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입국 시스템으로 재빠르게 입국 심사대를 통과했습니다. 짐이 나오는 동안 3명 모두 유심칩을 샥 갈아 끼우고 휴대폰에 각자의 번호를 저장했습니다. '영국 엄마', '영국 누나' 이런 식으로요. 짐도 분실 없이 모두 잘 나왔습니다. 이제 호텔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저희가 갈 호텔은 런던 시내의 Holborn역 주변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엘리자베쓰 라인'이라는 공항철도가 새로 개통했다고 해서, 일부러 그 철도를 타고 가려고 선택한 호텔이었습니다.
"엄마가 다 알아놨어! 따라와!"
소리를 뻥뻥 치며 "엘리자베쓰 라인"이라고 적인 표지를 따라 캐리어를 끌고 갔습니다. 셋 다 가장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었는데 이것이 인천공항부터 사람을 진 빠지게 하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런던이, 안 춥더라고요? 어쨌든 패딩을 벗으면 또 짐이 되니까 입고는 있어야 했습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차 타는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출국장부터 공항철도의 역까지는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입니다. 표지판은 친절하게 계속 있는데, 화살표만 보이고 목적지는 좀처럼 안 나오는 길고도 긴 지하도를 걸어야 합니다. 때에 따라 층을 이동하기도 하고 무빙워크를 건너기도 하면서요. 10시간이 넘는 비행과 무거운 짐들이 피로감을 증폭시켜서 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공항철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런던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하고, 충전해야 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비슷하지만, 사람이 표 파는 곳은 없고 기계만 있었습니다. 오이스터카드 버튼을 누르고, 카드 결제를 눌렀습니다. 트레블 월렛 카드를 꽂았는데 결제가 계속 실패했습니다. '어? 이거 된다고 했었는데?' 하며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두고 온 지갑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저는 카드가 달랑 두 장뿐이므로, 나머지 남은 신용카드 한 장도 안 되면 큰일 납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꽂았는데 또 실패했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기계 하나를 너무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순서를 양보하고 뒷순서로 갔습니다. 머릿속에 또 오만 걱정이 들어옵니다. 식은땀과 진짜 땀이 계속 나고 있는 중입니다. 다시 제 순서가 되어 똑같이 버튼을 누르고, 신용카드를 겁나 세게 꽂았습니다. "띠딩"하더니 그제야 결제가 성공했습니다.
휴. 쉽지 않네요. 나머지 아이들도 일단 교통카드를 구매했습니다.
아이들은 구매한 교통카드를 들고, 신분증을 지참해서 '영 비지터'로 등록하면 교통비가 할인된다고 했습니다. 겨우 찾은 직원에게 물으니 이 역에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되냐고 물으니, 아까 지나쳐왔던 일반 지하철 역으로 가서 이야기하면 해준다고 했습니다. 아이들한테 청소년 교통카드를 등록하러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된다고 하니, 엄마가 안 되는 영어로 외국인에게 물어보고 방법을 알아오는 것이 저들 눈에도 딱해 보였는지 별말 없이 알았다고 합니다. "아, 힘든데."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짐을 다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되돌아갔습니다.
드디어 그 역에 도착해서 영비지터 등록을 마쳤습니다. 새삥 공항철도를 타려면 아까 카드를 샀던 처음의 그 역으로 다시 걸어가야 했습니다. 그 말을 전하니 딸이 눈으로 욕을 했습니다. 그녀가 화났습니다.눈에서 레이져가 나옵니다. 차선책을 재빨리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그냥 지하철도 타고 갈 수 있는데, 그냥 이거 타고 갈래? 대신 시간도 1시간쯤 걸리고 지하철도 좀 꾸졌어." 하니까 "아, 됐고. 가긴 간다며? 그냥 여기서 타!"라는 딸의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이 사춘기님을 자극하면 안 되므로, 시간이 더 걸려도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새삥 공항철도 타고 싶었는데.... 지하철 1시간 휴..
런던 지하철은 작고 좁습니다. 운 좋게 앉을 수는 있었는데, 다들 공항철도를 타고 들어가는지 우리처럼 이렇게 큰 캐리어를 보호하며 앉아있는 사람들은 몇 없었습니다. 영국 지하철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안 터졌기 때문에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오가는 사람들을 멀뚱멀뚱 구경할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포공항에서 올림픽공원까지 붐비는 9호선을 타고 대왕캐리어를 들고 두리번 거리면서 지하철에 1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지금도 생각만 해도 피곤합니다.
유럽의 지하철 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곳이 많죠. 출발 전에 찾아본 걸로는 저희가 도착할 홀본역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역대급으로 길고 빠른..
홀본역의 에스컬레이터 (출처 : 위키피디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1시간 후 지하철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뭐 하나요? 그 에스컬레이터까지 가는 길은 모조리 계단인걸요. 와.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여기는 좀 평지다 싶어 캐리어를 끌고 가다가 코너를 돌면, 바로 계단이 나타났습니다. 계단이 나올 때마다 쌍욕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들고 올라가기는 무리였던 계단들은 저 혼자 계단 위로 캐리어 3개를 다 옮겨야 될 때도 있었습니다.
남편 어디갔노..
남편이 그립습니다.
앗. 저는 남편을 사랑했었나 봅니다?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네요. ㅋㅋ
그러나, 역시. 영국은 젠틀맨의 나라였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낑낑대는 것을 본 젠틀맨들이 여기저기서 나와서 짐을 들어주었습니다. 심지어 멋있고 잘생겼.... (남편 바로 안녕...) 저희는 동방예의지국맨이니 "땡쿠, 땡쿠, 땡쿠 쏘 머치"를 계속 외치며 도움을 받아 계단을 통과했습니다. (영국 신사님들 스릉합니다♡) 이것은 마치 방탈출..아니 지하철역 탈출 게임이었습니다. 여러 젠틀맨들의 도움을 받아 저 사진에 보이는, 흡사 지옥에서 탈출하는 길과 같은 긴긴 에스컬레이터를 만날 수 있었고, 지상으로 탈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브라보! 짝짝짝!!!
캐리어를 안전하게 지상에 안착시키고, 한숨 돌린 후 땀에 쩔은 옷을 펄럭이면서 땀을 말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습니다. 등에 멘 백팩도 너무 무거워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그래도 꽉 막힌 지하철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오니 공기가 시원하고 상쾌했습니다. 아이들은 두리번거리며 건물을 구경했습니다. 특히 아들이 "오! 엄마, 여기 건물 다 너무 예뻐! 진짜 영국 같아!!" 하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애들을 둘이나 데리고 여기까지 무사히 왔구나 싶어 살짝 뿌듯했습니다. "얘들아, 런던 건물 너무 이쁘지? 우리나라랑 느낌 완전 다르지?" 하며 같이 텐션을 올렸습니다.
아까부터 어딘가 모르게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같던 딸이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엄마, 저 박스 안에 노숙자 있는데 우리 쳐다보고 있어. 눈 마주쳤어. 무서워. 빨리 가자"
어? 예상치 못한 노숙자 이슈에 당황했습니다. 혹시 같이 쳐다보거나 시끄럽게 하면 노숙자님을 자극할 수 도 있으므로 그쪽으로는 쳐다 보지도 않고, 자리를 살짝 옮겨 구글맵을 켜서 호텔로 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500m는 생각보다 멀었다
500m, 걸어서 7분 거리. OK! 금방 가네!
호기롭게 맵을 따라나섰습니다. 교통카드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느라 예상보다 늦게 도착해서 10시가 지났습니다. 상점들은 다들 불을 끄고 문을 닫았고, 길에는 사람도 잘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불 꺼진 명동에서 밤 12시 넘어 캐리어 끌고 골목길 찾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길을 아주 잘 찾는 편입니다. 하지만 낯선나라 거리에서 애들을 둘이나 데리고 캐리어를 질질 끌고 가며 찾는 500m의 길은 꽤나 멀고도 험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한 번만 꺾으면 되는데 '여긴가? 아닌가?' 하며 들어갔다 나오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아. 7분이면 갈 거리를 20분을 걷고 있습니다. 축지법이 필요합니다..
'이 골목이 찐이다!' 하는 골목에 다다랐는데 들어가려고 하니, 다른 골목보다 유난히 어둡고 중국 글씨 간판이 막 보이면서 이 골목 안에는 도저히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스산한 분위기가 풍겨왔습니다. 그래도 몇 번을 확인하니 그 골목이 맞는 것 같아 과감히 직진했고, 마라탕 집으로 추정되는 가게들을 지났습니다. 이 와중에 마라탕에 미쳐있던 딸은 "아, 마라탕 완전 먹고 싶다! 엄마, 내일 마라탕 먹으면 안 돼?" 하며 따라왔습니다. 마라탕 가게를 지나자 우리가 찾던 보라색 호텔 간판이 나왔습니다.
와! 드디어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해냈습니다! 오예!
체크인을 끝내고 짐을 풀고 샤워를 마쳤습니다.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적어도 100시간은 지난 것 같았습니다. 런던에서는 호텔을 옮기지 않도록 계획한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누웠습니다. 눕자마자 아들과 딸이 목이 마르다며 물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생각해 보니 기내식 이후 한나절이 지났는데 밥도 물도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저도 지쳐서 배는 안 고팠는데 갈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 호텔은 객실에 냉장고가 없고, 그래서 생수도 없었습니다. 겨울이라 냉장고가 없어도 별 문제없다는 후기를 보고 예약했는데, 물까지 없을 줄은 생각을 못했죠. 목이 마르다니 물은 먹여야 될 것 같아서 호텔 밑에 자판기에서 물을 사기 위해 카드를 들고 내려갔습니다.
엥? 에비앙 생수통 밑에 '8.0'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8파운드? 거의 15000원인데? 아무리 에비앙이래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물한 통에 이 돈 주고는 못 사 먹겠다 싶어서 그냥 올라갔습니다. 물 안 먹는다고 죽지는 않으니까요. 올라와서 아이들에게 영국 물가가 비싸다더니 장난이 아니다, 물 한 병에 만오천 원이 뭐냐고 하며 그냥 자라고 했습니다.
전쟁통의 포로수용소에서도 물은 주던데, 돈 아까워 물도 안 사주는 저는 수전노인가요? ㅋㅋ
다음날 아침이 되어 조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아이들은 물부터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영국에서의 조식인데 예상외로 너무 맛있었습니다. 입 짧은 저희에게 딱 맞는 조식이었습니다. 바삭바삭 거리는 해쉬브라운은 진짜 인생 해쉬브라운이었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그 해쉬브라운이 가장 맛있었습니다.ㅋㅋ) 심지어 커피는 너무 고소하고 맛있어서 저는 아침마다 라떼를 두 잔씩 때렸습니다.
아들과 함께 계란을 받으러 갔습니다. '계란은 이렇게 주문하는 것이다'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계란 요리해 주시는 분의 눈을 맞추고 살짝 미소를 띠며 우아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계란 프라이, 원. 플리즈."
옆에서 아들이 빵 터지며 소리쳤습니다.
"엄마!! 계란은 한국말이잖아! 뭐 하는 거야??!! ㅋㅋㅋ"
와. 뭐죠. 개망신. ㅋㅋㅋ
계란이라고 했는데 그분은 왜알아듣고 자연스럽게 프라이를 하고 있죠?
아들은 바로 누나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일렀습니다.
"누나, 누나! 엄마 완전 무식해! 저기 가서 뭐랬는지 알아? '계란 프라이, 원' 이래!!"
아이들은 눈물까지 흘리며 낄낄댔고 저는 같이 웃긴 했지만 머쓱하고 망신스러웠습니다. 첫날에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다니. 앞으로는 얼마나 망신당할 일이 많을까요. (더 많습니다.ㅋㅋ)
니들은 얼마나 영어 잘하는지 보자, 니들도 내 나이 되어봐라며 할매 같은 엄포와 구질구질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좋은 건수를 잡았는지 아이들은 계속 놀려댔습니다.
그래. 엄마 놀리고 기분 좋아서 좋겠다, 이 자식들아! 실컷 놀려라!
어쨌든, 첫 조식도 맛있게 먹었고. 오늘은 들고 다닐 짐도 없습니다. 가벼운 몸으로 밖으로 나갑니다.
맛있었던 아침 조식과 아들 폰에 찍힌 첫날의 런던의 아침 풍경
딸은 호기롭게 미니스커트에 롱부츠를 신었습니다. 날씨도 산뜻했습니다. 첫날 첫 목적지는 영국박물관이었습니다.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옵니다. 가는 길에 이름 모를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거기 있으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은 겨울인데도 어떻게 잔디가 이처럼 예쁜 초록색일 수 있는지, 해도 어쩜 반짝반짝 이쁘게도 뜨는지. 초록색 잔디에 노란 햇빛이 비치고 바람도 살살 불어와 너무 좋았습니다.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비둘기도 괴롭히고 놀이터에서 시소도 타면서 한참을 있었습니다.
영국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기념품샵은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모두 들어가 구경했습니다. 아이들은 "이거 완전 패딩턴에서 보던 가게들 같아!" 하며 너무 좋아했습니다. 가기 전에 기념품이나 친구들 선물 사는 용도로 20만 원씩 쇼핑 지원금을 준다고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살 것을 찾았습니다. 둘 다 가격을 따져가며 신중하게 고르다가 결국에는 사지 않고 그냥 나왔습니다. 첫날이니 나중에 어떤 쇼핑 아이템이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죠. ㅎㅎ
여기까지는 좋은데, 일단 영국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첫 방문지를 영국박물관으로 택한 것은 과연 잘한 선택이었을까요?
런던에서의 진짜 첫날,
지옥의 오후 일정은 다음 편에 펼쳐집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 물 한 통에 만 오천 원?! 에비앙의 비밀
호텔을 나오며 진짜 생수가 8파운드가 맞는지 다시 자판기로 가서 확인했습니다. 이 호텔이 가성비로 유명한 호텔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물이 8파운드나 하나 싶어서요. 다시 가보니, 세상에!
8.0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님.
8파운드가 아니라, 자판기 주문할 때 누르는 번호가 '80'이었습니다. 충격! 공항에서 호텔까지 오는 동안 인지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나 봅니다. 글자도 제대로 못 읽고, 괜히 물도 안 사주는 수전노가 되어버렸지 뭡니까? 계란 프라이에 이은 두 번째 충격이었습니다. 자식이 목마르다는데 만오천 원이든 이만 원이든 그냥 물 사줄걸 싶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간 일, 어쩌겠어요? 안 죽었잖아요. ㅋㅋ 어쨌든, 그날부터는 호텔로 들어올 때 편의점에 들러 꼭 물을 두 통씩 사들고 오게 되었습니다. 호텔 물이 8파운드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싸기는 비쌌거든요.
1.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 길을 빠삭하게 알아두셔야 합니다!
- 도착 첫날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 도착'이겠죠. 출발하기 전 최대한 자세하게 조사해서 오시기 바랍니다. 혹시나 인터넷이 안 되거나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출력물로도 뽑아오시기를 추천합니다. 혹시 우버나 택시를 부르실 거면 어디에서 부르면 되는지, 공항택시를 이용할 경우 적정 요금은 얼마인지, 정찰제인지 등을 미리 알아보세요. 도착해서 호텔까지 어버버 하거나 가는 길에 진을 다 빼면 여행의 시작부터 너무 힘들게 되니까요. 또,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역에서 호텔까지 가는 경로도 빠삭하게 알아두셔야 합니다. 시간이 되시면 로드뷰 같은 걸로 미리 예습해 보고 오시는 것도 좋아요. 축지법을 못 쓰니 이리저리 길 찾다가 미칩니다. 사춘기들이 입이 튀어나오게 되면 더 미칩니다. 그들이 이런 것도 제대로 안 알아봤냐며 불호령을 내리기 전에, 알아서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2. 교통카드에 대해서 완벽하고 알고 오셔야 합니다!
- 인천공항에서 내린 외국인 친구에게 교통카드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미성년자용 교통카드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외국에서 교통카드 만드는 거, 은근 험난합니다. 저처럼 카드가 안 먹힐 수도 있고요. 공항에서 내려서 대중교통으로 시내로 들어가실 거면, 공항 어디에서 교통카드를 만들어야 하는지, 미성년자용 카드는 따로 있는지, 어떻게 등록하는지, 처음 얼마 정도 충전할 것인지를 잘 계획해서 오시기 바랍니다. '요즘 유심만 꽂으면 인터넷 다 되는데, 뭐.'라는 생각도 맞긴 맞는데요, 어른끼리면 상관없죠. 하지만 우리는 사춘기님들을 모시고 있으니까요. 그들은 온 우주에서 인내심이 가장 부족한 종족임을 잊지 마세요. 나가자마자 촵촵!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 하시길 바랍니다.
3. 아이들이 어리다면, 해가 떠 있을 때 도착하세요!
- 우리나라처럼 다른 나라도 밤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실제로 상점에 불이 다 꺼진, 심지어 사람들도 잘 없는 외국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저도 '도착하면 저녁 6시 정도이니 호텔까지 가는데 무리는 없겠지'라는 생각에 항공편을 끊었는데요. 이리저리 지체되고 나니 호텔에는 10시가 훨씬 넘어 도착했습니다. 가는 동안 '아침에 도착하는 표 끊을걸, 더 일찍 도착하는 항공권으로 올 걸'하며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특히, 유럽의 겨울은 4시만 되어도 어두워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어느 나라든 낯선 장소에 도착할 때는 꼭 해가 떠 있는 시각에 도착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으시길 추천합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엄마가 런던을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 예뻐. 그중에 지하철은 완전 내 취향이야. 남색과 빨간색으로 된 언더그라운드 표시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 그 안에 어떤 이름이 들어가도 예뻐. 2층 버스도 빨간색이고. 영국 국기 유니온잭이랑도 너무 찰떡이지 않니?
런던의 지하철은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야. 언제 만들어졌을까? 1863년이래. 헉. 160년쯤 전이야. 그때, 우리나라는 고종이 즉위하고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시작한 때야.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그린 지 2년 뒤야. 우리나라에 전기도 없었을 때인데, 런던에는 지하철이라니 신기하지?
런던에서는 지하철을 'Subway'라고 하지 않는대. 정식 명칭은 'Underground'인데, 땅 밑으로 가니까 저런 이름도 설득력은 있네. 그런데 대부분은 'Tube'라고 부른대. 튜브? 관이나 파이프 같은 거 말이야. 왜 지하철을 튜브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귀엽고 예쁜 Underground
슬쩍 보이는 원형모양의 터널 공사 현장과 튜브같은 터널을 쏙 빠져나오는 '튜브'
지하철을 처음 건설할 때, 템스 강 쪽의 연약한 지반에 깊은 터널을 만들기에는 기술이 조금 부족했대. 그래서 긴 원형의 철제 터널 구조로 만들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모양이 튜브(튜브 모양의 관) 같다고 해서 '튜브'라는 별명이 붙었대. 우리가 탔던 지하철 열차가 엄청 작았잖아? 그 튜브 같은 터널을 통과하려면 딱 맞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대. 그래서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옆문으로는 탈출을 못해서 비상구를 앞에다가 만들어놓았대.
그 옛날에 땅 밑으로 열차가 다녔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우리나라는 1974년에서야 지하철이 처음 개통되거든. 100년쯤 더 지나서야 만들어졌네. 그래서 우리나라 지하철은 쾌적하고 에어컨도 나오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도 다 있으니 늦게 만들어져서 좋은 것도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