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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Oct 17. 2024

여행의 시작은 '옴마야!'로부터

다 싸놓고, 놔두고 올 거면 왜 싸맨겨?

저는 소문난 여행계의 짐꾼입니다. 1박 2일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어찌나 짐을 많이 챙기는지 가방을 몇 개나 싸들고 가거든요. 그런 제가 한 겨울에 유럽이라니, 짐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것도 저 혼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입장에서 짐을 챙기니 여행 전부터 죽을 맛이었어요. 유럽여행 책도 보고, 여행 카페도 찾아다니며 꼭 필요한 물건들을 엑셀에 촵촵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출산가방 쌀 때 보다 더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앗! 이거 챙겨야겠다!' 하면 바로 사거나,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없는 것은 바로 바로 쿠팡에서 주문을 때렸습니다. 다시는 한국에 못 올 사람처럼 엄청나게 물건을 샀고 택배박스는 쌓여만 갔습니다. 제 눈에 띄는 정보들은, 저의 일정뿐 아니라 짐도 늘렸습니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었으니까요. 미성년자 둘을 데리고 떠나는 영어 못 하는 보호자는 이중, 삼중으로 비상상황에 대비해야 순조로운 여행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짐 리스트. 이것보다 훨씬 많이 챙겼다는 것이 함정


옷부터 문제였습니다. 여름에 갔으면 옷도 빨고 말리고 하면 되니, 짐도 좀 적었을 텐데요. 겨울이니 경량패딩 하나씩에, 진짜 추울 날 입을 패딩에 히트텍도 종류별로 챙겼습니다. 바지도 기모바지, 기모 없는 바지 다 챙겼어요. 추운 날, 덜 추운 날 다 대비를 해야 하니 외투만 해도 벌써 캐리어 한쪽이 꽉 차버렸어요. 게다가 혹시나 인생샷 찍을 때 필요한 코트, 치마, 그 밑에 신을 로퍼도 챙겨야 했습니다.

후기를 보니 누구는 런던에서 추워 죽을 뻔했다고 하고, 비슷한 시기에 누구는 탱크탑에 러닝쇼츠를 입고 빅벤이 보이는 템즈강에서 러닝을 즐겼다고 했습니다. 누구는 핫팩을 잔뜩 챙겨라 했고, 누구는 두꺼운 패딩을 괜히 들고 왔다고 했습니다.

날씨야 매일 다를 것이니, 한쪽의 말만 믿을 수 없어서 다 믿기로 했습니다. 더우면 옷을 벗으면 되지만, 춥다고 거기에서 패딩을 살 수는 없으니까 제일 추운 상황을 가정하고 짐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겨울 여행에서 이게 맞는 선택인가요? 아직도 잘 모르겠..) 그러니까 챙겨야 할 옷들은 더 터져나갔습니다. 핫팩도 1일에 1개씩,  10일 치를 챙기니 30개가 되었습니다. 핫팩도 모이면 진짜 무겁다는 사실, 아시나요?

심지어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이 저를 더 자극했습니다. 미니스커트에 롱부츠를 신고 에펠탑이 살짝 보이는 골목에서 찍은 어떤 예쁜 인플루언서 언니의 사진을 보고 저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당장 캡처해서 딸에게 보여주고 우리도 이렇게 찍자고 했습니다. 딸은 "오! 완전, 콜!!"이라며 롱부츠와 빵모자를 들고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롱부츠도 챙겼습니다. 롱부츠도 엄청 무거운 거 아시나요?

이 글 읽는 분들 지금 혼잣말하셨죠?

"미쳤네. 이 여자. ㅋㅋ"

네. 저는 미친 여자였습니다.

저희를 따라간 롱부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식량으로 넘어가 보죠. 한 연예인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여행 가서 한식당을 찾아다니는 문화에 대한 불만(?)류의 이야기였습니다. 한식 며칠 안 먹으면 죽는 것도 아닌데 그 먼데까지 여행 가서 하루에 한 끼는 꼭 한식 먹으려고 하고, 호텔에서 라면 먹고, 햇반 먹고 하는 거 진짜 촌스럽다고요. 저도 뭐, 일부는 동의합니다. 스위스까지 가서 오만 원짜리 김치찌개를 먹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사춘기와의 여행에서는 이 촌스러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사춘기는 늘 짜증 게이지가 80% 정도 차 있는 상태입니다. 이 짜증이 언제 가장 예민하게 폭발하느냐? 바로 '배고플 때'입니다. 사춘기에게는 '의식주'에서 '식'이 가장 우선합니다. 입에 밥만 잘 넣어줘도 짜증의 반은 줄어듭니다. 태국 여행에서 '태국에 왔으면 똠양꿍을 먹어야지!' 하며 한 번도 안 먹어본 사춘기에게 똠양꿍을 들이밀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춘기가 세계 음식 문화 체험을 위해서 순순히 그 똠양꿍을 먹어주겠습니까? 천만의 말씀이죠.

제가 아주 잘 키운 덕분(?)으로 저희 아이들은 아침에는 꼭 쌀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인의 밥상들이었습니다. 남겨오는 한이 있더라도 음식들을 충분히 챙겨가야 했습니다. 챙겨갈 수 있는 음식이라 해봤자 라면이랑 햇반밖에 더 있겠습니까? 진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라볶이, 비빔면, 사리곰탕 이렇게 종류별로 2개씩만 챙겨도 이미 라면만 20개가 넘었습니다. 조금 작은 아들의 캐리어 한쪽을 라면으로 채웠습니다. 햇반 10개, 김 20개, 참치 5캔, 햇반이 들어가는 라면포트도 챙겼고요. 호텔을 더럽게 쓰는 어글리 코리안이 되면 안 될 것이니 키친타월이나 봉지, 일회용 수세미 같은 것들도 다 챙겼습니다.

저기요,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캠핑 가시나요?


평생 본 적 없는 빈대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즈음 유럽에 빈대가 기승을 부린다며 매일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런던 지하철 의자 시트에서 목격된 왕 빈대가 돌아다니는 것을 쇼츠로 보았습니다. 파리의 고급호텔에서도 빈대에 물려서 전액을 환불받고 호텔도 옮기고 신혼여행을 망쳐버렸다는 후기도 봤어요. 빈대라니. 생각만 해도 무서웠습니다. 유럽 카페에서 제가 본 가장 무서운 말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였습니다. 오죽하면 집을 태우겠냐고, 빈대는 없애려면 집을 태우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생명력도 번식력도 강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빈대 멸망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비오킬, 연고, 계피를 준비하고 비닐팩도 종류별로 준비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김장비닐 같은 것을 사서 밖에 나갈 때 트렁크를 그걸로 봉해놓고 간다고 했습니다. 침대와 베개 시트를 사간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고 싶었지만 도저히 들고 갈 용기가 없어서 이것은 참기로 했습니다. 침대와 베개 시트도 사서 가는 여행이라면 호텔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기 전날까지 사서 챙겨가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기가 힘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빈대는 약에도 죽지 않는데 열에는 죽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빈대 개체를 멸망시켜 버리겠다는 작정을 하고 휴대용 스팀다리미도 사서 짐꾸러미에 넣었습니다. 저, 준비성 엄청나죠?


빈대 다음 무서운 것은 소매치기였습니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캐리어까지 끌고 다니는 정신없는 동양인 엄마는 소매치기의 첫 번째 타겟이 된다는 후기도 읽었습니다. 디즈니랜드 안에서 동양인들 여행객만 노리는 소매치기단도 있다고 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하루종일 작업을 하면 입장료 따위는 금방 만회하기 때문에 디즈니랜드에서 한몫 잡고 갈 목적으로 다닌다고 했습니다.

소매치기의 전투의지를 꺾기 위해 휴대폰 손목 스트랩과 목걸이, 스프링 자물쇠, 옷 안에 넣어서 숨길 수 있는 힙색, 캐리어 벨트 등등을 준비했습니다. 그 모든 장치를 다 제대로 착장 하면, 마치 어디 결박되어 호송되는 죄수와도 같았습니다. (휴대폰은 뺏기지 않겠지만 저 자신도 휴대폰을 쓰기 어렵다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습니다.ㅋㅋ) 제 손에 있는 휴대폰을 낚아채면, 저의 몸뚱아리도 함께 딸려가게 될 판이었습니다. 소매치기 입장에서 휴대폰만 훔치면 되는데 사람까지 낚으면 개이득인가요? 어쨌든 저희 손에서 휴대폰은 절대 빼갈 수 없는 완벽 방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누군가는 가방 서리를 당하지 않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백팩을 메고 그 위에 외투를 입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우스꽝스럽습니까? 소매치기 막자고 진짜 노트르담의 꼽추가 되어 여행을 다니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죠. 저희를 지키는 각종 호송줄이 보이지 않도록 세련되게 잘 숨기는 기술도 필요했습니다. 집에서 휴대폰 스트랩과 크로스백을 메고 소매치기 역할극도 하며 여러 번 연습도 해봤습니다. 이 정도면 소매치기도 못 건드릴 것 같은데요. 아이들과 캐리어가 있지만, 정신만 있으면 소매치기의 타겟이 되지는 않겠죠?

 

소매치기를 먼저 할 수도 없고 ㅋㅋ


헥헥. 읽는데 이미 힘드시죠?

저랑 짐 같이 싼 느낌이시죠?

어떠신가요? 캐리어가 아니라 국제 화물을 보내야 할 판 아닌가요?


어쨌든 짐 싸기를 출발 전날 저녁 7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두 시 넘어서 까지 했으니, 짐만 한 6시간 쌌네요. (저처럼 짐 싸기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3일 전 부터 쌌었어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은 있어서, 현금과 카드를 분산시켜서 들고 다녀야 된다는 것을 보고서 지갑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제가 들고 가는 크로스백 외에 트래블 카드와 또 다른 신용카드, 현금 300유로를 또 다른 힙색에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 드디어 집을 나섰습니다! 야호!!

코로나 이후 아이들이 몇 년 만에 가는 해외여행이라 둘 다, 아니 저까지 셋 다 들떠서 공항에 빨리 가기로 했습니다. 도착하여 짐을 다 부치고 미리 카카오로 신청해 둔 환전도 완료했습니다. 캐리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장 두꺼운 패딩을 입고 가기로 했고, 백팩에도 짐을 상당히 넣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이미 땀이 삐질삐질 나고 살짝 피곤했습니다. 공항 출발에서부터 뭔가 멋진 출발샷을 찍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제 폰으로 유튜브를 본다고 폰을 뺏아가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찍게 잠깐 폰을 달라고 하니까 딸이 "아! 진짜!! 공항에서 대체 사진을 왜 찍냐고!!" 하며 급발진하며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아, 이게 시작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거기 가서는 사진 찍어 주겠지'하는 마음으로 화를 내지 않고 참았습니다. (사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가서도 사진 안 찍어줌..) 그래도 이제 곧 비행기를 탄다고 하니 너무 설레었습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 게이트 앞 카페에서 여유롭게 아이스라떼를 한 잔 때렸습니다.


그런데, 잠깐! 그거 어디 갔지? 챙겼나?!!!!

....

분산한다고 따로 넣어두었던 힙색이 없네요?

빼먹지 않고 들고 온다고 분명히 캐리어 위에 올려놓았었는데, 어디 갔지???

정신없이 짐 챙기고 신발 신고 하다가 옆으로 치워놓고서는 안 들고 온 모양이었습니다.

망... 개망이었죠. ㅜㅜ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트래블월렛 카드 하나와 해외 결제 가능한 신용카드 하나, 200파운드, 100유로뿐이었습니다. 카드로 현금 출금을 하면 되니까, 휴대폰과 카드가 있으면 문제는 없습니다. 둘 중에 하나라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요. 그럼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휴대폰이 고장 난다면? 카드를 잃어버린다면? 갑자기 결제가 된다면?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습니다. 두꺼운 패딩 때문에 더워서 그런 건지, 카드 달랑 두 장 들어있는 얇은 지갑이 불러일으키는 걱정 때문인지 땀이 계속 났습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바짝 쫄았습니다. 이제 빈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매치기 혹은 정신없을 제 자신입니다. 혹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카드를 떨어트려서 잃어버린다면, 혹시 카드를 다 잃어버린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용카드가 없으면 호텔 디파짓도 못 하는데, 카드 없이 체크인은 가능할까요? 돈이 하나도 없으면 처음 보는 한국인에게 다가가서 돈을 빌릴 수 있을까요? 오마이..


소매치기 방지 팬티 ㅋㅋ 살 걸 그랬어..
이렇게...카드 꺼내기


카드를 팬티에 넣어 다녀야 하나?

소매치기 방지 팬티를 보고, '이걸 누가 입냐ㅋㅋ'하고 깔깔 웃고 말았는데 그거라도 사 올 걸 그랬다 싶었습니다.  다 싸놓고 놔두고 올 거면, 꽁꽁 싸매기는 왜 했을까요? 좋은 점 하나는 집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으니 절대로 잃어버릴 일은 없다는 거...

아이들한테 이걸 말해봤자 신경도 안 쓸 테고, 혼자 지갑을 지키며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여권 놓고 온 게 어디야 하면서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어른은 저 혼자 뿐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죠.


그렇지만 이 사건은, 며칠 뒤 파리에서 역대급 에피소드를 제공하게 됩니다.

(나비효과 기대하시라..)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다 했나요.

예... 당연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여행은 노잼이겠죠. 그런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걱정인형 오백마리가 어깨에 앉습니다. 벌써부터 어깨가 욱신욱신하지만 기내식을 야무지게 챙겨 먹고 정신도 야무지게 챙겨봅니다.


이제 곧,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할 텐데.

저희, 호텔까지는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1. 식량은 중요합니다!

- 라면, 특히 한국인의 매운맛을 챙기세요. 저희 아이들같이 밥심으로 사는 아이들은 1일에 1번은 꼭 '밥'을 입에 넣어줘야 하더라고요. 한식으로 아침이 준비되는 한인민박이면 음식은 조금 덜 챙기셔도 될 겁니다. 아침 조식은 꼭 포함되어 있는 호텔을 잡으시고 호텔 주변이나 가는 길목에 한인마트가 있는지 체크해 두세요! 햇반이 쏙 들어가고, 봉지라면도 끓일 수 있는 멀티포트를 들고 가시기를 추천합니다. 제가 여행하면서 가장 잘 들고 왔다는 아이템 중에 하나였어요. 멀티포트!!


2. 사춘기님에게는 마음껏 멋 부릴 자유를!

- 우리 사춘기님들은 외모에 가장 관심이 많을 나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서는 잘하지 못했던 아이템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도록 해주세요. 화장도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주시고요. 옷도 여행 중인데, 외국인데, 뭐 어떻습니까, 섹시하게 입는다고 하면 그러라고 하세요. 저도 롱부츠 들고 가서 후회했지만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못 신고 저희 딸만 신었었는데, 치마 입고 부츠 신고 찍은 사진 중에 잘 나온 것들이 많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못 해볼 패션이지만 외국이니까, 사진 찍어야 되니까 해보는 거죠! 발에 피나고 나면, 남은 날들은 자진해서 운동화 신고 다니게 됩니다. '입지도 않을 거면서 왜 들고 왔냐' 잔소리하지 마시고, 그냥 맘대로 해보도록 두세요.

- 남자 사춘기들은 옷을 안 갈아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머리로 눈을 가린채로, 10일 동안 올블랙패션으로 어둠의 자식처럼 다닌다고 해도 냅두세요. 잔소리해도 옷 갈아입을 놈들이 절대 아닙니다. 그냥 포기하시고, '앗싸! 너 캐리어에 내 옷이나 넣어야겠다!'하시고 예쁜 원피스나 하나 더 넣으세요. 서로의 정신건강에 훨씬 더 좋습니다.


3. 아이들 가방에도 비상용 현금을 넣어두세요.

- 요즘 여행은 사실 현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현금을 쓰고 싶어도 잘 못 쓸 환경이죠. 하지만 혹시나 저처럼 현금이 아주 부족한 상황이 온다거나, 카드를 잃어버리는 등의 비상상황에 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현금을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서 아이들 가방 구석에도 일부 챙겨두세요. 남으면 다시 환전하면 되죠. 수수료가 아까우신가요? 문제 생겼을 때, 쓸 돈이 없는 게 더 문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가는 런던은 영국의 수도야. 인구는 서울이랑 비슷한데, 크기는 서울보다 2.6배나 넓대. 서울도 큰데, 런던은 훨씬 크네? 여름은 온화하고, 겨울은 따뜻한데 습하고 바람이 강하게 분다고 하니 날씨가 변화무쌍할 거야. 비도 자주 오고. 10일 중에 2-3일은 비가 오는데, 많이는 오지 않아서 대부분 우산도 안 쓰고 다닌대. 그래도 런던 하면 흐리고 우중중한 날씨가 시그니처니까, 우리 여행할 때 비 오는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런던은 왜 '런던'일까? 무려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로마제국이랑 관련이 있대. 로마제국이 기원 후 43년 경에 로마가 영국을 침략하러 와서, 템즈강변에 도시를 설립했대. 바다건너 멀리도 왔다, 그치? 그리고 그 이름을 '론디니움(Londinium)'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건 켈트족의 말로 '습지의 요새'라는 뜻 이래. 지금의 시티오브런던 지역쯤 된다는데, '런던월'이라고 로마제국시절 론디니움을 둘러싸고 있던 요새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대. 런던탑 바로 옆이라고 하는데, 너희는 당연히 안 본다고 하겠지. 그냥 '론디니움'에서 '런던'이 되었다는 것만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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