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을 동시에 담은 창모와 폴 블랑코
최근 들은 한국 힙합 중 가장 인상 깊게 들은 앨범이다. 창모와 폴 블랑코의 조합부터 믿고 듣는 조합이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평가해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이다.
창모와 더불어 폴 블랑코는 한국 힙합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폴 블랑코는 기존의 힙합 아티스트와는 다른 결을 가진 아티스트로 자신의 잠재력을 뿜어내는 사운드를 보여주며 장르 팬들 사이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코리안 포스트 말론이라 불리는 것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유의 음색으로 무장한 보컬은 처음 듣는 사람들조차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앨범 Bipolar는 총 9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창모와 폴 블랑코가 합작으로 만든 EP이다. Bipolar는 조울증, 양극의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앨범 커버에도 불과 물이 공존하는 모습을 선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총 3개의 타이틀 곡인 Swoosh Flow, Star Ceiling, Big Love로 구성이 되어있고 작사, 작곡, 편곡까지 모든 것을 창모와 폴 블랑코 둘이 담당했다. 즉 두 명의 아티스트의 취향과 재능으로 꽉 채워진 앨범이다.
자칫 뻔한(?) 앨범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매우 큰 오산이었다. 둘의 색깔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녹여내기 위한 노력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트랩이라는 장르 특성상 자기 복제적인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하지만 앨범 Bipolar는 귀를 사로잡는 참신한 비트와 신선한 구성을 바탕으로 탄탄한 창모와 폴 블랑코의 랩과 보컬이 어우러져 뻔한 트랩 앨범을 탈피했다.
인상 깊게 들은 트랙은 총 3개로 2번 트랙 Shoot, 3번 트랙 Swoosh Flow, 그리고 9번 트랙 TOUR DAY 5 FREESTYLE이다.
먼저 2번 트랙 'Shoot'는 참신한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속삭이듯 읊조리는 도입부에서 폭발적인 랩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트랙의 완급을 조절했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피처링도 조화롭게 어울리면 트랙의 무게를 잡아주었다. 여유롭게 비트를 이끌고 가는 폭발적인 폴 블랑코의 랩이 돋보이는 트랙이라 추천한다.
3번 트랙 'Swoosh Flow'는 창모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창모가 솔로로 진행한 트랙으로 나이키의 로고인 스우시를 트랙의 이름으로 가져오며 나이키와 관련된 가사가 주를 이루나 싶었지만 다양한 브랜드를 언급하며 자신의 성공을 멋지게 그려 넣었다.
피 묻은 스우시 신고 신고 다니던 애
허나 현재 GD 포스 스우시 칼라는 Red
스타 놀이뿐인 게임의 스타가 된 애
합작 앨범이기는 하지만 솔로로 진행한 트랙들을 통해 각자만의 색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구성들이 독특하면서 다양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9번 트랙 'TOUR DAY 5 FREESTYLE'은 자극적인 가사와 함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자신들의 삶을 담아냈다. 이 트랙 또한 비트가 훌륭하지만 특히 폴 블랑코의 랩이 돋보이는 트랙이었기 때문에 매우 인상 깊었다. 밑바닥 인생에서부터 꿈꾸던 삶에 도달한 둘이기에 자극적인 가사지만 진솔하게 다가왔고 콘서트에서 불렀을 때를 상상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조던을 굴비처럼 보며 버티던
가난한 선비 새끼 yeah
Feelin you부터 동네 놈들,
fearless one, 2 minutes of hell
그리고 오늘날 이거까지,
우린 썅 피를 나눴네
힙합씬에서 언더와 오버의 경계는 없어진 지 오래다. 애초 언더와 오버라는 이분법적인 사고 자체가 무안할 정도로 힙합이라는 장르는 대중음악이 되었다. 이런 한국 힙합씬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랩스타의 지위를 차지한 창모와 매력적인 음색으로 힙합 장르 팬들의 귀를 사로잡는 폴 블랑코의 합작 앨범을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