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친놈'으로 만드는 음악
'이 구역의 미친 X은 나야!'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미국 드라마인 '가십걸'을 안 본 사람도 알고 있다는 명대사이다. 넘쳐흐르는 자신감과 통쾌함이 느껴지는 대사로 한 번쯤 누군가에게 외쳐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미친놈인 적이 있을까?' 솔직히 많이 없다. 가끔 친구들에게 들어는 보았지만 미친놈이라는 단어부터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반항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곡들은 나를 '미친놈'으로 만드는 곡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미친놈이 되고 싶을 때 용기를 북돋아주는 곡들로 내가 '큰 맘먹고 미치고 싶을 때' 자주 듣는 3가지의 곡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어떠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괴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괴물 투수', '괴물 래퍼' 등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듯한 사람들을 지칭할 때 괴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Kanye West의 노래에 피처링을 한 4명의 아티스트 모두 '괴물'같은 아티스트들이다. 이런 괴물들이 각자 자신들의 verse에 동일하게 적은 'everybody know I'm a motherf**king monster'라는 가사는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 같다. 진정한 미친놈이란 모두가 알아보는 미친놈이지 않을까?
Wild Boy를 상남자라고 해석해야 될까? 거친 놈이라고 번역을 하면 적절할 거 같지만 상남자라는 어감이 더욱 와 닿긴 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Machine Gun Kelly의 신나는 후렴과 Waka Floka Flame의 상남자 같은 발성의 랩이 어우러지니 제목을 Wild Boy가 아닌 Crazy Boy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계속해서 자기는 Wild Boy라고 외치는 후렴은 자신감이 떨어졌거나 하루가 잘 안 풀렸을 때 들으면 속이 뻥하고 뚫린다. 장르가 트랩이라 특히 신나고 기분을 업시키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처럼 방방 뛰어다니고 싶어 진다. 한때 나의 모닝콜이었던 이 노래는 온순하고 배려심이 깊은 내가 가끔 반항적이고 내 맘대로 살기로 작정한 미친놈이 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자주 들었다.
'선택 장애'라는 말이 있다. 선택지가 많을 때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결정을 유보하는 것을 뜻한다. 취향이 확실하더라도 간혹 선택을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혼자가 아닌 남들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선택하는 경우이다. 자신의 선택이 상대를 불편하게 할까 봐 서로 선택을 유보하고 결국 한 명이 선택하기 전까지 불편한 떠넘기기는 계속된다.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당당히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짜는 순간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조별과제를 할 때도 주도적으로 의견만을 제시하면 조원들이 이상하게 쳐다볼수도 있다. 물론 자기 의견만 제시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기적이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의 의견을 내지 못해 남의 의견에 끌려다니는 사람보다는 이기적일수는 있어도 오히려 당당하고 멋있어 보인다.
'that's that sh*t I don't like!'라는 가사로 자기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당당히 외치는 후렴이 인상적인 이 곡은 수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싫어하는 것을 표현하라는 외침처럼 들린다. 정작 후렴은 단순히 자기가 싫어하는 종류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만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보면 미친놈이지 않을까?
다들 어떠한 것에 미쳐본 적이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미친놈은 단순히 정신병에 걸린 미친 사람이 아닌 어떠한 것에 미치도록 몰두하거나, 미치도록 가고 싶었던 곳을 가거나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등 자신을 진정으로 '미치게'만드는 것을 미친 듯이 하는 사람이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숨겨야 한다. 남들이 봤을 때 '광기'로 보일 수 있는 자신의 욕망이나 꿈과 목표, 본모습을 '배려'나 '겸손', '안정된 미래'라는 판도라 상자에 가두어야 한다. 유일하게 나의 '광기'를 보일 수 있는 곳은 집이거나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뿐, 공적인 자리에서 상자가 열리는 순간 나를 보는 시선은 바뀔 것이고 사회생활은 힘들어질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미쳤어? 그런 거를 굳이 왜 하는 거야?' 칭찬이면서 욕으로 들린다.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라 칭찬을 해주는 건지 주변에서 보지 못한 '쓸데없는 짓'이라 욕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아마 대부분은 칭찬보다는 욕으로 한 말일 것이다. 굳이 할 필요 없는 일을 하는 미친놈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는 남들과 비슷해지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는 소위 '정상적인 인간'으로 자라기를 바랐고 지금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잘 자랐다. 하지만 더 이상 남들과 비슷하고 삐뚤어지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답답한 온실을 벗어나 거친 자연에서 미친놈처럼 살아가고 싶다. 이러한 생각이 들 때마다 위의 곡들을 들으며 온실을 부술 용기를 가져본다.
완전히 미친놈이 될 수는 없으니 덜 미친놈으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덜 미쳤다의 기준은 내가 정한다.
- 하잎
Kanye West - Black Skinhead
BILL STAX - GOAT(feat.C Jamm, Swings)
BILL STAX - 말달리자(feat. 천재노창, C Jamm)
한요한 - 헬리콥터(feat. Kid Milli, NO:EL)
Vic Mensa, Skrillex - No Chill
드렁큰 타이거 - Monster(Korean Version)
Indigo Music - IndiGO
Balming Tiger - I'm Sick
박재범 - 니가 싫어하는 노래(feat. Do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