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망 메타버스 스타트업 하이퍼클라우드(HYPER Cloud) 사무실을 구경했다. 멀티버스라는 우주를 개척하는 창조자의 면모가 곳곳에 묻어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하이퍼클라우드 팀이 더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제가 출근하면서 하이퍼클라우드를 더 연구해도 될까요?”
어제 밤 환영 메일을 받았다. 인턴처럼 출근해도 된다고 승락받았다. 예이! 하이퍼클라우드의 조직 문화와 복지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다. 어느 화창한 가을 아침. 에디터 안데르센이 신규 입사자로 하이퍼클라우드에 (메타) 첫출근하는 길을 동행하자.
첫 출근은 여유롭게. 아침 10시에 조금 못 미쳐 사무실에 도착한다. 하이퍼클라우드는 기본 업무 시간이 10~7시라고 안내받았다. 개인 상황에 따라 앞뒤로 1시간씩은 밀거나 당겨도 된다. 다만 오후 2~6시 코어 집중 근무 시간만 지키면 된다. 첫 출근이니 한동안은 기본 업무 시간에 맞춰 다니면서 상황을 봐야겠다. 오전에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 보고 출근하기에도 불편하지 않겠다 싶다.
근무지는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는 편이다. 팬데믹이 심각할 때는 원격근무를 하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원활한 소통에는 사무실 근무가 유리하다고 경영진이 판단했다고 한다.
복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TPO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자기가 편한 대로 입으면 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운동복이든 반바지를 입든 모자를 쓰든 다 괜찮다. 금지하는 복장은 없다. 평소 편하게 다니던 팀원도 외부 미팅이 있을 때는 또 알아서 격식을 차리고 오기 때문에 복장 규정이 없어도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한다.
출근하자 영어 이름을 고르란다. 하이퍼클라우드는 “~ 대리” 혹은 “~님”처럼 직급이나 호칭은 떼고 서로 영어 이름만 부르기 때문이다. 직급에 무관하게 수평적, 할 말은 하면서 일하자는 뜻이다. 직급과 호칭을 다 떼 버리니 서로 이름을 부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한다. 원래 쓰던 별명 “안데르센”을 쓰겠다고 말한다.
영어 이름을 만드니 이제 사원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프로필 사진이 아니라 미모티콘(memoji)을 만들어 보내 달란다. “아이폰 아이메시지에서 표정 따라 하는 그 미모티콘이요?”하고 물으니 “맞다”는 답이 돌아온다. 처음 사원증을 만들 때 프로필 사진 혹은 미모티콘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더니 대다수 팀원이 미모지를 선택하는 바람에 이제는 전통이 됐다고 유진이 알려준다. 아이폰을 꺼내 미모티콘으로 포즈를 취해 보냈더니 영어 이름과 미모티콘이 시원하게 박힌 사원증 시안으로 돌려준다. 며칠만 기다리면 실물 카드로 받을 수 있다.
이제 업무 장비를 고를 차례다. 하이퍼클라우드 작업 환경은 맥 기반이다. 모니터는 일단 2대를 기본으로 지급한다. 3D 콘텐츠를 만드는 팀은 3대까지 모니터를 설치하고 최고급 그래픽카드를 포함해 가장 높은 사양으로 PC를 구성해 세팅한다. 마침 COO 제이크(Jake)가 “개인과 팀 업무 내용과 취향에 따라 최대한 알맞은 장비를 맞춰주려고 노력한다”라고 쿨하게 한마디 보태고 지나간다.
책이나 온라인 강의도 업무에 필요하다면 회사가 지원한다. 노션 페이지에 링크 걸어 두면 매달 주문하는 식이다. 인당 금액 제한은 없다.
간식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주문하는데, 먹고 싶은 간식이 있다면, 역시 노션 페이지에 적어두면 사준다고 한다. 벌써 다음 달이 기다려진다.
이것저것 결정하느라 분주한 오전이 끝나갈 때쯤 유진(Eugene)이 다가와 말 붙인다. “안데르센 이제 바쁜 건 얼추 정리했죠? 저희 커피 한잔할까요?” 업무시간에 나갔다 와도 되냐고 되물으니 유진이 웃으며 쿨하게 답한다. “이것도 업무인걸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씩 시켜 마주 앉으니, 유진이 말한다. “제가 안데르센 셰르파예요.” “히말라야 등반할 때 도와주는 현지인 셰르파요?” “네, 그 셰르파요. 하이퍼클라우드 원주민으로서 새로 모험에 합류한 동료를 돕는 사람이에요.”
하이퍼클라우드에서 셰르파는 신규 입사자가 업무와 조직에 잘 적응하도록 일대일로 도움을 주는 기존 직원을 부르는 말이다. 아무래도 처음 온 사람은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게 마련인데, ‘이걸 누구한테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상황에서도 바로 찾아갈 수 있는 선배 팀원 1명을 짝지어줌으로써 신규 입사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제도다. 부서와 무관하게 셰르파를 하기 때문에 타 부서 팀원과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신규 입사자를 맞이할 셰르파에게는 스타벅스 선물 카드를 지급해 회사 밖에서도 얘기 나누기 쉽도록 배려한다. 셰르파는 입사 후 2개월 동안 유효하다.
2개월이 지나면, 셰르파 대신 멘토에게 도움을 구한다. 멘토는 팀마다 1명씩 지정돼 있다. 역시 하이퍼클라우드에서 직장 생활하며 업무나 조직 생활에 애로사항이 생길 경우, 바로 찾아가 상담할 수 있는 동료가 꼭 1명은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상담까지는 아니라도 팀별로 매일 아침 회사 맞은편 단골 카페에서 10~15분가량 간단히 티타임을 갖기도 한다. 바쁠 때는 어쩔 수 없이 들고나오기도 하지만, 가볍게 대화할 시간을 자주 마련해 업무 공유를 넘어 전인적으로 교류하면 서로 일할 때도 얘기하기가 한결 편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출근 1일 차니까 셰르파 유진에게 하이퍼클라우드의 이모저모를 묻는다. 유진 왈, “하이퍼클라우드에는 더 재미있는 사내 문화도 많아요. 들어보시겠어요?”
일단 생일 하루는 휴가다. 와우. 이보다 더 큰 생일 선물은 없겠다 싶다. 당일이 휴가니까 생일 하루 전, 팀원이 모두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고 생일을 축하한다. 슬랙 봇도 생일을 놓치지 않도록 하루 전에 축하 메시지를 쏴 올린다.
생일이 아니어도 모두가 일찍 퇴근하는 날도 있다. 이른바 ‘하클 데이’라고 부르는 짝수달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하클 데이에는 모두가 반차를 얻어 오후 2시에 퇴근한다. 2년 전에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쉬자고 제안이 나왔으나, 일단 격월로 시범 시행한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식 시행을 손꼽아 기다리는 식구가 많다는 후문.
연말 파티는 하이퍼클라우드 파티 문화를 집약한 자리다. 매년 마지막 영업일에 멋진 공간을 통으로 빌려 파티를 연다. 게임을 해서 선물도 나누고, 드레스 코드를 맞춰 입고와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한테도 선물을 줬다. 그렇다. 워스트 드레서도 선물을 주기로 한 탓에 좀 애매해 지긴 했는데, 뭐 재미있자고 하는 거니까. 작년 드레스코드는 “핑크”였다. 핑크색 아이템을 1개 이상 착장하라는 미션에서 1등을 차지한 이는 머리에 핑크 브릿지를 하고 온 수리(Suri)였다.
연말 파티는 한 달 전 마니또 뽑기부터 시작한다. 무작위로 마니또를 뽑아 한 달 동안 회사에서 몰래 챙기면서 분위기를 북돋는다. 연말 파티 당일은 각자 2만 원 아래로 선물을 준비해 마니또를 공개하며 건넸다. 유진은 건조한 사무실에서도 촉촉함을 잃지 말라며 핸드크림, 립밤, 겨울왕국 올라프 가습기를 세트로 선물 받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선물은 대표인 랄프가 받은 파김치다. 랄프가 파김치 마니아라는 걸 마니또가 조사해서 가장 맛있다는 파김치를 심지어 짜파게티와 함께 선물해서 다들 감탄했다.
파티할 거리는 놓치지 않지만, 형식적 회식 자리는 오히려 지양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식처럼 식사를 곁들여 대화를 나누기는 한다. 저녁 회식은 분기에 한 번 할까 싶은데, 이마저도 올여름 식구가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인원 구성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조만간 하지 싶다. 전체 회식은 지양하지만, 아무래도 회사가 신사동이다 보니 주변에 맛집이 많아 시간 맞는 사람끼리 번개 쳐서 저녁을 같이 먹는 일은 흔한 편이다.
하이퍼클라우드에는 타운홀 미팅이 있다. 올 4월 25일 월요일을 시작으로 매달 전 직원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확인하고 업무 진척 사항을 공유한다. 첫 번째 타운홀 미팅에서는 프로젝트별 팀 구성과 진행 상황과 팀원마다 맡은 업무에서 특이사항을 공유했다.
타운홀마다 팀원 1명이 자유 주제로 발표하는 코너도 있다. 전 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를 소개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자기소개부터 취미 자랑, 업무적인 공유 등 무엇이든 5분 간 나눈다. 지난번 타운홀 때 발표자였던 디자이너 보나(Bona)는 학생 때 했던 작업과 하이퍼클라우드에 합류한 뒤로 해왔던 업무를 짚어봤다. 또 요즘 가장 트렌디한 장소 3곳을 추천하기도 했다. 발표자는 소개 듣고 싶은 멤버를 다음 발표자로 초대한다.
유진과 이야기 나누다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점심시간이 다 됐다. 첫 출근인데 너무 놀기만 한 거 아닌가 싶어 주저하니 유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안데르센, 새로 와서 적응하는 것도 업무라니까요. 눈치 보지 마세요. 저희 눈치 주는 팀 아니에요. 그게 안 된다면 안 된다고 직접 말씀드렸을 거예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점심은 어떻게 할까 물으니 유진이 답한다.
“저희 팀이랑 점심 회식하시죠. 회사 얘기는 많이 했으니 이제 안데르센 얘기 들을 차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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