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한 휴전병 – 08:45AM

해체된 정신의 보고서 - 육아에세이 03

by 공대수석 동치미

놀랍도록 고요한 아침이다.


새벽 두 시쯤, 아기가 칭얼대며 엄마엄마 부르길래

그 소리에 응답하고는 새벽 여섯 시까지 깨어 있었다.

핸드폰으로 세상을 뒤적거리다

그렇게 겨우 잠들고,

8시 11분, 알람 소리와 함께 다시 세상이 시작됐다.


아기는 아직도 잠에서 깨지 못한 채

눈을 비비며 칭얼댔다.

나 또한 시간을 확인하며

1분만… 1분만…

그 말만 반복하다가—


8시 45분. 땡

출근해야 하는 아빠가 아기를 포장하듯 챙겨

그대로 현관문을 나섰다.

겨우 눈만 껌뻑이던 아기는

<안 간다> 고 울먹이며 매달렸고

작은 영혼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아기가 쪽배에 실려

망망대해로 던져지는 레퓨지처럼 느껴졌다.

이별의 눈물도, 아직 잠기운에 젖은 목소리도

세상은 다 흘려버린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

기적처럼 고요해졌다.

너무 고요해서 오히려 섬뜩할 만큼.



진공 속으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고요한 세상이 가능하다는 게 낯설었다.

내가 방금 전까지 있던 삶과

지금의 시간 사이에는

어떤 차원이 열렸다 닫힌 것 같았다.


요즘 나는

매일 엘리스의 삶을 산다.

정신없이 열렸다 닫히는 차원의 세계들.

아기의 시간, 나의 시간, 아빠의 시간.

각자 다른 속도와 온도를 가진 평행 우주들 사이를

끝없이 드나드는 삶.


도대체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응? 다시 전쟁터에 나가라고??

(나 복귀한지 얼마 안됐는데.)


으응, 우선 커피한잔부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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