지 않은가. 혼자 돈을 벌거나 혼자 아프거나 혼자 책임을 지거나 혼자 울거나 혼자 웃어야 하는 일보다 혼자 공부하는 건 축복 같기도 한 느낌이다. 온전히 혼자 맞닥뜨리는 일이 공부라니. 그러니 그 호강에 겨운 시간을 아이가 어떻게 쓰든 그의 몫이 될 테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앞으로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자원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제 내 삶이 남았구나.
최근에 친구의 추천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았는데 시종일관 견디고 있는 표정인 주인공의 얼굴이 영화의 여운으로 남았다. 짧은 머리, 애착을 가진 몇 개의 물건들, 아르바이트, 관계의 진전, 도전을 하기엔 굳어져버린 나... 이런 것들이 슬프게 깔린 영화였다. 영화에 배어있는 건 소멸해 가는 인간이었다. 남은 건 추억뿐.
I maybe spent my life too much of my life just remembering.
"난 기억만 하면서 인생을 다 보낸 것 같아요."
영화와 연결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지금은 의욕이 상실될 필요가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무성하게 자라기보다 옹골지게 익고 익어야 하는 시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악취가 나지 않고 잘 발효가 된 거름처럼 잘 썩어 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