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페 주인이라면?'

'나만의 카페'에서 틀고 싶은 노래

by 하잎

군대 후임에게 장 그로니에의 '어느 개의 죽음'이란 책을 추천받았다. 자주 가는 카페 주인이 추천해준 책이라고 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후임이기에 가끔 책 추천을 받았고 자신도 읽어보고 괜찮았는지 흔퀘히 추천을 해주었다.


책 추천을 받는 과정에서 자주 가는 카페 주인에게 추천을 받았다는 점이 의아했다. 아마 카페 주인과 친하다는 것을 보아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일 것이다. 또한 친해질 정도록 방문했다는 것은 단골일 가능성이 크고 집 근처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문득 단골 카페가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애초 나는 카페를 잘 가지 않는다. 커피를 잘 몰라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민트가 들어간 커피 아니면 잘 마시지 않을뿐더러 공부 조차 집 아니면 도서관에서 하는 것을 선호해서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카페를 가지 않는다. 카페는 나에게 약속 장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카페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는 좋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쌉싸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과연 몇이나 될까? 스터디룸과 같은 형식적이고 딱딱한 의자들만 있는 곳에서 나누는 이야기와 푹신하고 듣기 좋은 노래가 흘러나오며 향긋한 커피 향이 나는 카페에서 하는 이야기는 주제와 느낌부터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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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시험기간만 되면 대학가에 위치한 카페들은 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다. 오죽하면 커피 하나를 시키고 몇 시간까지 공부를 해도 되는가? 가 토론 주제로 선정이 될 만큼 우리나라에선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이외에도 사색을 즐기거나 독서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듯이 카페라는 장소는 다양한 사람들이 지유롭게 모이는 장소이다.


즉 카페는 방문하는 사람들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을 갖춘다. 영화관이나 식당, 헬스장 등을 방문하는 목적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당연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는 것 이상의 목적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카페를 하나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만약 단골 카페가 생긴다면 공적이면서 사적인 두 가지 성격을 가진 장소를 얻은 것이라 생각한다. 카페라는 특성상 여러 사람들이 모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일에 집중하듯이 오픈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생긴 것이다. 좀 더 생각을 넓혀서 만약 내가 카페를 경영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다. 분명 고려할 것이 많겠지만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것은 역시 '어떤 음악을 틀 것인가'였다.



혼자 카페를 찾은 사람들을 위한 노래


Michl - Gone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이라면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반영이 되어서 선택한 노래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BPM에 잔잔하면서 끈적하고 강렬한 Michl의 노래가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카페를 낭만적인 장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Gone'이라는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별을 노래해서 절절함이 묻어나는 곡이다. 카페에 홀로 와서 사색에 잠겨있는 사람이 들으면 감수성을 자극해 생각을 정리하거나 펼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Michl에 관한 정보는 생각보다 많이 없다. 나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가수라 아마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노래를 듣던 손님이 스피커에 핸드폰을 가셔가 직접 음악을 검색하거나 나에게 물어보는 상상도 하게 만드는 곡이다.


But you're gone
넌 떠났어
Don't care how much I try
내가 어떤 노력을 하던 상관없이
You're gone
넌 가고 말았어
And I'm not too surprised
놀랍지도 않아
You're gone
떠나고 말았어
When you're all that's on my mind
네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에 있는데



카페에 봄바람을 불러 울 수 있는 노래


Rejjie Snow - PURPLE TUESDAY (feat. Joey Bada$$ & Jesse Boykins III)


7월 29일 한강 난지공원에서 열리는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하는 Rejjie Snow의 곡이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재즈힙합이라는 점에서 선택을 했다. 한가한 주말 오후, 마음 맞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참으로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낮은 음역대의 Rejjie Snow가 부르는 나른하고 부드러운 바이브가 일품인 곡으로 자칫 지루 할 수 있는 곡을 Joey Bada$$의 랩까지 더해지니 짬짜면을 먹듯이 동시에 여러 가지 느낌을 풍기는 곡이다. 봄바람이 카페 전체를 감싸듯이 이 곡을 통해 따뜻함과 행복이 카페 안에 울려 퍼질 것이다.


평소에도 자유분방하고 선입견을 깨기 위한 컬러풀한 음악을 하는 게 목표라는 Rejjie Snow의 가치관처럼 이 곡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보다 컬러풀한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의미까지 더할 수 있어서 제격이다.


너무 일차원적으로 되어버린 것 같다. 어떤 것이 대세가 되면, 즉시 모두가 그것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 Rejjie Snow(레지 스노우)



모두가 빠져 허우적 되는 노래


MISO - Take ME


대체로 카페를 채울 노래는 어느 정도 잔잔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잔잔하면서도 Chill 한 분위기를 풍기는 MISO의 노래는 카페를 채울 노래로 안성맞춤이다.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고, 알 수 없는 신비감을 뿜어내는 MISO만의 깊은 바이브에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이 흠뻑 빠져 허우적 거렸으면 좋겠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MISO는 한국인 최초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bull Music Academy)’ 참가자이자 딘과 크러쉬가 속해 있는 '클럽 에스키모'의 유일한 여성 멤버이다. 10대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서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던 MISO는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를 참가하는 계기로 정식으로 아티스트의 길을 걸었다.


Maybe we need some time
아마 우린 시간이 필요할 거야
to mend this broken trust
이 깨어진 믿음을 고치려면 말이야
I don't want this to end and fade to dust
난 이것이 끝나거나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아
Baby we need some time to focus it on us
우린 이 깨진 믿음을 고칠 시간이 필요해
I really want us to start up this trust
정말 이 믿음을 만들어 가길 원해


깨어진 믿음을 고치기 위한 시간을 갖자는 가사가 MISO의 목소리에 담기니 보다 진실되게 다가온다.



카페를 깊은 꿈속으로 만드는 노래


Ravyn Lenae - Everything Above


이 곡뿐만 아니라 EP 전체를 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EP다. Ravyn Lenae의 Everything Above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처음 듣는 순간 카페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최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글의 주제도 이 곡을 들으면서 나온 것이다.


커피 향이 묻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Ravyn Lenae의 몽환적인 노래를 듣고 있으면 깊은 꿈속을 걷는 듯하다. 부드럽고 독단적인 목소리로 몽환적이면서 때때로 감성적인 10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Ravyn Lenae는 99년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감수성을 보여준다. 거기다 독특한 비트까지 더해지니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귀를 사로잡을 만한 곡이라 생각한다.



내가 카페 주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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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직접 운영한다면 과연 어떨까?'를 주제로 글을 쓰는 동안 내 방이 하나의 카페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커피의 향이 카페를 가득 채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카페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만들 듯이 카페를 가득 채울 커피 향이 묻어나는 음악을 선정하는 과정은 신선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페를 선정하는 기준을 인테리어, 접근성, 커피의 맛 등을 꼽을 것이다. 즉 어떠한 노래가 나오는지는 카페를 선정하는 주요한 기준은 아닐 것이다. 만약 내가 카페를 운영한다면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노래를 통해 사람들을 모으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 카페를 단순히 만남의 장소, 공부나 독서를 위한 장소가 아닌 분위기 있는 노래까지 들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면 훨씬 근사할 것이기 때문에.



<'나만의 카페'에 틀고 싶은 다른 노래들>

Mura Masa - Firefly(feat. Nao)

Phum Viphurit - Lover Boy

Tom Misch - Disco Yes(feat. Poppy Ajudha)

Men I Trust - Lauren

Masego - Navajo

Kwaye - Jasmine

Trinidad Cardona - Jennifer

우효 - Paper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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