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동냥으로 듣긴 했다. 스타트업에는 일이 좋아서 시키지도 않은 일까지 만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치 남의 집을 지어 주는 프로 목수 집단이 건축주와 무관하게 마음 내키는대로 집을 짓고 싶어 스스로 목공방을 올리는 셈이랄까. 메타버스 XR 콘텐츠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며 생긴 갈증으로 자체 메타버스 세계관과 콘텐츠를 만든다는, 심지어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자투리 업무 시간을 모아 추진하는 사내 프로젝트라는, 하이퍼클라우드 브랜딩 연구소 얘기를 듣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일하는지, 사내 프로젝트의 퀄리티는 어느 정도인지 굼금했다. 브랜딩 연구소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는 딥러닝 파트 개발자 노아(Noah)와 BX팀 리드 수리(Suri)에게 청해 들었다.
BX팀 리드 수리는 하이퍼클라우드가 자체 브랜드를 세워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 일반 사용자를 직접 마주하기 보다는 주로 B2B・B2G로 고객이 원하는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해 주는 역할을 하는 하이퍼클라우드였다. B2C 업체가 아닌데 굳이 브랜딩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솔루션 제공업체를 넘어 적극적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성 있는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스스로 존재감을 세워야 했어요. 빼어난 자체 기술력을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방법을 기획 단계부터 창의적으로 함께 모색하는 메타버스 XR 콘텐츠 솔루션 제공자가 되자고 사업 방향을 결정한 터였습니다. 이런 다짐을 담은 브랜드가 필요했죠.”
하이퍼클라우드 BX 리드 수리
브랜딩 업무다 보니 자연스레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모인 BX(Brand eXperience)팀이 주도하게 됐다. 하지만 자사 브랜딩을 브랜딩 담당 팀만 전담하는 건 스타트업답지 않다. BX팀 수리, 유진(Eugene), 보나(Bona)는 하이퍼클라우드 조직원 중에 브랜딩 작업에 관심 있는 이에게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침 다른 프로젝트에서 UX 설계에 많은 도움을 줬던 딥러닝 개발자 노아가 선뜻 나섰다. 산업공학과에서 UX를 대학원까지 공부한 노아는 개발 업무에서 펼칠 수 없던 재능을 펼칠 기회가 반가웠다.
“이런 소소한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저는 할당받은 업무만 하는 사람이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작업에 참여하면 회사가 발전하는데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죠. 제가 다니는 회사에 제 색깔을 적극적으로 입힐 기회기도 하잖아요. 게다가 저 뿐 아니라 다른 직원 의견이 합을 이뤄 모두의 모습이 녹아든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이니까 꼭 해야겠더라고요.”
하이퍼클라우드 딥러닝 파트 노아
솔루션을 납품하며 자체 콘텐츠 제작에 목말랐던 까닭일까. 노아와 더불어 여러 하이퍼클라우드 멤버가 십시일반 손을 보태겠다며 나섰다. 당시 전체 인원의 1/3 가량인 10여 명이 부서를 망라해 참여한 사내 프로젝트가 본격 발족했다. 이름은 ‘HC(하이퍼클라우드) 브랜딩 연구소’(이하 연구소). 하이퍼클라우드 자체 브랜딩을 고민하고 구현하려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내 프로젝트 그룹이다.
하이퍼클라우드 브랜딩 연구소의 시작은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수리는 회상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의욕충만한 멤버 10여 명이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킥 오프이자 아이디에이션 미팅에 자리했다.
BX팀은 하클 크루라는 우주인이 가상 공간을 상징하는 무한한 우주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뼈대를 내놓았다. 다른 멤버가 뼈대 위에 살을 입히고 색을 칠해갔다. 우주를 유영하는 하클 크루원이 새로 태어난 행성을 탐험하다 우연히 지구인과 AR 글래스를 통해 교류하게 된다는 이야기 얼개가 태어났다. 수리는 놀랐다.
“그 자리에서 다들 그렇게 끝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하이퍼클라우드 BX 리드 수리
조슈아(Joshua)는 우주에 떠도는 미세 부유물을 한 데 그러모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물질(콘텐츠)로 만들어 낸다는 기본 스토리를 제시했다. 고(GO)는 한 하클 크루를 부동산 중개업자로 설정해 각 행성을 돌아다니며 좋은 땅을 매입하며 다니자는 이색적인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알렉스(Alex)는 드릴로 광물을 캐듯 콘텐츠 원재료를 채집하는 식으로 하클 크루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안을 고안했다. 백엔드 개발자 카일(Kyle)은 한 하클 크루에 민트색 후드티를 입힌 내향적인 천재 개발자를 캐릭터를 표현하자고 말했다.
연구소 첫 모임에서 쏟아진 아이디어는 위에 적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넘치는 의견 중 BX팀이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서 브랜딩에 활용할 만한 의견을 취합해 정리했다. 수리는 넘쳐 흐른 아이디어 덕분에 연구소 프로젝트가 바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연구소 멤버가 이렇게 무제한 아이디어를 던져주지 않았다면, 이 프로젝트는 시작도 어려웠을 거예요. 어린왕자 같은 상상력을 발휘하고 가감 없이 제안해 준 멤버에게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하이퍼클라우드 BX 리드 수리
연구소 프로젝트를 촉발한 수리는 브랜딩 담당자로서 목표가 명확했다. 하이퍼클라우드 자체 콘텐츠 스타일을 수립해 고객에게 가이드 혹은 데모로 보여주는 것이다.
주도적으로 일을 도모하는 사람이 모인 조직이기 때문일까. 하이퍼클라우드 브랜딩 연구소는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했다.
사내 능력자 여럿이 모이니 할 수 있는 일의 범주가 넓어진 만큼 욕심도 커졌다. 메타버스 스타트업답게 세계관을 세우고 자체 IP를 구축해 이를 AR 콘텐츠로 구현하자는, 다시 말해 메타버스 유니버스를 만들자는데까지 의견이 나아갔다.
하이퍼클라우드의 주요 활동과 맞닿는 역할을 수행할 캐릭터도 설정했다. 주인공은 하크리, 우주복 입은 곰이다.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채굴기를 들고 다니며 우주에 흩어진 원소를 모아 큐비즘이라는 콘텐츠 원석으로 만든다. 메타버스 유니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하이퍼클라우드의 핵심 활동을 모티프로 표현했다. 하크리는 이르면 올해 말, 하이퍼클라우드가 자체 제작한 AR 콘텐츠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하크리 외에도 4개 캐릭터가 태어날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내 프로젝트 안에 담아두기에는 브랜딩 프로젝트가 너무 커졌다. 마침 외부 자원도 활용해야 할 타이밍이 됐다. 수리는 세계관 구축 상황을 경영진에게 공유하며 연구소 활동의 효용을 증명하고, 조직 차원에서 자원을 투입해 달라고 설득했다. 하이퍼클라우드 경영진은 조직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업무에 흡족해 하며 자원을 할당하는데 흔쾌히 동의했다.
하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 3D 모델로 구현하고, 살아움직이게끔 애니메이션을 입히는 작업에 확보한 자원을 사용했다. 퀄리티 높은 결과물이 눈 앞에 펼쳐지니 프로젝트 구성원의 열의가 한층 커졌다.
물론 아직 프로젝트 완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클 크루 중 첫째만 탄생을 예고했을 뿐이다. 콘텐츠로 구현하는 과정에 개발진은 기획에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기술적 도전을 시도해 보고 싶을 테다. 이런 작업을 회사에서 할당한 본래 업무를 수행하며 짬짬이 진행해야 하니 진도가 나아가는 속도는 아무래도 더딜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이퍼클라우드 유니버스의 완성에는 마감 일정이 없다. 하클 멤버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정진할 뿐.
하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클 브랜드 연구소의 가장 큰 산물은 하클 유니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이퍼클라우드라는 조직에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조직 구성원의 자기효용감이야 말로 브랜드 연구소가 만든, 만들어 가는 가장 큰 선물이다. 브랜드 연구소 프로젝트 주요 멤버인 노아는 하이퍼클라우드가 “캔버스”라고 말했다.
“하이퍼클라우드는 여러 직원이 자기 의견을 조금씩 보태며 함께 발전시켜 갈 수 있는 회사예요. 캔버스처럼 무엇인가 그려 넣을 수 있는, 자기 색으로 칠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죠.”
하이퍼클라우드 딥러닝 파트 노아
업무를 넘어 자기 방식과 호흡대로 조직에 기여할 길이 열려 있으며, 이를 인정해 주는 회사야 말로, 요즘 MZ세대가 가장 원하는 직장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하이퍼클라우드는 어쩌면 그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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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클라우드ㅣXR 콘텐츠 솔루션 (hyper-clou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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